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강좌] 1강
디카시는 예술성, 대중성을 지닌 멀티언어다.
"우리는 아는 것이 많다. 그러나 느끼는 것엔 인색하다.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창의적인 삶엔 더더욱 관심이 적다."
인간의 존재적 가치를 찾는 길이 정작 중요함을 느끼기까지 그 계기를 찾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 속에 밥을 먹을 때부터 거리를 걷거나 여행을 갈 때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인증샷을 날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과 5행 이하의 시적 언술로 창조된 멀티언어 디카시는 세종대왕의 한글처럼 위대한 발명품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디지털카메라의 강대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04년 경남 고성에서 디카시 지역문예운동이 시작되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까지 지부가 결성되고 있다. 위대한 발명품 디지털문학 디카시가 K-리터러쳐 한류 열풍을 이끄는 문화적 코드가 되었다.
세계 각국 대학의 한국어학과나 한국어학당 등의 대학생들이 한글로 된 디카시를 공모전에 응모하면서 디카시는 하이쿠보다 더 빠른 속도로 K 한류를 이끌고 있다. 과거나 현재의 태권도가 한국어로 모든 국제경기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게 하듯, 디카시를 만든 종주국인 한국어를 익혀야 우리의 K-리터러쳐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기에 국위선양이 가능한 멀티언어가 된 것이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의 '디카'와 '시'의 합성어이다. 디카시의 세계화는 곧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인류문화유산의 성지가 되는 것이다. 그 문화유산의 중심에 한국디카시인협회가 있고 국제 도시 부산에서 디카시의 세계화에 부응하고자 한국디카시인협회 부산지부(부산디카시인협회)가 태어났다.
디카시 밴드의 특수성상 디카시 강좌를 매주 토요일마다 올린다.
주목할 점은 시적 긴장감이 있는 시는 창조적 상상력에서 발현된다는 점이다. 디카시는 감흥을 떠오른 사물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감흥이 있을 때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그 감흥을 시적 모티프로 삼고 5행 이내의 짧은 시적 언술로 표현하는 촌철살인적인 작품이다. 주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진술의 시보다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 암시적 내용이 느껴지도록 할 때 좋은 디카시가 된다.
부언하면 좋은 디카시는 사진에 담긴 소주제와 시적 소주제가 제목과부합됐을 때 일으키는 파장이 클수록 효과적이다. 그 파장은 암시와 같은 비유가 있을수록 더 큰 감성을 자아낸다. 파장의 힘은 감동이다. 낯설게 만드는 ‘개성’이 클수록 크게 번지고 오래 남는다. 한국문학사에서 최고의 작품 반열에 놓이는 작품들은 그 작가만의 ‘컬러’, 독특한 '개성'이 단연 압권이다. 그러므로 뻔한 제목, 누구나 찍고 쓸 수 있는 고정된 작품이나 표현, 꽃이나 자연을 그대로 표현한 것은 디카시의 감흥이 크지 않다. 그런 것은 독자성을 지닌 개성을 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직설적이고 설명적이지 않고 절제된, 정제된 시어로 숨겨진 의미가 클수록 아름다운 미학을 지닌 디카시가 된다.
디카시도 문자시와 마찬가지로 시인의 사상과 정서를 형상화하여 보이지 않는 리듬에 담아 압축적이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같은 단어의 반복은 해서는 안 될 경우도 있다. 물론 리듬감이나 음악적 효과를 고려한 경우엔 다를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디카시처럼 짧은 시에서 똑같은 시어는 금기해야 할 시적 태도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디카시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디카시도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1년은 옛날의 100년에 걸친 발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디카시가 우리나라에서 발원된 후 지난 20년간 쓴 디카시인들을 1세대 디카시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 1세대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이 기성작가로 먼저 등단한 존재들 중심으로 본격문학(문학적 예술성)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디카시의 생활문학(대중성)을 추구하는 시인들을 2세대 디카시인으로 부를 수 있다. 1세대는 작품성(5행 이하의 시적 언술)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작됐다면 2세대는 '빛으로 그린 영상, 이미지(디지털카메라의 사진언어) 표현에 탁월한 대중성이 담보된 상태의 MZ세대로 시작되었기에 그 문화전파 속도가 빠를수밖에 없다.
자연이나 다른 사람의 예술품, 구조물을 그대로 찍은 것에 시적 언술을 결합하던 방식에서 진일보해야 한다. 디카시는 사진공학(이미지)과 인문과학(문자)의 결합인 멀티언어이므로 디지털문학이고 디지털예술임에 틀림 없다. 모든 예술은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 디카시는 기록물이 아니다. 디카시란 그릇 자체가 디지털문학의 국가대표이다. 아름다움의 미적 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의 값진 문화적 코드다. 디카시는 대한민국이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멀티종합예술의 산물이다. 예술이란 사람의 가슴 속에서 탄생된다. 그러므로 사람의 진술적 정서가 들어가도록 기획되지 않은 사진이나 묘사는 비망록에 불과하다.
디카시의 영상과 언술도 예술적 수준에 도달해야 격조가 생겨난다. 그래야 디지털문학으로서의 디카시가 우뚝 설 수 있다. 생활문학으로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서정적 감흥을 바탕으로 하되, 다시 한 번 살피고 퇴고해서 작품 전체가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본격문학의 시적 자세도 중요하다. 대중문학과 예술문학이 공유된 디지털문학이 디카시다. 또한 사진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면 시적 언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은 디카시로서 오래 남을 수 없다. 사진 50% : 시 50%의 비율을 고려해야 예술성과 대중성이 어우러진 멀티종합예술이 꽃핀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