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종호수 징검돌
-여섯 살이 사는 법
손자의 외가에서 늘 봐주던 오후 나절
사돈님 입원하자 내 몫이 된 돌봄 시간
여섯 살 남자 아이가 작전개시 왕따행
겨울 날 추운 오후 나선 발치 세종 호수
퀵보드 타고갈 길 바람몰이 손자 녀석
급경사 긴 내리막길 같이 가길 다짐받다
출발 후 언제 그랬나 내빼듯 쏜살같이
할머니 미아되길, 뜀박질 더 바빴을까
태연히 굴다리 아래 징검돌 위 오간다
2. 어떤 보폭
-피쉬본
고기가시 같아보여 '피쉬본' 부른 걸까
볼수록 앙징스레 허리춤에 산 하나 씩
번갈아 경쟁하듯이 초록 계단 내밀지
지칠 줄 모르는 저 오르막 길 탐사군단
오른쪽 탑은 6층, 왼쪽 탑은 7층 두어
누구도 뛸 당번 선수 알아채고 말겠네
터 잡은 부엌 창가 비좁아질 그날까지
릴레이 보폭 속도 승승장구 응원할께
조금도 지치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꾸나
3 엉거주춤 노거수
-팽나무
아랫 동네 옛 골목길 조금만 돌아들면
이끼낀 돌담 근처 가빠지는 들숨날숨
삼거리 이정표처럼 약속인양 지킨 터
맴돌듯 앉은 자리 동네의 쉼팡으로
왼팔도 내어주고 오른팔도 다 내줬듯
젊은 날 주마등처럼 스쳐가듯 아닌 듯
묵묵히 숙제하듯 한 세월 헤다헤다 어디서 놓쳤는지 나이마저 묻지마라
가만히 눈빛 맞추자 굽어보다 되묻네
4.수평선
우리는 누군가를 닮아가려 애쓴다
한없이 키 맞추려 키 재는 수평선처럼
손으로 맞잡지 못해 마음 다해 가닿지
5. 이끼 바위
가막샘터 하류쯤 너럭바위 그 언저리
바닷물 또는 빗물 날아든 정한수여
움푹 팬 한가운데로 깃든 젖은 거울아
하늘도 들여놓고 오고가는 새들까지
제 얼굴 비춰 보고 목 또한 축이도록
급할 것 하나도 없는 일번지 터 수문장
카페 게시글
10집
고해자 / 세종호수 징검돌 외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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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6 23:5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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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