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고향 은인을 기리며-송암 박두현 어르신
영원히 변치 않을 청산초 52회 졸업앨범 제작
청산초등학교 졸업앨범을 수십년간 제작하신 고 박두현(박영곤 친구 부친) 옹은 타고난 예술감감이 계신분이었다. 2018년 작고하시기 1년 전, 옥천군 청산면 판수리 자택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박 옹은 구순이 넘은 연세에도 안방에서 서예에 몰두하고 계셨다.
주변에 직접 그리신 그림들을 살펴보니 잘은 모르지만 예사로운 솜씨가 아님이 느껴졌다. 1960년대 어려웠던 시기 사진을 촬영하고 등사판을 밀어 일일이 활자를 넣고 제작을 맡아하시려면 보통정성이 아닐텐데.. 1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청산초 향토박물관에서 앨범 한장 한 장을 넘기며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계실까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코뜰새 없이 시,분,초를 다투는 언론사 생활 41년을 마치고, 나는 모처럼 여유 있게 동창모임에도 참여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시간을 나누는 기회가 찾아 왔다. 때마침 청경회 회장인 안영구(서울 백악관 관광나이트클럽 대표)친구가 오랜 사교계 사업과 건축업을 하신 선친의 피를 받아서인지 의외로 문화예술 감각이 있었다. 출판문화가 전문인 필자와 의기투합해 전국각지 동향인 모임을 결속시키기 위해 「청경회 수첩」(2018.3)을 만들고 이어 졸업앨범이 없는 친구들을 위해 「청경회 앨범」(2019.1)도 제작했다.
반세기 전 추억의 자료들을 발굴하기 위해 충청북도 두메산골 옥천군 청산면 고향을 두 번 방문했는데, 청산초 최정랑 교장선생님이 협조를 잘해주셨다. 교내에는 청산초 향토박물관이 있었는데 개교 106년 역사를 자랑하는 졸업앨범들이 선명하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마침 52회 졸업앨범은 매장마다 방습지를 덧대어 사진들이 살아 움직이듯 생생했다.
종일 앨범자료 검색을 마치고 11월15일 영동병원 집중관리실에서 9일째 생사를 다투고 계신 박두현(94세) 아버님을 박영곤 친구 안내로 찾아뵙고 진심으로 감사 하다는 인사를 올렸다. 아버님은 의식이 또렷하진 않으셨지만 청산초 박물관에 영구보관중인 졸업앨범 이야기를 드리며 진심 감사인사를 드리니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 또렷해 지셨다.
카메라도 없던 시절, 아버님은 일생에 하나밖에 없을 우리들의 영원한 추억을 위해 혼힘을 기울이셨을 생각을 하며 수천장의 자료사진을 밤샘 보는데도 지치지가 않았다.
영동병원에서 박 옹을 뵙고 일주일 후인 11월22일 아버님은 영원한 천국의 세상에 오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