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상형 제4시조집, 『아침에』, 도서출판대일, 1998.
<참고> 東山 金相亨
본적 : 경북 청송군 현서면 모계동(慕溪洞) 545번지
대한장로회 신학교 4년 졸업, 교장 정년 퇴임, 영남시조문학회장 역임
시조집 『十字架』(82), 『思母曲』(91), 『三國記』,(97) 『아침에』(98)
<책머리에>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어느 철인(哲人)의 말이 세상은 고해(苦海)라고 하였다. 과연 적절한 이뷰인 듯 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무척 고되고 힘이 든다. 어떤 이는 이 고생을 못이겨 염세주의(厭世主義)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험한 풍파에 꿈도 희망도 다 잃어버리고 못내 비관주의(悲觀主義)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동안 가끔 보람을 느끼는 맛에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산다. 이려울 때는 내일의 희망에서 즐거이 살고, 괴로울 때는 내일의 웃음을 찾으며 기쁘게 살아간다.
곧 겸손은 은혜받을 인자(仁者)의 자세이며 덕(德)의 근본이 되므로서다. “또한 겸손과 노력은 나의 삶의 철학이다.
겸손(謙遜)
비바람
찬서리를
고루 겪어 다스리고
흐뭇한
열매 이뤄
말없이
고개 숙이고 선
아름다운 자세여!
◇韓國詩 7월호(‘98)
아침에
아침은
어두움을
조용히 밀어내고
만물에
빛을 주며
내일을 안겨 주며
꿈꾸는
찬란한 길을
경건히 열어 준다.
이 세상
거친 풍파에
표적이 흔들려도
삭신 저민
아픔을 참고
하루 하루를 가꿔 가면
즐거운
꽃핀 아침을
맞이하게 되리라.
만갈래
시름을 접고
임의 발자국 따르며
청산도
사랑하고
녹수도 사랑하고
큰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필승의 길을 나선다.
◇ 韓國基督公報 96년 2월 17일
자화상(自畵像)
눈이 밝아
비밀한
밑바닥도 뚫어보고
안으로
다스린 몸
열매한 양 고개 숙여
아직은
평범한 뜰에
한가로이 섰어라.
가을 해
뉘엇뉘엿
서녘으로 기울기에
무한의 은총 입은
스스로를 어루만지며
오늘도
내일을 위해
애태우는 이 하루.
잠깐 후
새날이 오면
동산(東山)에 봄이 들어
새들은
노래하고
나무들이 손뼉치면
사랑한
임의 손 잡고
나는 울어 보리라.
◇自由文學 97년 겨울호
인생은
인생은 탑을 쌓으며
내일에 살아간다
그 탑이 무너지면
내일에서 돌아선다
언제나
천신만고 끝에
높이 솟을 금자탑인데.
인생은 눈여겨 보면
가시나무와 포도나무
가시나문 가시를 내어
마침내 불에 타고
포도는
단즙을 내어
왕의 상에 오르고.
◇大邱文學 ‘97년 봄號
잠언(箴言)
하나의 자그마한
보람을 거두려 해도
무거운 세월을
한참 다스린 다음
비로소
거두게 되는
하늘의 섭리.
항상 웃음으로
천심을 지키면서
진한 땀을 흘리며
내일에 살다보면
보람은
날개를 치며
빛을 안고 찾아온다.
◇ 펜과 문학
이총(耳塚)
임진왜란 그 상흔이
쌓이고 쌓인 무덤
비바람도 측은하여
비껴가는 미미스까
한 슬픔
아린 사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인간의 범주를 넘은
오랑캐의 모진 칼날
수많은 겨레들의
한 점 분신 묻힌 자리
사무친
원한은 높아
구름 위에 머무네.
※ 임진왜란 때 일본군(日本軍)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전공(戰功)의 증료로 약 12만 6천 명의 우리 나라 사람들의 귀와 코를 베어가서 日本 京都市 東山區方廣寺 앞에 묻었다. 이 무덤을 미미쓰가 <耳塚>라고 한다.
감사(感謝)
나사로 보다 못하고
부자 앞에서 못 서는
나의 손 굳게 잡고
생명길로 인도하신
그님의
깊은 사랑을
헤아릴 수 없어라.
◇ 洛江 30輯(’97년)
고독(孤獨)
한없이
넓은 들판
외로운 바위로 앉아
정밀에
푹 쌓여
한시름에 젖노라니
어디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벗이 된다.
◇ 韓國詩 ‘97년 1月號
독백(獨白)
무지(無知)의 비웃음을
겸손으로 긇어내고
그님께 기대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내일을
꽃피우게 된
한이 없는 은혜여!
