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수칙 10가지
아래 내용은 저희 아이들과 직원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오랜 경험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하시면 더욱 알차고 보람된 육아원의 방문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방문 전에, 연락을 주시면 좀 더 의미 깊은 만남이 됩니다.
이곳은 저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가정입니다. 방문 전에 먼저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초 계획보다 인원이나 시간, 내용 등에 변동이 있을 때도 연락을 주시면 손님을 맞이하는 저희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예) ○○단체가 13일 오후 5시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사전 연락도 없이 오시지를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미리 말을 해두었는데…, 결국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꼴이 되었다.
둘째, 특별한 아이만을 편애하는 것은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특별히 정이 가는 아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어른은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편애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1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A 자원봉사자께서는 오실 때마다 “현빈”이만을 예뻐하시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아이들은 시샘도 나고, 괜히 심통을 부리곤 하였다. 더구나 “현빈”이 역시 혼자만의 사랑을 받다 보니 버릇이 나빠지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 결국, 모든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셋째, 아이들의 사생활을 묻거나 침해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예) 대학생 B양은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하여 “철수”에게 “이곳에 무슨 이유로 입소하게 되었느냐?”, “아버지는 어디 사시냐?” 등의 사생활을 물어 아이게 상처를 주었다. 이 아이는 그날 밤 울면서 속상해했다. 아버지의 상습적인 학대로 입소 된 이 아이에게 입소의 이유와 아버지에 대해 묻는 것은 불행한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넷째, 각 생활방 선생님의 양육 방식과 의견을 잘 따라주시는 것이 절대 필요합니다.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에는 육아원이 가장 잘 압니다. 그러나 어떤 방문객께서는 권한을 뛰어넘어 육아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신만의 판단으로 아이들을 상대하는 바람에 오히려 아이게 해를 끼치고, 육아원의 양육질서를 무너뜨릴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 반드시 육아원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조언을 얻는다면 더욱 의미 있는 방문이 될 것입니다.
(예) 자원봉사자 C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자상하기까지 하신 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의 응석이나 의견을 무조건 다 들어 준다는 점이다. “효리”가 무슨 음식을 먹고 싶다면 한 아름 가져다주고, 배가 부를 때까지 사주곤 하였다. 육아원에서 여러 번 제지하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효리”는 식탐이 강하고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먹는 생활습관 때문에 음식조절이 필요한 아이였다. C가 다녀간 날이면 “효리”는 복통을 호소하거나 육아원 선생님들께 버릇없이 구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육아원이 떠안아야만 했다.
다섯째,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말이나 행동은 아이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됩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생활방을 불쑥불쑥 열어보거나, 아이들에게 이른바 꼰대스럽거나 훈계조의 가르침은 육아원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저희 아이들에게도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아이들의 입장과 생각을 우선하면서 만나는 게 최고입니다.
(예) △△단체에서 오시는 방문객들은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 않음에도 명령조로 말을 하고, 아이들의 물건을 만지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생활방에 들어가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육아원의 직원들의 마음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구든 무시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섯째, 아이들의 얼굴이나 개인정보가 밖으로 노출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육아원은 아이들에게 가정이자, 가정 안전해야할 보호장소 입니다. 따라서 얼굴이나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범죄피해를 입을 수 있고. 특히 자존심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예) ◇◇단체 회원들 13명이 선물꾸러미를 가지고 육아원에 방문하셨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좋아 웃음꽃이 피었다. 방문객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다음날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니 그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육아원에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이 되고 말았다.
일곱째, 동정심을 우리 아이들은 싫어합니다.
시설아동이라고 특별히 편견이나 동정심을 갖고 대하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로 대해주시면 됩니다.
(예) ○○교회 신도 분들이 방문하셨다. 이분들은 즐겁게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떠날 때쯤, 그분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다. 그러나 기도 내용에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고 가련한 아이들임을 자꾸 강조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마음은 무척 무거워졌다.
여덟째, 약속은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아이들에게 지킬 약속만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육아원과 했던 약속도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여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사전에 연락만 주시면 됩니다. 그밖에 육아원과 서로 약속했던 사항은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예) □□단체 방문객들이 우리 시설에 방문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다음 주에도 놀러오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 없이 오시지를 않아 아이들이 무척이나 실망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될 때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게 중요하다.
아홉째, 아이들을 직접 돌보고 있는 선생님들과 긴밀하게 협조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방에는 담당 선생님(사회복지사)들이 있습니다. 이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양육 전반에 걸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부모이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책임감을 지고 있는 생활방 선생님들의 의견과 조언을 얻고 아이들과 어울리면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예) 후원자 한 분이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후원자께서는 아이가 차를 타고 싶다고 하여, 무턱대고 데리고 나간 것이다. 그 방 선생님은 여섯 살 박이 아이가 3시간 동안 보이지를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다. 결국 육아원 전체가 그 아이를 찾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열째, 우리 아이들도 모든 아이와 같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일반 아이들이나 우리 아이들이나 똑같다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그냥 이웃집 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도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깊이 헤아려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편견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거나, 지나치게 잘 해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예)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는 “고아원(원래는 아동양육시설이 맞습니다)치고는 너무 잘 먹고 있으니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말하는 방문객들이 있었다. 듣는 아이들도 기분이 나빴고 직원들도 가슴이 아팠다. 여기 사는 아이들이라고 늘 불쌍하게 살아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따스한 가정도 든든한 가족도 없는 우리 아이들은 더욱 더 많은 지원과 좋은 집에서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현명한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떡거려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