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집詩集 제1편 / 「오랜 침묵」 지은경]
찬란한 전통문화는 편견
허공을 가르며 어둠을 찢는
번개를 사랑했다
그늘에 갇힌 작은 나무는
시대의 고통을 대물림하며
침묵이 미덕이라고 교육 받았다
햇살이 그리워 유리천정을 뚫다가
온몸에 파편을 맞았다
간절한 기도를 하늘도 조롱했다
드디어 불모지에 피워내는
꽃 한송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있다
『오랜 침묵』 전문
[작품 평설]
이 시에는 시라는 예술형식을 면대하는 시인의 사유가 어떤 바탕 위에 서 있으며 이를 추동하는 결기가 어떤 것인가가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일반적 상식이 견인하는 '전통문화'의 지경을 넘어서, '허공을 가르며 어둠을 찢는 번개'의 존재양식으로서 시의 길을 구현하려 한 것이다. '시대의 고통을 대물림'하며 '침묵이 미덕'이라고 교육 받은 그 일반론의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려는 결의를 시의 문면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유리천정'을 뚫다가 온몸에 파편을 맞고, '간절한 기도'를 하늘도 조롱하는 불모의 국면에 처해 있으나, 끝내 '꽃 한 송이' 같은 시를 피워낸다. 그것이 곧 그의 시가 도달하려는 궁극의 형상이다.
[작가 소개]
지은경은 대학 및 대학원에서 철학과 예술학을 전공했으며,시와 시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문단에 나왔으니 문인으로서의 이력이 30년을 넘었다. 오랫동안 월간 및 계간문예지의 편집 책임을 맡아 일했고 <신문》 발행인으로서의 세월이 16년에 이르렀다. 여러 문학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했고 지금까지 『숲의 침묵 읽기』등 12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이번시집 『오랜 침묵』은 13번째 시집이 되는 터이다. 시 창작과 문예연구를 함께 해온 경력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창작과 연구 양면에 걸쳐 많은 저술이 있으며 칼럼집, 수필집,평론집,논문집, 편저 등의 성과가 즐비하다. 이를 인정받아 10여 회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인의 약력을 요약하여 말하자면, 그는 어느 누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성실하고 치열하게 산 문인이라는 사실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와 같은 수량의 집적 가운데 수발秀拔한 시의 명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식과 사회적 의식을 대비하거나 병합하여 바라보는 언사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시의 형상을 띠고 나타날 때 시적 인식의 선명한 객관화를 도모하는 창작 패턴을 보여준다. 그 발화방식에 있어서는 환경적 조건으로 인한 '침묵'을 깨고 '꽃 한 송이'같은 시를 생산하는 고투의 글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카카오채널 소개 글]
태풍 힌남노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언 다시 강력한 태풍 '난마돌'이 부산·포항·경주 등 남부 지방을 강타할 예정이라 합니다. 친구님들 안전에 만전을 기하시어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며 칠 전 「따뜻한 시집詩集」이란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저와 인연 있으신 시인님들 또 제가 좋아하는 시인님들의 시를 서평이나 또 시인의 말 등을 첨부하여 이틀에 시집 한 권씩 소개됩니다.
아래 채널에 첫번째 소개되는 시인님은 저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집에 서평을 해주신 시인이자 평론가이신 지은경 박사님의 13번째 시집 오랜 침묵으로 대문을 엽니다.
맹태영(시인)
따뜻한 시집詩集님의 스토리를 확인해보세요. https://story.kakao.com/ch/maeng2640/I9At1WV7g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