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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요는 민중들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나서 전해지는 노래이다. 특정한 개인의 창작이 아닌 구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고 불렀던 우리 음악으로, 악곡의 사설이나 지역에 따라 그 음악적 색깔이 다르며 즉흥적이고 대중적이다. 이러한 민요가 예술가곡과 만났다. 그것도 북한민요와 함께. 이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민족의 정서가 가장 잘 구축되어있는 민요와 서양음악의 예술가곡을 연주곡, 서양 성악, 전통 성악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제시하였다.
기존 한국 전통민요를 바탕으로 예술가곡을 창작한 작품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제 37회 한국국민악회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 공연은 기존의 서양음악 어법에 민요선율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의 음악적 배경으로 창작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집단적인 행위를 통해 불러 지고 일정한 율격이 정해져 복합적으로 전승되어 온 민요의 선율구조와 현 시대성을 반영한 서사적인 내용까지도 예술가곡 음악에 담아내어 종합적인 복합 예술로 풀어낸 다양한 작품들이 연주되었다. 이날 연주된 작품들은 예술가곡이 발전했던 낭만 시대의 음악처럼, 음악만 듣고도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도록 민중의 삶과 시대 정신을 민요와 예술가곡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그동안 접근조차 어려운 북한민요의 자료를 바탕으로 <쇠스랑 소리>, <긴난봉가>, <신회양닐리리>, <바람이 분다> 등 다양한 북한민요의 새로운 서사적 모습을 제시하여 통일 음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음악적 시도가 앞으로의 창작 음악의 미래에 어떠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할지 기대된다.
미리보기
예술음악의 원천인 민요
우리 서민의 생활은 삶은 고달프고 모진 목숨이 한스러운 생활이었다. 왜 그토록 논일 밭일은 켜켜이 쌓이던지. 오금 한 번 허리 한 번 펴질 못했다. 들녘에 서서 ‘어이할거나’ 장탄식하면 그제야 신명이 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임아 임아 서방님아 무슨 일로 죽었는가?, 배가고파 죽었거든 밥을 보고 일어나오
목이 말라 죽었거든 물을 보고 일어나오. 배가 고파 죽었거든 밥을 보고 일어나오
돈이 기뤄 죽었거든 이 돈보고 일어나오, 옷이 그려 죽었거든 비단 보고 일어나오
임이 그려 죽었거든 나를 보고 일어나오.
아가 아가 우지마라 너 아버지 죽었단다, 스물여덟 상구꾼아 상여소리 왠일인가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낭군 보고지고, 청춘과부 이내몸이 한평생 어이갈꼬.
<베틀노래> 중에서
청춘과부의 설움을 노래한 베틀가이다. 스물여덟 낭군을 잃은 과부의 서름이 오죽했을까? 시어머니 눈치에 마음껏 푸념도 못하는 서러움을 베틀과 함께 달랬던 청상과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슬픈 노래가 있는가 하면 다음과 같은 사랑 노래가 있다.
총각아 총각아 유다른 총각, 말많은 내 집엘 뭐하러 왔나.
총각 총각 내 말을 들어, 우리 집 영감은 남평장엘 갔네,
명년 이 때는 다 지나 오네.
놀다가 가는 사람 졸장부 사내, 잠자고 가는 사람 대장부 사내라.
<모노래> 중에서
논에서 모를 함께 내면서 부른 모노래이다. 서민들은 때로 이토록 대담한 표현을 하며 함께 일하며, 고통을 나누고 갖가지 소리로 흥을 돋워 삶의 고단함을 덜어냈다.
목청 좋은 이가 앞소리를 ‘어기야 허허’하고 메기면 다른 이들이 ‘어기야 허허- 상사로세’하고 뒷소리를 받는다.
따로 특별한 악기가 없어도 물동이에다 바가지를 담그고 두드리면 물장구가 되고 이것도 훌륭한 하나의 악기가 된다. 농부의 지게목도 또한 훌륭한 악기였다.
