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 비용으로 인근 학교 증축 완료… 학교용지부담금 차액도 내야 할까?
고덕5, 학교 증축비용 제공하는 대신
학교용지부담금 면제키로 협의했지만
구청, 학교용지부담금보다 적게 납부
증축비용 제외한 차액 납부토록 부과
재판부 “학교용지부담금 목적 달성해,
재량권 일탈·남용한 처분은 취소해야”
조합이 재건축으로 인해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증축·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했다. 당시 교육청은 증축·리모델링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대신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청이 조합에서 제공한 비용이 법령에서 정한 학교용지부담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차액을 납부하도록 부과처분을 했다. 이 경우 조합은 학교용지부담금 차액을 납부해야 할까?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이 “조합이 제공한 비용으로 재건축으로 인해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면 학교용지부담금 차액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즉 개발사업에 따른 학교용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의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부담금 차액을 납부토록 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한원교)는 지난해 11월 26일 고덕5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 이희장)이 강동구청장을 상대로 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지난 2015년 1월 서울고일초교의 단일통학구역에 해당하는 고덕4, 5, 6, 7단지의 재건축조합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의 내용은 ‘행정구청에 납부예정인 학교용지부담금을 고일초의 학교시설 증축에 직접 부담하고, 부담한 비용에 대해서는 학교용지법에 따라 면제 처리하는 것’을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4, 5단지 조합은 교육청의 협의대로 리모델링·증축 비용을 기부채납한다는 협약을 체결한다. 이후 2019년 교육청은 고덕4, 5, 6, 7단지 조합이 분양을 완료하자, 학교용지부담금의 대략적인 규모가 확정됐다는 이유로 기부채납 금액을 조정하는 변경 계약을 체결한다.
당시 고덕5단지는 이미 30억원을 지급한 상황이었는데, 교육청의 변경 계약에 따라 기부채납 금액이 35억원으로 확정되어 추가로 5억원을 납부했다.
문제는 송파구청이었다. 당시 교육청은 구청에 “4~7단지 조합과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해 고일초 리모델링 및 증축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부담금의 징수 부과 목적 및 필요성에 부합됐다”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구청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출한 결과 약 43억9,000만원이라 판단해 35억원을 제외한 8억9,000여만원을 납부하라고 부과처분했다. 이에 조합은 이미 교육청이 필요로 하는 금액을 기부채납했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이 면제돼야 하고, 고일초의 리모델링·증축이 완료되어 학교용지부담금을 추가적으로 부과·징수할 필요성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조합이 기부채납을 했더라도 학교용지부담금 전액을 반드시 면제해야 하는 것을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조합이 사전에 기부채납을 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학교용지부담금에서 기부채납한 가액만큼만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청이 학교용지부담금 차액을 반드시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행위이기 때문에 이중부과금지원칙 등을 위반하거나 학교용지부담금의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학교건물을 증축해 기부채납한 금액이 학교용지부담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라도 차액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학교용지부담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거나 부과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