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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책
이둘임
오솔길이 문을 연다
산책은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일까
생의 서사에 궁색한 언어는 없다
숲에 비치는 아침 햇살
밝고 선명한 빛줄기에 나무들이 깨어난다
코끝으로 읽는 피톤치드의 마력인지
맥없는 생각들이 녹아내린다
점차 가벼워지는 뒤통수
숲의 새들이 음표를 그리며 독경을 들려준다
자연의 화음 잔잔한 여운은 귀를 깨운다
울룩불룩한 산책길 따라
한 걸음씩 발자국을 옮기며
뿌리의 근육을 발끝으로 옮겨온다
시집 같은 단풍나무
소설책 같은 느티나무
산문집 같은 참나무
누구는 나무를 책이라고 하고
책은 나무라고 하는데
장서 같은 숲속 나무들
이미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저들의 영역
입체적으로 늘어서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한다
전신에 눈이 있는지 빠르게 읽는 몸
나는 숲속 삼매경에 빠져 있다
숲속의 책 / 이둘임
* 장점: 소재 잡기, 이야기를 만드는 말법,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짜가는 것, 안정적으로 시쓰기를 잘한다. 산책은 책읽기와 접목시켜서 시를 썼다. 책처럼 산을 읽는다는 발상. 산을 온몸으로 교감하면서 살아있는 자연을 읽는다는 창작의도가 돋보인다.
* 단점: 산책은 책읽기로 쓴 시가 여러 편 있다. 단어의 연걸이 상식적이다. 관념어가 많다. 쓰인 관념어의 예: 생의 서사, 마력, 생각, 화음, 여운, 영역, 삼매경 등.... 관념어 대신 사물어, 동사를 많이 써야 한다. 관념어를 쓰되 어떻게 사물처럼 쓸 것인가를 고민해 보자.
좀더 느낌의 언어를 쓰라. 산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느낀 것들을 둑자들이 같이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가평 가는 길
성 용애
멈칫거리는 낯선 길이
환하게 불이 켜지며 안내판이 드러났다
25번국도
샛노란 애기똥풀들 환호성이
하늘을 덮는다
푸른 칙 뒤집어 쓴 산이 천천히 다가와
간신히 벌어진 골짜기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운무 풀어진 산 말랭이
비틀거리며 넘어오는 명지바람 퍼런 서슬에
멍하니 졸고 있던 바위가 깜짝 놀라
길을 비켜 앉는다
뒤쪽으로 달아나는 고라니 궁둥이가
늙은 소나무 사이에 걸려 못이 밬힌다
아득한 눈 끝
장어 빛 북한강
산과 산 틈새를 비집고 구불구불 기어가다
덩치 큰 산더미에 머리를 숨기고 있다
마를렌 노르망드 초록 빗속을 달리는
아이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낙원의 한 가운데
우리는 평화의 숲을 건너고 있었다
가평 가는 길 / 성용애
* 장점: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느낀 것을 잘 관찰해서 썼다. 느낌을 상상력으로 변형시켜서 쓰거나 독자가 실감나도록 느낌 그대로를 표현했다. 느낌의 생동감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미지의 잔상, 느낌 속에서는 착각도 사실이 된다.
