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선선해진데다 흐려서 산책 다녀오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10시 50분쯤, 호준님, 이광식 실장님과 제가 웅천 해수욕장에 도착했고, 옥존님은 출근하셨다가 장콜 타고 11시 30분쯤 합류하셨습니다.
웅천 해수욕장이 도심에 있어 거리가 가까운데다 모래도 곱고, 바지락 같은 조개도 돈 안내고 캘 수 있어 여러모로 참 좋은 곳이라 생각을 하는데요,
정작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 같아서 이렇게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해수욕장과 야영장 입구에 가면 바로 만나 볼 수 있는 안내판 3종입니다.
혹시나 하고 살펴보았는데 경사로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습니다.
시민 모두의 뜻을 모아 만든 공공 장소인데 우리는 모든 시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 싶어 씁쓸해집니다.
아이와 함께 해수욕장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 뒤로 저희도 따라가봅니다.
현재 해수욕장은 사전 예약을 하거나 현장 예약을 하고, 발열체크 후 손목에 띠를 착용하고 입장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저희도 설레는 마음 반, 어차피 못들어가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 반으로 손목 띠를 받아봅니다.
뭔가 한숨이 짙게 깔린뒷모습입니다.
팔찌를 받은지 30초만에 저희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이 인도의 끝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도 앞으로는 자갈밭이 펼쳐져 있었고, 게다가 턱도 있었습니다.
바다가 코앞인데... 아주 낮은 높이의 두 턱과 1미터의 자갈밭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희망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저 혼자 계단을 내려가보았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도 방향으로 쭉 걷다보니 경사로 같은 것이 보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계단을 계속 지나다 보니 길의 끝에 경사로가 있었습니다!
"여기 있어요! 경사로!" 희망에 찬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수욕장 입구와는 매우 멀었습니다.
하지만 경사로가 있긴 있다는 것이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주었습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는 야영장을 가로지르는 이 길로 오는 것이 그나마 지름길인데, 돌판입니다. 그냥 걸어도 불편합니다.
휠체어는 더더욱 이동할 수 없는 길입니다.
하는 수 없이 인도로 뺑 돌아서 옵니다.
인도로 돌아오다가 다시 만난 돌길, 지름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도 이 돌길로 가야만 경사로로 통하는 것인지,
더 돌아가면 휠체어가 쉽게 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생각에 잠깁니다.
조금 더 돌아서 장도 입구 쪽으로 가보니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매우 좁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길을 따라 가니 해수욕장이 나옵니다.
드디어 바다를 코앞에서 만납니다.
바닷속 물고기도 보입니다.
바다를 한참 구경합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내년 여름엔 제대로 놀러와보자 합니다.
호준님은 수영 못한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바다구경은 5분 남짓, 경사로까지 오가는 시간은 왕복 20분이 넘었습니다.
다시 해수욕장 입구로 돌아와 안내판을 봅니다.
어디에도 경사로 표시가 없었습니다.
경사로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되어 있었다면 오늘의 나들이가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경사로가 있는 곳에 차를 댈수도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발열체크를 해야 하는 해수욕장 입구와 경사로 있는 곳이 멀어서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겠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시국이 아닐 때를 생각한다면요.
그래도 경사로가 있다는 표시가 안내판에 있었다면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하지?'
'경사로가 있긴 있는 것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비장애인도 길을 못찾고 헤매면 힘든 법입니다.
하물며 장애인에게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사실, 헤매는 것이 불가능 할지도 모릅니다.
장애인을 곁에서 돕고 지원하는 사람이 헤매야 합니다.
그동안 장애인은 홀로 남겨져야 합니다.
웅천으로 밥먹으러 가는 길, 상가쪽으로 나있는 입구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번 들여다봅니다.
코로나로 팔찌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기에 현재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자갈밭 입니다. 인도도, 경사로도 없습니다.
호준님은 그렇게 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여수시에 건의하겠습니다.
경사로를 추가로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경사로가 있는 곳을 당장 지도에 표기해주기를 바랍니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에게도 매우 편한 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동행빌리지에서 이런 배리어프리 활동을 힘차게 해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일을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첫댓글 사회적 약자가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것이 생각났어요..
시민을 위한 공간인만큼 차별없이 누릴수있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