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입학하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볼거라고 외쳤지만 자기 마음대로(주로 놀면서) 일과를 보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학습 계획을 세우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쉬고(주로 핸드폰 보기) 저녁 먹고 공부를 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공부 시작 시간은 계속 미뤄진다. 결국 자정을 넘겨도 목표했던 학습량을 다 채우지 못하기 일쑤이다. 아침마다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미리 좀 해놓고 밤에 일찍 자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아이는 노는 것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모양이다. 그게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자꾸 한두 마디 보태게 된다. 아이 입장에서는 듣기 싫은 잔소리일 뿐이다.
'중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강의하는 강용철 선생님
‘저렇게 공부하면 안될 텐데...’
중학교 23년차 교사이자, EBS 중학국어 대표강사인 강용철 선생님께서 <자기 주도 학습, 어떻게 도울 수 있나>를 강의하신다니 궁금했다. 아이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선생님은 100인이 있다면 100색의 학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습법의 기본 전제임을 강조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옆집 아이나 책에 나오는 유명인이 성공한 공부법은 그 사람의 것이고 우리 아이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어 봤고 그래서 잘 안다는 확신 때문에 아이에게 공부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못한다. 이제 막 자기주도 걸음마를 떼 보려는 아이에게 응원은커녕 ‘저러면 안 될 텐데. 저러면 넘어질 텐데’하는 속내를 숨기지 못해 끙끙대고 있다. 내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갈 생각이 없는 아이와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렇다. 아이와 나는 식성도 음악 취향도 모두 다 다른데 어찌 공부 방법이 같을 수 있겠는가.
부모와 아이의 대화 양, 이상적 비율은 몇 대 몇?
강의 후반부에 선생님은 자기 주도 학습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신다. 담임으로서 꼴찌 반을 일등 반으로 만든 사례, 플래너 작성하는 법, 기출문제와 학교 방과 후 과정을 활용하는 법 등. 이 부분은 아이가 직접 강의를 듣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 선생님은 부모의 역할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공감해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공부 감정을 읽어주는 일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 그러려면 부모보다는 아이가 훨씬 더 많이 이야기 해야한다. 그 비율이 몇 대 몇이 되어야 할까? 강의를 직접 듣고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상적인 비율을 지키기 쉽지 않겠지만 일단 그 근처로 가는 걸 목표로 삼아 본다.
중학교 공부는 초등과 달리 급격히 어려워지니 아이들은 힘들고 불편하다. 그렇다고 서둘러 그 불편함을 제거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좋은 학습자가 되려면 ‘불편함과 만나야 한다’는 지적은 답답했던 내 마음에 퍼뜩 빛을 밝혔다. 급한 불 끄듯,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나의 조급함이 비로소 보였다. 아이와 나는 다르기에 내가 가진 정답이 아이에게는 오답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격려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답을 주려 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강의를 듣고 난 지금,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뭐라고 물어야할지부터 고민해야겠다.
* 이 글은 노워리기자단에서 강의 녹화 영상을 사전에 보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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