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지나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많은 개봉작들을 소개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상당수의 똑같은 상업영화들 뿐입니다.
서울에는 '하이퍼텍 나다','서울아트시네마','미로스페이스','씨네큐브','코아아트홀' 같은 곳에서 독창적이고 작품성있는 작품들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문화적으로도 여건이 너무나 부족하고 예술영화에 대한 인식도 너무나 부족합니다.
이 모임의 취지는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작가주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토대로하여 부산도 서울만큼의 볼권리를 찾아보자는데에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예를 들어보면 정말 좋은 평가를 받은 '레퀴엠'은 부산에 개봉조차 하지 못했고 레퀴엠을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파이'는 서울에서만 단관개봉했습니다. '헤드윅'과 '밀리언달러 호텔'은 CGV서면에서 1주일만에 내렸으며 서울에서 와라나고 운동을 일으켰던 '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나비,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저예산영화역시 부산에서는 영화대접도 못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인식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원인은 부산소재 극장들의 지나친 상업화가 야기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영화관의 운영을 위해 관객들이 몰려야 하겠지만 이러한 상업적인 논리로 인하여 소수의 아트영화 매니아들의 볼권리 마저 침해당하는 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방에서 서울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광주지역의 영화동호인들과 지방향토극장인 광주극장이 실시하고 있는 'Late Show'프로그램을 모델로 부산도 이러한 문화적인 운동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Late Show'란 심야영화상영(우리나라에서의 심야 상영과는 해석이 조금 틀림)이란 뜻으로 일본 극장가에서 자주 쓰는 상영 형식입니다. 주간 개봉 작품 외에 심야대의 한 타임을 이용해 특정 영화를 상영하는 이 형식은 주로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뛰어난 작품이나(때로는 영화적으로 매우 뛰어난 아트 영화를 상영하기도 함), 심야 때 상영이 적합한 영화들을 선정 하여 상영합니다. 하나의 예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중편 <언두>가 단관 "레이트 쇼" 개봉을 하여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 언급한 서울의 예술영화상영관들도 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하면서 'Late Show' 방식으로 예술영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합니다.
부산에는 다른 지방에 없는 '시네마테크 부산' 상영관이 있지만 시네마테크만으로는 서울만큼의 다양한 작품을 수용하는데는 솔직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부산의 시네마테크가 이러한 창구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모든 작품을 수용하는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공모한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자는 서울4개관,대구1개관,광주1개관에 불과하여 부산은 예술영화전용관 추진사업에 포함도 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영화매니아들의 힘을 모아 일반극장에서 'Late Show' 방식으로 아트영화상영을 이끌어내보자는 예깁니다.
이미 남포동 극장가는 물론이고 서면에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가 진출해있지만 얼마전 개관한 메가박스 해운대,센텀시티 안에 들어설 CGV,서면 옛한전부지에 들어설 피에스타의 오투시네마서면,사직야구장 근처에 개관예정인 시네마서비스의 프리머스등 앞으로 부산지역에 들어설 개봉관은 엄청납니다. 따라서 이제는 부산에서도 예술영화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시는 분들의 힘을 모으면 서울 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의 반이라도 볼 수 있다면 이 모임의 성과는 대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