당 번
맹인숙
한 달의 한번
거동을 못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약을 처방받아 한걸음에 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땅콩 같은 흑갈색 집
땅콩집으로 지팡이가 걸어 들어간다
나도 따라 들어간다
초가지붕 아래
방 하나
툇마루 밑에
저장고인 토굴
사 남매는 어머니 눈을 속여가며
골았던 배를 채우곤 했지
가슴으로 낳은 씨앗들
자식 농사 거둘 무렵
어머니 등은 가자미처럼 바닥에 붙어 버린다
혀를 굴려 내뱉는 언어, 허공에 떠다닌다
힘 빠진 다리
다리 하나가 더해진다
방안에서 참새 쫓는 어머니
훠이훠이
한평생 텃밭의 씨앗들을 씻기고 입히고
이제는 눈물로 곡식을 거두신다
마실 오는 아낙네도 발 끊은 지
수개월 된다고 보채신다
순번이 의무가 된 지 몇 해가 지나갔을까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어머니를 위해
지친 마음 저녁노을에 풀어놓는다
숲속의 책
이둘임
오솔길이 문을 연다
산책은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일까
생의 서사에 궁색한 언어는 없다
숲에 비치는 아침 햇살
밝고 선명한 빛줄기에 나무들이 깨어난다
코끝으로 읽는 피톤치드의 마력인지
맥없는 생각들이 녹아내린다
점차 가벼워지는 뒤통수
숲의 새들이 음표를 그리며 독경을 들려준다
자연의 화음 잔잔한 여운은 귀를 깨운다
울룩불룩한 산책길 따라
한 걸음씩 발자국을 옮기며
뿌리의 근육을 발끝으로 옮겨온다
시집 같은 단풍나무
소설책 같은 느티나무
산문집 같은 참나무
누구는 나무를 책이라고 하고
책은 나무라고 하는데
장서 같은 숲속 나무들
이미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저들의 영역
입체적으로 늘어서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한다
전신에 눈이 있는지 빠르게 읽는 몸
나는 숲속 삼매경에 빠져 있다
가평 가는 길
성 용애
멈칫거리는 낯선 길이
환하게 불이 켜지며 안내판이 드러났다
25번국도
샛노란 애기똥풀들 환호성이
하늘을 덮는다
푸른 칙 뒤집어 쓴 산이 천천히 다가와
간신히 벌어진 골짜기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운무 풀어진 산 말랭이
비틀거리며 넘어오는 명지바람 퍼런 서슬에
멍하니 졸고 있던 바위가 깜짝 놀라
길을 비켜 앉는다
뒤쪽으로 달아나는 고라니 궁둥이가
늙은 소나무 사이에 걸려 못이 밬힌다
아득한 눈 끝
장어 빛 북한강
산과 산 틈새를 비집고 구불구불 기어가다
덩치 큰 산더미에 머리를 숨기고 있다
마를렌 노르망드 초록 빗속을 달리는
아이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낙원의 한 가운데
우리는 평화의 숲을 건너고 있었다
당 번
맹인숙
한 달의 한번
거동을 못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약을 처방받아 한걸음에 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땅콩 같은 흑갈색 집
땅콩집으로 지팡이가 걸어 들어간다
나도 따라 들어간다
초가지붕 아래
방 하나
툇마루 밑에
저장고인 토굴
사 남매는 어머니 눈을 속여가며
골았던 배를 채우곤 했지
가슴으로 낳은 씨앗들
자식 농사 거둘 무렵
어머니 등은 가자미처럼 바닥에 붙어 버린다
혀를 굴려 내뱉는 언어, 허공에 떠다닌다
힘 빠진 다리
다리 하나가 더해진다
방안에서 참새 쫓는 어머니
훠이훠이
한평생 텃밭의 씨앗들을 씻기고 입히고
이제는 눈물로 곡식을 거두신다
마실 오는 아낙네도 발 끊은 지
수개월 된다고 보채신다
순번이 의무가 된 지 몇 해가 지나갔을까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어머니를 위해
지친 마음 저녁노을에 풀어놓는다
도시의 사냥꾼
이복희
매복이 어설프다
기차역 기둥 사이로 시커먼 물체가
언 듯 보였다 사라진다
탑승 오 분 전
뒤뚱 걸음으로 다가오는 비둘기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주억거리는 그림자가 빨라진다
설마, 내가 물고 있는 빵이 표적인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짐승처럼
빵을 성급하게 입으로 구겨넣는다
부스러기까지 털어 넣다 얼굴에 뒤집어쓴다
셔츠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허기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헛배가 부글거린다
때마침 미끄러지듯 기차가 들어온다
사냥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순간
바닥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빵부스러기를 쪼고 있는 불굴의 의지가 저기 있다
도시 불빛에 길든 사냥꾼
작심한 듯,
콘크리트 바닥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숲의 저녁이 목구멍에서 덜컥거린다
문이 닫혔습니다
이재순
접근금지 방해금지
투명 테이프로 붙인 종이가
몇 번 기침하듯 펄럭이다
기진한 잎처럼 가라앉았습니다
심해로 들어간 잠수함처럼
며칠 동안 발신이 없었습니다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같이
문이 닫혔습니다
할 일 없는 문은 벽입니다
바람을 가둘 수 있나요?
