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제기: 왜 미국전쟁사를 연구과제로 선택했나?
올해는 20세기를 마감하고 바야흐로 21세기로 진입하는 마지막 해이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1945년이후 전개된 미·소간의 대결구도인 냉전체제가 해제되었다는 점이다. 1989년에 동서독이 통일이 되었고, 90년대초에 오면서 동유럽과 소련연방공화국에서 수십년 동안 권력을 장악했던 공산정권들이 붕괴되었다. 그런데 동북 아시아에서만 유일하게 냉전이 해체되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계속되는 대결과 긴장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급류속에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지나간 20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려는 각국 간의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21세기는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지적했듯이,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승리한 역사의 종말을 보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이념이 등장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최근 인종청소를 감행한 유고술라비아에 대한 NATO의 공습에서 보았듯이, 21세기의 전반기는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강대국의 출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미국의 타격 목표는 미사일과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라는 지적이 미언론과 미의회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고 북한이 미사일로 대항한다면, 미·북간의 군사적 충돌의 실질적 피해는 한민족에게 가해지는 것이며, 세계적 냉전종식의 대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제2차 한국전쟁의 불행이 재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해 있다. 이런 군사적 충돌의 재발 위험성은 최근의 서해에서 남북한간의 해군 교전에서도 목격한 바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북한과 미국과의 갈등과 대결구도가 심화될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면서, 슬기롭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전쟁의 연구를 기피하고 전쟁의 교훈을 소홀히 했던 과거 조선의 운명이 어떻게 日本 帝國主義의 식민지로 전락되었는지는 한국사 교과서에 잘 실려있다.
우선 이 시점에서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미국의 전쟁방식, 전쟁전략 등에 관해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미국으로 건너간 13개주의 식민지인들은 인디언과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였고, 모국 대영제국과는 7년간의 피나는 독립전쟁웰옮淪漫?신생공화국이 되었다. 그런 건국의 역사적 전통은 불가피하게 식민지시대의 인디언과의 오랜 투쟁 경험과 결합하여 군사력을 포함한 물리력을 총동원하여 영토을 팽창하는 국가적 전통을 확보하여 왔다. 19세기에는 1812년의 영미전쟁, 인디언전쟁, 멕시코전쟁, 남북전쟁, 미서전쟁 등으로 제국주의 국가의 대열에 참여하였고, 20세기에 와서는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사막의 폭풍전쟁, 최근의 유고공습을 통해 미국은 "미국의 평화"(Pax Americana)라는 세계질서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서양학계나 미국사관련 학회에서는 그동안의 많은 훌륭한 연구업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사에 관한 전쟁과 군사문제의 연구를 소홀히 해왔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그 분야는 정치가, 군인, 혹은 국제정치학자들의 영역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한국 학계에서 미국역사 중에서 오랫동안 소홀히 다루어왔던 분야, 특히 미국사의에서 전쟁의 역사적 측면을 규명하려 한다. 그리하여 역사연구가 과거의 사실 자체의 규명에 끝나는 것이 작업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역사적 교훈이 현재와 미래에 대응전력과 연결되는 학문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문학의 실천적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다행히 남북한간의 서해에서의 교전으로 전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필자는 다음의 5가지 의문점을 가지고 2년간에 걸쳐 미국전쟁사를 기술하려 한다.
(1) 미국인들의 戰爭觀은 무엇이며, 그것은 시대마다 어떻게 변천해 왔나?
(2) 각 시대마다 미국이 수호하려고 한 국익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변해왔나?
(3) 미국은 어떤 전쟁목적, 전쟁전략을 가지고 전쟁에 참전했나?
(4) 미국인들이 참전한 전쟁의 결과 미국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5) 한국은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어떤 역사적 교훈을 얻을 것이며 장차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어떻게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잘 활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