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봄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한 천
봄! 봄이 오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거리며 대지를 깨웁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의 소리들이 힘차게 약동을 시작합니다.
이때쯤 우리들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들녘,
파란 하늘을 나는 종다리의 노래소리를 생각하고,
밭둑 강둑 지천으로 널린 봄을 주워 담는 소녀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돌 틈 사이에 피어나던 작은 꽃들을 생각합니다.
너른 들판과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던 꽃들!
그리고 맑은 파랑과 연초록으로만 연상되는 산과 강, 그리고 하늘.
도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고향의 봄 풍경을 제일 그리워한다고 하던가요?
포근하고 향기로운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자연의 품.
이제는 그리워만 하지 말고 그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여 보자구요!
우선 거실을 먼저 생각 해 봅니다.
가족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공간인 거실은 건조하기만 합니다.
추울까봐 문을 꼭꼭 닫고 난방을 하니 건조 하지요. 밖의 공기와 습도의 차이가 많이 나 감기가 걸리기 쉽고 또 쉽게 목이 아픕니다. 그렇다고 거실에 물을 뿌려놓을 수는 없지요.
해결책이 있습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장식장 위에 한 공간을 마련 해 수반을 올려놓습니다.
수반(꼭 수반이 아니고 커다란 속이 깊은 접시, 항아리 뚜껑 가능) 위에는 멋지게 꽃꽂이를 해놓고 감상을 해도 좋겠습니다만 그 또한 번거롭지요.
매번 꽃을 사야하고 꽃꽂이를 하여야 하니까요.
그러면 수반의 물 위에 자연을 담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물에 잘 젖는 자연석을 구해서 풍난과 야생화를 몇 점 붙이고 이끼를 올려놓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자연석에 풍난이나 야생화를 심어 키우는 것을 석부작이라고 합니다.
석부작을 장식장 위에서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석부작을 수반 위에 올려놓고 키운다면.
수반의 물이 증발하면서 거실의 건조함도 막아 가족의 건강을 위해주고,
그리고 항상 눈에 보이니 물주기도 쉬워 가꾸기도 정말 쉽겠지요.
물에 잘 젖어드는 자연석이라면 자연 증발한 수반의 물만 채워주면 되니까요.
그럼 장식장 위에 수반을 놓고 키울
석부작을 같이 만들어 볼까요?
준비물은 20~30cm의 물에 잘 젖는 돌 한 덩어리, 돌이 들어 갈만 한 수반 하나, 풍난 2점, 야생화 2점, 그리고 바위 위에서 자라는 이끼 조금이면 됩니다. 아! 햇볕이 잘 드는 장식장의 한 곳을 치워 놓아야겠지요.
야생화나 풍난을 돌에 붙이는 방법(석부작 만들기)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키우기도 어렵지 않고요,
햇볕만 잘 드는 곳이라면.
첫 번째, 먼저 물에 잘 젖어드는 아주 못생긴 돌을 주변에서 고릅니다. 야산이나 길에서 구하는 방법도 있고요, 화원이나 수석을 판매하는 집에서 구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어쨌든 울퉁불퉁하고 표면이 많이 파인 못생기고 물을 잘 먹는 돌이 좋습니다. 화산돌인 현무암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두 번째, 풍난과 야생화를 선택합니다. 풍난은 소엽과 대엽,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지만 야생화는 개체가 작은 것으로 선택합니다. 앙증맞고 개체가 예쁜 꽃이 피는 것으로. 돌의 크기에 따라 너무 많이 심겨도 안 되고 적게 심겨도 안 되니 알맞게 선택해야 하겠지요. 30cm 크기의 돌은 많아도 3~4점 정도의 식물 개체가 적당 합니다.
세 번째, 돌에 야생화 심을 자리와 난을 붙일 자리를 선정합니다. 돌의 많이 파인 쪽에는 야생화를 심으면 좋고요, 제일 못생기고 높은 쪽에는 난을 붙이고.
다음 네 번째, 풍난의 뿌리(사실은 물주머니지만 편의상 뿌리라 통칭)를 돌에 붙이는 작업입니다. 가는 실로 뿌리와 돌을 칭칭 엮어 고정합니다. 풍난에 있는 수태를 뿌리에 약간 감싸주고 고정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순간접착제로 고정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생략 하겠습니다.
다섯 번째, 야생화를 붙입니다. 돌에서 가장 많이 파인 부분을 선택하여 생명토를 먼저 홈에 바릅니다. 야생화의 뿌리부분 흙을 조금만 남기고 털어냅니다. 홈에 야생화를 식재하고 생명토로 홈을 메워주면 되겠지요. 가능한 작은 개체의 야생화나 덩굴로 뻗어나가는 식물들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바위취, 기린초, 뱀딸기, 마삭줄 풍로초, 천상화, 누운애기별 등의 종류들. 그리고 야생상태가 아닌 항상 따듯한 실내에서 키우니 도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계시기 바라며.
여섯 번째, 물을 식물에 줄 때 흙이나 생명토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뿌리부분을 이끼로 덮습니다. 또 풍난의 뿌리부분의 사이에도 이끼를 덮어 빨리 마르는 것을 방지하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돌의 밋밋한 부분에도 파란 이끼를 얹어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야생화는 물을 많이 좋아한다는 것!
그러니 옴폭 홈이 파인 장소에 심고 물주기를 게을리 하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풍난은 말 그대로 風蘭,
즉 바람의 습도를 먹고 사는 난입니다. 풍난의 뿌리부분이 물에 항상 젖어있으면 그 부분은 불어 썩어 버립니다.
사실 난의 뿌리처럼 보이는 부분은 뿌리가 아니고 물을 저장 해놓는 물주머니입니다. 난의 뿌리는 물주머니의 중앙에 위치 해 있지요. 난은 게으른 사람이 잘 키운다는 속설이 있지요, 정말 그렇답니다. 그래서 풍난을 돌의 가장 높은 부분에 붙이라는 이유입니다.
이제 잘 만들어진 석부작을 수반 위에 올려놓고 감상을 해 보십시오.
수반 위의 석부작에서 꽃이 한 송이씩 피어날 때, 아니 새로운 잎이 피어날 때마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은 자연을 언제나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햇볕이 드는 장소라면 거실이나 주방, 어디든지 수반에 풍난이나 작은 야생화를 붙인 석부작을 키울 수가 있답니다.
올 봄에는
물이 스며드는 자연석 몇 점을 준비해서 풍난과 야생화의 고고함을 느끼고 키우는,
또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석이조!
석부작 가꾸기를 꼭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 수반의 물 위에는 개구리밥이나 물상추, 부레옥잠을 띠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연을 집으로, 거실로 불러오기는 작은 정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