파도는 스스로 멈출 수 없다지요
오래도록 혼자 심심했던 달 때문이라지요
매일 밤 문 두드리듯 기도하면
제 살을 갉아먹듯 말라가던 달
백만 년 동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달을 업은 깡통들이 일제히 나무를 흔들었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막걸리 안개
목혜영
바닷가로 이사 온 첫 해 장마철
신발이며 옷가지며 집안 곳곳이 곰팡이 소굴이 되었다
찹쌀 보리쌀 멥쌀까지 푸른 꽃이 피었다
이번 장마는 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오락가락
지리한 장마전선이 보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문이란 문은 걸어 잠그고 습기와 전쟁 중이다
물먹는 하마로는 어림없다
제습기로 한나절에 물 한 동이씩 퍼 올리고 있다
창밖엔 안개가 자욱하고
집안에선 막걸리가 익어간다
난생처음 막걸리를 빚었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쌀을 씻어 여섯 시간 불린 다음 찜통에 사십 분 찌고 십분 간 뜸 들인다 꼬도밥은 재빨리 식힌다 불린 누룩에 밥을 섞어 항아리에서 발효시킨 다음 자루에 짠다
분명 레시피대로 했는데 신맛이 강하게 난다 실패했다
신맛 나는 막걸리를 살리기 위해 꼬도밥을 다시 섞어 두 번 발효시키는 이양주에 도전한다
다른 항아리엔 처음부터 다시 찹쌀로 빚은 단양주를 담근다
기다린다 바라본다 저어준다 기다린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자다가도 일어나 냄새 맡고 살피고 바라본다 꿈속에서도 막걸리를 빚다가 깬다
사흘째 되는 날 항아리에선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눅눅한 볏짚 냄새와 시큼달큼한 향기에 난다
안개는 더욱 짙어졌고 앞 동도 가로수도 사라졌다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모릅니다
이윤경
왜 머리가 아픈지 모릅니다
왜 두통이 날로 심해지는지 모릅니다
두통은 또 다른 두통을 낳고, 그 두통이 원을 그리면서 회전을 합니다
얼굴은 허옇게 되고 누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나는 보란 듯이 엉엉 울 것입니다
역곡역의 밤은 분주하고 지저분합니다
한 아주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끊임없이 대화를 합니다
삿대질을 하면서 때론 심오한 표정을 지으면서 돌출된 입으로 침을 튀어가며 대화를 합니다
대화를 들어줄 상대방은 없습니다
맞은편에선 할머니가 커다란 고무 대야에 상추와 고추 애호박을 진열하고 계십니다.
하늘을 향해 치켜든 궁둥이가 어느 개선장군 못지않습니다
어느 날은 젊은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좁디좁은 정류장 근처를 차지하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깨동무를 한 좀비들은 무엇이 즐거운지 웃음으로 대화를 덮어 버립니다
나는 빨리 그곳을 벗어나 집에 가고 싶습니다
젊은 좀비들은 노래를 부르고 악을 쓰고 몇몇의 커플은 구석에서 잔인한 키스를 합니다
그들의 몸을 섞은 키스가 왜 잔인하고 더러운지 모릅니다
나는 내 두통을 그곳에 두고 도망치고 싶습니다
내 머리아픔과 잔인한 키스와 여기저기 뿜어대는 담배연기
내가 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핸드백에서 얼른 타이레놀을 꺼내 물 없이 삼킵니다
서열
김태임
학교 갔다 집에 온 아들 녀석
엄마하고 눈도 마주치기 전에
고양이한테 야옹거린다
잠잘 때 이불 속에서도 끌어안고 잔다
이불이며 옷이며 온갖
짧고 길고 검고 흰 털들이 반짝거린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찍찍이 테이프
아무렇게나 던져진 옷들을 보면
저 털들을 언제 다 떼지
생각이 풀풀 날아다닌다
청소기가 바닥을 기기 시작하면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
털을 곤두세우고 도망간다
"엄마 애들이 놀라잖아"
5단 최고로 구석구석 돌린다
밥 담당, 똥 담당 요일을 정한 아들들
불규칙하지만 간식 담당도 있다
그 속에 털은 빠졌다
"현관문 열어놓을까보다 고양이 도망가게"
컴퓨터 앞에서 사납게 야옹거리는 아들들
