마인드브릿지 앱, 인문학 강의 34편
'언어의 놀이, 소쉬르 구조주의 언어학'
아, 바로 이겁니다. 제가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의문을 갖던 주제들. 언어! 생각의 틀!
언어학에 대한 본격 강의는 처음 들었는데,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했어요. 인도인과 나는 서로 다른 문화, 특히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똑같이 '사랑'이라는 말을 읊어도 뉘앙스와 구체적인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생각의 틀도 다르지 않을까? 인도인이 여기는 사랑과 한국인이 여기는 사랑이 조금 다르다면, 사랑 관념도 서로 다르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사랑이 연인과의 끈끈한 정을 말한다면, 일본에서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 인도에서는 더 목가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이번에 들었던 강의는 '언어학'에 대한 건데, 저의 그런 의문을 정리해주면서, 언어학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임상훈 교수의 강의입니다.
인간의 언어도 과학적으로 해석하다
언어학은 19세기 말에 처음 나왔습니다. 이제 그때.. 모든 것을 자연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실존주의가 강해지면서, 인간의 언어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유럽의 나라들을 언어를 종합해보니, 슬라브어랑 로마어 등을 추적하고 거슬러 올라가 보니, 게르만어와 유사성을 발견하더랍니다. 철학자들은 확신했죠. '아! 인간의 언어도 과학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구나!'
언어철학의 시초는 소쉬르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소쉬르는 원래 역사학자였는데, 혼자서 언어학에 눈을 뜨게 됐지요. 그는 최초로 언어의 구조주의 이론을 만들어냈지만,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논문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학생들에게 가르쳤을 뿐인데, 나중에 학생들이 강의록을 모아서 <일반 언어학 강의>를 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죠.
소쉬르^^
언어학은 뭘 다루나?
혼자 카페에서 강의 듣다가 육성으로 터진 이야기인데... 임 교수가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입니다. 집주인과 대화를 하게 됐는데, 대학원생이라고 하니까 뭘 전공하냐고 물어보더랍니다. '언어학을 전공한다'고 말하니까, '몇개국어 할 줄 아냐'고 물어봤다고... 재미없나?
아무튼 언어학은 인간의 언어에 대해 연구합니다.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지요. 언어학이 뭘 하는지 알려면, 언어의 의미를 2개로 분리해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2개라니? 언어가 언어지, 무슨 다른 의미가 또 있나? 하고 생각이 들겁니다. 우리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언어는 그냥 language니까요.
근데 프랑스어에는 langue(렁그)와 langage(렁기쥐) 이렇게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langue는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몇개국어 할줄 아냐? 할 때의 그 언어입니다. 반면에 langege는 '언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언어 능력이라 하면,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나오는 그 언어입니다. 어떤 언어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바로 사고를 하는데 있어서 언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영어나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은 언어가 language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이 개념을 생각할 수 없었겠죠. 소쉬르는 프랑스어를 썼기 때문에 결국 이 언어라는 것을 구별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한국의 언어도 그런 거 많지요. 정이나 한 같은 단어가 그렇죠. 번역이 불가능하지요... (이래갖고 정말 번역이 제대로 될런지, 번역은 반역이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암튼 언어학은 이런 언어의 구조를 다룹니다. 언어철학!
소리와 관념은 다르다 - Sinifiant과 Sinifie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얘기를 해보면 매력적인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우리는 입으로 '하늘이 맑다'는 소리를 냈다고 칩시다. 그럼 우리는 푸른 하늘에 해가 떠있고 구름이 둥실 떠있는 모습을 그릴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이 맑다는 말로 하늘의 모든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지요. 하늘이 맑은데, 어떨 때는 구름이 많고, 적층운이고, 온도가 더 낮고 막 그럴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더라고 소리는, 관념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방'이라는 말을 친구랑 둘이서 동시에 말했다고 하면, 둘 머리에 떠오르는 가방이 똑같은 모양의 가방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늘 소리와 관념 사이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 간극이 큽니다. 근데 소쉬르는 그 사이의 간극을 정리해놓았습니다. 바로 '소리의 틀'과 '관념의 틀'이 존재한다고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인데, '소리의 틀'를 갖다가 Sinifiant(시니피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관념의 틀'은 Sinifie(시니피에)라고 말하죠. 21세기의 가장 큰 발견은 이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Sinifiant은 아무리 소리나 일컫는 거는 아니고 꼭 언어적으로 완성된 문장이어야 합니다. 툭툭, 뿍뿍, 아~~ 에헴. 이런 거는 안되지요. 그래서 '소리의 틀'에 갇혀있는 것만을 얘기합니다. Sinifie는 이제 관념인데,, 여기서 좀 난해해집니다. 소쉬르는 관념이라 그랬는데, 기존의 철학적인 관념이랑 뭐가 다른 것일까요? 여기서 학자들이 추측하기를.. 아무래도 소쉬르의 학생들이 옮겨적은 것이라서 불분명하다고 말이죠. 그렇다면은 Sinifie는 관념이 아니라, 관념의 틀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약간 멘붕이 오실텐데, 강의를 들으면서 보충하시길 바랍니다. 이게 언어 이야기라 그런지, 제 글보다는 직접 말로 듣는 강의가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아무튼 언어에 의해 사고가 규정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좀 피곤한지라,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중에 언어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