이 세상 어느 민족 치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은 민족이 없겠지만, 우리 민족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아주 오랜 한 민족의 전통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책 처음을 보면, 우리 민족이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즐겼다는 기록으로 시작된다. 기원 2-3세기경 중국 진(晋)나라의 진수(陳壽)는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부여 사람들은 정월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며칠동안 마시고 먹고 노래하며 춤춘다. 이것을 영고라고 했다.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노래를 부르고 하루 종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夫餘...以殷正月 國中大會 連日飮食歌舞 名曰迎鼓 無老幼皆歌 統日不絶)
중국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기록으로 며칠씩 먹고 마시며 노래하며 춤춘다는 것으로 시작한 일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또한 북사 고려전(北史高麗傳)에는 장례식에서조차 북을 치며 춤추며 장례를 치른다는 기록이 있다.(葬則鼓舞 作樂送之)
외국에 대한 일을 기록할 때는 그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일을 적기 마련인데, 중국인에게는 한국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이 매우 이채로웠던 모양이다. 이것은 우리조상들이 예로부터 먹고 마시며 노래하며 춤추기를 즐겨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옛 기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우리나라에는 마을마다 골골마다 제각기 특징적인 민요가 많이 있다.
앞으로 많은 작곡가들이 민요에 관심을 갖고 민족음악 창달에 기여하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단기 4354(2021)년 12월 15일
한국국민악회 회장/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문학박사 전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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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도서명: 한국민요 주제에 의한 창작곡집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
음악학 박사 양미지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공연계에 모처럼 창작 음악 예술가곡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지난 2021년 11월 27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모차르트홀에서 한국국민악회 주최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 콘서트가 연주되었다.
한국국민악회는 우리 고유의 음악어법을 추구하여 새로운 현대음악을 창조하고자 모인 작곡단체이다. 3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국민악회는 그간 많은 창작 활동을 통해 우리 음악어법의 확립과 고유의 정서에 바탕을 둔 한국적 현대음악발전에 노력하였다.
또한 한국국민악회에서는 2020년부터 작곡 공쿠르를 시행하여 새로운 작곡가 등단과 독창적인 우수한 작품을 창작한 작곡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한국음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국민음악작곡상>을 수여하였다. 올해 수상식에는 제2회 한국국민음악학회 작곡 콩코르 입상에는 김성진(중앙대 대학원), 제1회 한국음악작곡대상에는 김회영(효성여대 명예교수), 백영은(단국대 음대 학장), 한국음악작곡상에는 심진섭(SCMI 음악연구소 소장)의 수상하였다.
이 연주회는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를 한자리에 모은 발표회였다.
한국국민악회는 지난 2020년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북녘의 아리랑>을 주제로 북한민요를 가지고 콘서트를 개최하여, 음악계에 통일 음악의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보다 더 다양한 남북한 민요를 바탕으로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총 13곡의 창작곡과 2곡의 특별공연으로, 양시종, 주성희, 엄대호, 양미지, 고은영, 김혜란, 정유식, 심진섭, 문성모, 이재신, 전인평, 최윤숙, 정순영 13명의 작곡가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이번 콘서트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연주곡,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전통 성악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연주곡인 양시종 작곡<피아노 독주를 위한 북한민요 쇠스랑 소리에 의한 감성 변주곡>, 주성희 작곡<버들노래 주제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6개의 변주곡>, 정순영 작곡<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광시곡 ‘코로나 블루스’>은 각각 피아노와 다양한 악기의 화성적 조화로움을 민요의 한국적 정서적인 선율로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그중 정순영 작곡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광시곡 ’코로나 블루스‘>는 타악기 연주가가 “코로나야 물러가라” 하며 소리치는 부분에서 현시대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서사적인 표현이 특히 주목되었다.
소프라노 작품에는 엄대호 작곡<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 심진섭 작곡<긴난봉가>, 최윤숙 작곡<달아 달아>, 양미지 작곡<바람이 분다> 이다. 양미지의 작품은 전통음악 판소리의 아니리 창법을 차용하여 민요의 서사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엄대호, 심진섭 작품은 현대음악 기법에 민요의 선율 구조가 조화로운 작품으로 현대 예술가곡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작품이었다. 테너 작품에는 문성모 작곡<아리랑 연가>, 이재신 작곡<정든님 가니>, 두 곡으로 테너 이동현의 풍부한 발성과 표현법이 작품을 한층 더 수준 높게 이끌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또한 바리톤 작품으로는 전인평 작곡<동해안 파도 그리고 어머니>, 정유식 작곡<신회양닐리리>의 작품으로, 바리톤 황규태의 정교한 발성 테크닉과 두 작곡가의 다양한 피아노 반주법과 선율 구조가 조화를 이루어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예술가곡의 음악적 표본을 제시하였다. 전통 성악곡인 고은영 작곡<산에산에>, 김혜란 작곡<닐리리타령>은 가야금 병창의 창작곡을 발표하여 창작 전통음악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특별공연 연주로 거문고 연주자 전진아의 <남북의 거문고 음악>, 풀피리연주가 성수현, 전진연의 <오세철류 새산조>가 연주되어 관객들에게 한층 더 다양한 우리 민족음악을 제시하였다.