아침에 눈을 뜨면
방바닥부터 스캔하는 동공이 커진다
고양이는 새벽에도 잘 논다
꽃의 감옥
조선이
꽃병을 머리맡에 둔 엄마가 일어나지 않는다
새들이 풍경 속에서 꽃비처럼 흩어진다
오월의 영혼을 위로하며 숲속을 걷는다
때죽나무 꽃들이 땅바닥 향해 고개를 숙일 때
꽃보다 진한 결의에 숨이 막힌다
나뭇가지에 젖꼭지처럼 매달린 꽃을 올려다보면
젖떼기도 전 돌림병으로 죽은
핏덩이의 울음이 들리는 듯하다
새들이 닿는 곳마다 그날의 고름 냄새가 난다
내 안에 그림자, 꽃을 바라볼수록
이름 없는 얼굴이 문장처럼 겹쳐진다
때죽나무꽃 아래 동생을 묻고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호미를 들었다는 엄마
심장에 점점이 검은 꽃잎이 찍힌다
이 꽃 저 꽃을 오가며 안부를 묻는 벌떼들
해마다 봉화산에 꽃 냄새 흐드러지면
이름 없는 기억으로 한 사흘 앓아눕는 저녁
하얀 꽃잎이 봉분 없는 무덤 위에 고무신처럼 놓여있다
속눈썹 가만히 문지르면
먼 나라 꽃향기가 감옥이 되는 것 같다
길
完 수윤
대문을 나서자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그
부지런히 뒤를 쫓아간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는,
뜀박질에도 좀체 좁혀지지 않는 저 거리
우린 식구가 맞는가
나는 아직 남편의 여자가 맞는가
남편과 나 사이
내 새끼들의 어미, 아비라는 그 지근거리로
낮달이 뜨고, 낙엽이 뛰어다니고
싸락눈이 내린다
꽃그늘 같은 남편과 빈 가지 같은
나,
기억에 되감기는
눈부신 햇살과 바람을 간질이는
풀향기들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장길이 남아 있겠지만
남편은 저 앞
나는 이 뒤
저리 몸이 달아오른 연인들 보면서도
그냥,
꽃잠의 달콤함마저 잊어버린 걸까, 우린
숲속의 책 / 이둘임
* 장점: 소재 잡기, 이야기를 만드는 말법,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짜가는 것, 안정적으로 시쓰기를 잘한다. 산책은 책읽기와 접목시켜서 시를 썼다. 책처럼 산을 읽는다는 발상. 산을 온몸으로 교감하면서 살아있는 자연을 읽는다는 창작의도가 돋보인다.
* 단점: 산책은 책읽기로 쓴 시가 여러 편 있다. 단어의 연걸이 상식적이다. 관념어가 많다. 쓰인 관념어의 예: 생의 서사, 마력, 생각, 화음, 여운, 영역, 삼매경 등.... 관념어 대신 사물어, 동사를 많이 써야 한다. 관념어를 쓰되 어떻게 사물처럼 쓸 것인가를 고민해 보자.
좀더 느낌의 언어를 쓰라. 산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느낀 것들을 둑자들이 같이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가평 가는 길 / 성용애
* 장점: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느낀 것을 잘 관찰해서 썼다. 느낌을 상상력으로 변형시켜서 쓰거나 독자가 실감나도록 느낌 그대로를 표현했다. 느낌의 생동감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미지의 잔상, 느낌 속에서는 착각도 사실이 된다.
당번 / 맹인숙
* 퇴고시 생각할 점
선택과 집중을 해서 쓰면 좋겠다.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독자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정보를 다 주면 현장감. 사실감이 떨어진다.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4,5연을 중심으로 시적화자가 본 것, 느낀 것을 써라. 독자가 어머님이 계신 그 현장을 보는 것처럼 써야 한다.
추천 시: 백석의 [여승]
긴 인생이야기를 결정적 장면만 잡어서 각 연에 1개씩 4개의 연으로 다 담아썼다.
시는 나무의 단면을 잘라서 나무 전체(지나간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도시의 사냥꾼 / 이복희
* 장점:도시에 적응한 비둘기의 생존기.
- 사람이 오히려 비둘기를 피하거나 비둘기에게 쫓기는 상황을 관찰하고 묘사했다.
- 좋은 표현: 빵부스러기를 쪼고 있는 불굴의 의지가 저기 있다/ 콘크리드 바닥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주억거리는 그림자가 빨라진다.
