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잊지못하는 일들이 참 많다. 그중에 하나..사실 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그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처세술을 가르쳐주기 급급했기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정작 대학교 이후에 배우게 되었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배웠다.
진보신당을 그만 둘 쯔음 거창 북상초등학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기로 되어있었으나 경남도 교육청은 학부모들이 교장공모제중 담합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교장공모제를 취소하게 된다. 이유인 즉 후보 2명에게는 0점. 한명에게는 100점을 주었다는 것인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0점을 받은 한명은 과거 도박으로 문제가 된 후보다. 또 한명을 북상초의 선생님으로 교장공모제를 반대해온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나 또한 점수 주기 힘들다..
어쨌든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교장공모제를 취소하게 되자 마을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마을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9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난 좀 늦게 결합하였다. 내 전임 선생님의 건강때문에 내가 대신 그곳에 가서 일을하게 된 것이다.
'교사자격증 없어도 괜찮습니까?' " 상관없습니다."
나도 흔쾌히 가기로 했다.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간단하다. 그 일에 내가 필요한가, 그리고 내가 흔쾌히 동의되는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가,
그래서 시작된 마을학교의 선생님...
그곳에서 내 별명은 쭈꾸미..원래는 꾸미다..꾸미란..꿈의 준말인데 아이들은 꾸미보다는 쭈꾸미가 재미있어한다. 그래서 쭈욱 마을학교 사람들도 쭈꾸미쌤,,아이들도 쭈꾸미쌤이다. '쌤..오늘 쭈꾸미 먹었는데 쌤이 생각나서 문자했어요.."
촌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참 맑다...착하기도 하고
소풍을 기획하면서 색다른 시도를 해 보았다. 일명 거창탐사..무한도전
미션 10개를 주면서 팀별로 돌아다녔는데 선생님은 그림자로 따라다니기만 했다. 다른 팀에서 문자..쌤 팀은 미션 몇개했어요?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데 다들 미션을 수행하는데 열심이다. 왜 그 문제를 냈을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팀보다 빨리 했느냐가 중요하게 된 사회...아이들은 사회의 거울이다. 그대로 나타난다~~
1박2일 야영때 즐겁게 놀았던 단체 줄넘기..
아이들이 워낙 경쟁이 심해 즐겁게 노는 팀이 승리한다고 했다. 나중에 주영이의 평가서에는 이런말이 적혀있었다.
처음에 이길려고 노력했는데 쌤이 즐기는 팀이 승리한다고 해서 열심히 즐기면서 했는데 더 힘들고 어려웠다..
하긴..우린 즐기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늘 어떤 팀을 이겨야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즐기는 것은 두번째로 밀려났다.
왜 게임을 하지? 그냥 즐기면서 놀려고..그런데 무얼하든 우린 이기는 것부터 배웠다. 남들과 비교하고..내가 부족한 것은 뒤쳐진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불안해하고 걱정하고..또 우울해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다. 내가 즐거우면 인생이 즐겁다...돈의 가치보다 사람의 가치가 우선인 사회의 첫 출발 누구보다 잘 했다기 보다는 내가 즐겁게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나는 3-4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학생수가 제일 적다...3학년 1명, 4학년 2명..나중에 4학년 한명은 전학가서 2명으로 줄었다...ㅎㅎ
왼쪽부터..민우, 은수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친구가 주영이..다들 정이 많은 친구들이다..늘 신나게 놀았던 기억..
노는 것이 제일 좋은 공부라고 하면서도 우리사회는 그저 공부만 가르치고 있다.
1박2일로 야영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만든 현수막~~
거창!! 참 좋은 곳이다.
공기 좋고 물 좋고..덕유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이 언제나 넘쳐나고 사람이 좋고..
그 좋은 곳에서 아이들고 마음놓고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도 초등학교때문에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차를 타고 30분걸리는 읍내로 나가서..
한두명 학원에 다니면 학원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졸라댄다..저도 학원보내주세요..
마을에서 뛰어놀아야하는데..늘 숙제로 정신없다. 초등학교 아이들 영어숙제를 보았는데 이런..헉..어렵다.
초등수준이 아니라 거의 중2-3수준이다.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뭘하는 건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글 쓰기다. 내 수업의 대부분은 생각하고 글쓰기다.
가족관계 글쓰기..자신이 많이 쓰는 말 쓰기....별명 짓고 이유 글 쓰기....뭘할지 놀 계획표 짜기....
그런데 진짜 한글도 제대로 표현 못한다. 자신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을 하라고 하면 욕밖에 없다..그리고 짜증난다라는 단어나 싫다는 단순단어밖에 안나온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질문하는 좋다..싫다라는 단순말만 하게 되는 걸까..
좀 더 풍부한 표현력은 놀이와 책읽기 그리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속에 나온다. 하지만 대화를 잃어가는 아이들...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 한 녀석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죽고 싶은 적이 있다.. 헉 초딩이 이런 질문을..그런데 그렇다고 대답한 친구들이 60%가 넘었다..심지어 난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질문에도 비슷한 대답을....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주범..
첫째..물질만능의 사회
둘째..부모님의 욕심..아마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강요하는가보다..행복은 물질적 성공을 이루어야한다고..그 착각속에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세번째...선생님..역시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말 안들으면 체벌하고...그래야 자신이 편하게 수업을 할 수 있으니까.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진짜 피곤하다 낮잠 한두시간을 꼭 자야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쏟는 에너지가 많다.
아마 대한민국의 선생님 또한 과도한 업무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수업외에 각종 잡무들..
교육부는 뭘하나 모르겠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알아도 그냥 방치하는가 보다..
전교조도 이런 내용으로 좀 싸우면 안될까?? 참교육을 방해하는 것들..
첫째. 학생당 선생님수 늘리기 운동..둘째..수업시수 줄이기..뭐 첫째가 해결되면 자연 해결되겠지..그리고 각종 잡무들 줄이고 학생들에게 신경쓸 환경만들기...
모두가 통제할려고 하다보면 서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왠 서류가 많은지...관공서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심지어 잘나간다는 시민단체 또한 서류가 판치는 세상이다. 그 잘난 서류 다들 뻥티기들이다. 일은 대충 서류는 멋지고 화려하게...그래야 자신이 잘났음을 인정받고 예산 더 받을 수 있고 승진하니까...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
교육은 철저하게 과정이 소중하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늘 그렇지만 오직 한국의 교육에는 결과만 남는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던 성적만 잘 받으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된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무엇을 배울까?? 결과만 좋으면 되니..사기를 치든 비겁한 행동을 하던
결과만 좋으면 만사 오케이~~
거창에서 좋은 시간..
새롭게 배운 시간 그리고 아이들과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서 행복했다..
그 행복함에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또 새로운 일을 위해...오늘을 위해 내일을 거침없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