이번 공연에는 13명의 작곡가 외에도 피아노 김태연, 전수진, 하순원, 김윤경, 신은주, 노수연, 소프라노 김경희, 태너 이동현, 바리톤 황규태, 25현가야금 박순아, 거문고 전진아, 풀피리 성수현, 전진영, 가야금 병창 김재연, 김영아, 베이스기타 이한복, 퍼커션 이상경, 타악기 김상락 등 17명이 넘는 많은 연주자가 참여한 공연이었다.
우리는 이 연주회를 통하여 민요와 예술가곡 그리고 창작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민요는 민중들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나서 전해지는 노래이다. 특정한 개인의 창작이 아닌 구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고 불렀던 우리 음악으로, 악곡의 사설이나 지역에 따라 그 음악적 색깔이 다르며 즉흥적이고 대중적이다. 이러한 민요가 예술가곡과 만났다. 그것도 북한민요와 함께. 이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민족의 정서가 가장 잘 구축되어있는 민요와 서양음악의 예술가곡을 연주곡, 서양 성악, 전통 성악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제시하였다.
기존 한국 전통민요를 바탕으로 예술가곡을 창작한 작품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제 37회 한국국민악회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 공연은 기존의 서양음악 어법에 민요선율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의 음악적 배경으로 창작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집단적인 행위를 통해 불러 지고 일정한 율격이 정해져 복합적으로 전승되어 온 민요의 선율구조와 현 시대성을 반영한 서사적인 내용까지도 예술가곡 음악에 담아내어 종합적인 복합 예술로 풀어낸 다양한 작품들이 연주되었다. 이날 연주된 작품들은 예술가곡이 발전했던 낭만 시대의 음악처럼, 음악만 듣고도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도록 민중의 삶과 시대 정신을 민요와 예술가곡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그동안 접근조차 어려운 북한민요의 자료를 바탕으로 <쇠스랑 소리>, <긴난봉가>, <신회양닐리리>, <바람이 분다> 등 다양한 북한민요의 새로운 서사적 모습을 제시하여 통일 음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음악적 시도가 앞으로의 창작 음악의 미래에 어떠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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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한국민요 주제에 의한 창작곡집
I. <발간사> 민요와 창작(전인평)/ 6
II. 예술음악의 원천인 민요/ 9
III. <평론> 예술가곡과 피아노 작품으로 태어난 우리민요(양미지)/ 11
IV. 작 품 모 음/ 14
1. 전인평: <태백산 아리랑> 14
2. 주성희: <COVID-19 Pandemic에 울려퍼지는 아리랑> 21
3. 주성희: <‘버들노래’ 주제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6개의 변주곡> 31
4. 문성모: <아리랑연가, Lovesong "Arirang"> 39
5. 문성모: <아리랑 아라리요, Arirang Arariyo> 47
6. 심진섭: <긴 난봉가> 54
7. 정순영: <너에게 가는 길> 66
8. 정순영: 인성과 피아노를 위한 <회심곡> 71
9. 최윤숙: <달아 달아> 77
10. 엄대호: <한국 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 88
11. 이재신: <정든 님 가니> 98
12. 이재신: <연정(戀情)의 아리랑> 102
13. 고은영: <가야금병창을 위한 산에산에> 109
14. 김혜란: <닐리리타령> 117
15. 정유식: <신회양닐리리> 128
16. 양미지: <바람이 분다> 139
17. 양시종; <Emotional VARIATIONS by DPRK's traditional song Soesǔrang sori for Pianoforte solo>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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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작곡가) 소개
전인평 (1945~) 박사
서울대 음대, 대학원 및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중앙대 국악대학 학장 역임, (현) 중앙대 명예교수.
국립극장 자문위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아시아음악학회 대표,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
한국음악평론가협회 회장, 한국국민악회 회장,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주요작품: 거문고협주곡 <왕산악>, 관현악곡 <쿠쉬나메>, <실크로드의 노래>
주요저서: <새로운 한국음악사>, <아시아음악 오디세이>, <동북아시아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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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모 박사
서울예고, 서울음대, 장신대 대학원 졸업
독일 오스나부뤽대학교 철학박사(음악학/Dr.Phil.)
대전신학대학교 총장, 서울장신대학교 총장
한국교회음악작곡가협회 이사장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수여, 서울음악대상 수상
(현재)
한국음악평론가협회 부회장, 국민악회 부회장 강남제일교회 목사
베아오페라예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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