*퇴고할 때 생각할 점
사건의 겉모습 위주로 관찰하고 표현했다. 시적화자가 느끼는 섬짓함, 두려움, 쫓기는 마음을 약하게 표현했다. 비둘기가 내 빵을 채갈까? 이것이 아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 맛, 행동을 써야 한다. 독자가 공감하려면 사건의 겉모습이 아니라 사건이 몸 안으로 들어와 일어나는 것을 써야 한다. 사건 자체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일으킨 감각적 사건. 감정적 사건. 심리적 사건을 써야 한다. 4연의 장면에 집중~
추천 시 예- 김춘수의 [꽃]
꽃이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와서 일으킨 사건을 쓴 시다.
문이 닫혔습니다 / 이재순
상황을 삭제하고 심리만 노출한 시다.
첫연 첫행이 ‘접근금지 방해금지’로 시작해서 살인사건 현장인가 오독을 하기도 한다. 어떤 상황을 조금은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
‘오래도록 혼자 심심했던 달 때문이라지요’ 이 부분이 어색하다. 대상과의 관계, 사건과 관련되어서 서야 한다.
막걸리 안개 / 목혜영
장점: 시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구성을 생각하고 뒤틀어보자. 3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퇴고 방향
왜 막걸리를 만들게 되었나를 이야기 중간중간에 넣어보라. 4연 막걸리 이야기 사이사이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모릅니다 / 이윤경
* 장점: 상황과 문장이 잘 어울린다.
시의 문장이 꾸미지 않고 보고 느낀 것을 써서 좋다.
문장도 길지 않고 1행에 1 문장이라 늘어지지 않고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체가 스타까토 문장이다. 짧은 문장이 총 쏘듯이 열거되어 힘이 있다.
* 퇴고시 생각할 점
- 1연을 삭제하고 2연을 첫연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지명인 역곡역이 거슬리면 이니셜로 Y역으로 고쳐도 좋다.
왜 잔인하고 더러운가. 왜 좀비라고 했는가?- 주관적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객관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좀비라고 부르려면 키스하는 그들이 좀비처럼 보이는 어떤 행동이나 모습을 그려야 독자가 공감한다.
버스는 오지 않고 머리는 지끈지끈거리는 상황에 더 집중하고 써 보라.
서열 / 김태임
- 엄마 입장에서는 아들이나 고양이나 똑같이 보인다.
고양이를 보는 아들과 엄마의 극단적인 관점을 보여주라.
고양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아들들은 비켜라고 야옹야옹거린다.
유머러스한 목소리로 써 보자.
쓰지 않는 기간에도 작가는 작품을 쓰고 있다.
시창작공부
예,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앞부분에서 이렇게 나와 있다.
시를 쓰려면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경험 후에는 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각이란 기억 속에서 수많은 경험들이 발효, 변형, 수정, 성장(확대), 무의식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후에 몇 줄의 문장이 나온다. 시를 쓰려면 순간에 쫘악 나오는 것이다.
경험- 망각- 기다림- 시쓰기
예, 김애란의 종이물고기, 이문열의 금시조(10년 전부터 착상하고 생각함, 첫문장이 터지자 1주일만에 중편소설 완성함.
꽃의 감옥 / 조선이
* 장점: 엄마의 슬픔을 꽃이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잘 표현했다. 사물속에는 감정이 숨어 있다. 사물은 감정을 절제하는 역할을 한다.
* 단점: 비유가 너무 많이 쓰였다. 시가 장식적으로 됨으로서 진정성과 생동감을 가리게 된다. 비유를 줄여라. 숨은 화자인 나는 끝까지 숨어 있고 엄마만 나오도록 써야 한다. 숨은화자가 나로 등장하니까 시읽기가 방해된다.
길 / 윤완수
* 장점: 가족(부부)간의 관계, 거리에 대해 썼다. 거리를 낮달, 낙엽. 싸락눈., 꽃그늘, 빈 가지 등등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표현한 것이 좋다. 여러 사물이미지로 상상하게 한 것이 재미있다.
특히 2,3연의 표현이 참 좋다.
* 퇴고시 생각해 보기
직접적인 의미부여는 빼면 좋다. 예: 우린 식구가 맞는가/ 나는 아직 남편의 여자가 맞는가/ 꽃잠의 달콤함마저 잊어버린 걸까 우린....
거리를 두고 걸어 가는 장면과 그 거리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로 시를 채워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