고희(古稀)
날마다 뒷마당에서 내일을 쌓고 쌓으며
다스려운 칠십년을 가깝게 어루만질 제
저 하늘 따사한 볕이 포근히 감싸주네.
이름난 어느 분이 큰 소리로 읊은 시(詩)
인생은 칠십부터 한창 일할 때라고
참으로 옳은 말이라 박수라도 치고파.
돌아본 발자국이 마냥 허전하여
상기 남은 힘이 역발산(力拔山) 장부기로
저녁 놀 고운 빛 받으며 새하늘을 열어간다.
◇ 每日新聞(’93년 7月 20日)
♣跋文
삶의 철학과 사심의 조화로운 경지
文學博士 元容文(韓國 敎員大 敎授)
아침은
어두움을
조용히 밀어내고
만물에
빛을 주며
내일을 안겨 주며
꿈꾸는
찬란한 길을
경건히 열어 준다.
이 세상
거친 풍파에
표적이 흔들려도
삭신 저민
아픔을 참고
하루 하루를 가꿔 가면
즐거운
꽃핀 아침을
맞이하게 되리라.
만갈래
시름을 접고
임의 발자국 따르며
청산도
사랑하고
녹수도 사랑하고
큰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필승의 길을 나선다.
-「아침에」
「아침에」라는 작품을 인용했는데, 이 제목은 그대로 이 시집의 제목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바로 이 작품집의 대표작품으로 간주해도 좋다. 그러니까 이 <아침>이란 용어는 이 작품을 쓴 시간을 의미해주기도 하고, 그 아침처럼 시인 자신이 희망과 꿈을 가지고 이 세상을 생활해 나간다는 의미도 함축되었다. 그래서 제1연에서는 이 아침이 어둠을 밀어내고 삼라만상에 빛을 주고 희망을 주는 찬란한 길을 열어준다고 하였다. 제2연에서는 세상의 거친 풍파에 표적이 흔들려도 참고 꿈을 키워 나가노라면 즐겁고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東山 詩人은 이 시집의 自序에서 “어려울 때는 내일의 희망에서 즐거이 살고, 괴로울 때는 내일의 웃음을 찾으며 기쁘게 살아간다. 그러므로 나의 삶은 항상 희망에 찬 아침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삶의 자세가 윗 작품의 제1연과 제2연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희망과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자세, 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고 이해와 관용을 베푸는 태도 이러한 삶의 자세에서 金詩人의 이러한 긍정적인 인생관과 개방적 생활관을 모두가 그의 종교관과 관련이 깊다고 하겠으니, 그래서 제3연에서는 만갈래 시름을 접고 임의 발자국을 따른다고 하였고, 청산도 사랑하고 녹수도 사랑한다고 하였고, 큰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필승의 길을 나선다고 하였다. 東山 詩人의 임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투철한가를 그대로 증명해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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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면에서는 기독교인답게 임의 은혜게 감사하는 작품이나 구절들이 많았고, 어둡고 괴로운 면보다는 밝고 희망찬 내용들을 주로 노래하였다. 그것은 東山 詩人이 부정적 인생관보다는 긍정적 인생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풀이 된다. 그리고 역경을 딛고 보람을 거두어 내는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작품과 그의 생활 철학인 겸손과 노력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여러 편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세태풍자와 비판적인 내용의 작품들오 선보였으니 그가 무조건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해야겠다.
제1연에서는 눈일 맑아 그 비밀한 밑바닥까지도 꿰뚫어 본다고 하였다. 이것은 사물을 肉眼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心眼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편 안으로 자기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생활해 왔다는 것이 중장의 내용이다.
그는 교육자로서는 최고의 경지 즉 교장 선생님이 되었고 종교인으로서는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長老가 되었다. 그런데 누가 東山을 가리켜 평범한 뜰에 한가로이 서있는 존재라고 보아주겠는가. 그의 생활 철학인 겸양의 미덕을 시적 표현에까지 적용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제2연에서는 가을해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운다고 한 것은 자신의 연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처럼 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하느님의 은총을 입었다고 자위하면서 또 내일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착하고 밝게 살고, 노력하면서 살다보면 東山에도 봄이 찾아들 것이라는 이야기고, 삼라만상이 함께 기뻐해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곧 하느님의 은혜로 큰 꿈을 이뤄 행복을 맞이하게 될 그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도 기다리던 성공 기다리던 행복이기에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나오나니 그의 기쁨이 극에 이르러 사랑하는 임과 함께 울어보리라고 하였다. 제3년에서 그렇게 노래했음을 보아 동산 시인의 신앙심을 짐작케 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