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의 투명성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진도개와 발바리를 교배했다면 혼혈견입니다. 진도개와 기주견을 교배했다면 혼혈견입니다. 진도개와 아키다를 교배했다면 혼혈견입니다. 진도개와 해남에 있던 모모 씨의 개와 교배했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도개의 혈통 계보를 논하려면 그 출발점부터 명확해야 합니다.
원산지 진도에서 유래한 진도개와 진도개 사이의 번식 근거를 토대로 계보를 이어가야 합니다. 누군가의 주장만으로 혈통이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고, 개체와 그 후손까지 면밀히 살펴 개체특성과 유전적 연속성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혈통이라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될 일입니다. 확인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이 기본적인 원칙을 간과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확인된 사실만을 인정하며, 그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갑시다. 내 양심에 비추어 한 점의 거짓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도개를 키운다는 자긍심도 떳떳한 명분도 생깁니다.
혈통의 투명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존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언제나 박수를 받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키우는 개의 혈통에 대해 거짓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부심만큼은 가질 수 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진실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도개를 키우는 사람의 진정한 자긍심 아니겠습니까?
혼혈견을 키운다고 해서 손가락질할 이유도 없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혼혈견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당당하게 키우는 분들이야말로 생명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혈통의 순수성과 관계없이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애견인의 태도는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혼혈견을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혈통에 관한 사실을 외면하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진실인 것처럼 내세우며,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사실을 해석하거나 왜곡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이 믿어 온 것이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랜 경험이 언제나 정확한 판단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기존의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 됩니다. 진도개를 키운다고 해서 엄청난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니고,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호의호식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혈통을 숨기고 조작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지켜야 하겠습니까? 물론 자신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진도개가 혼혈견일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기존에 믿었던 혈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이 아까울 것입니다. 오랜 세월 정성을 들여 키워 온 개들이 아까울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분양한 개들에 대한 책임도 마음에 걸릴 것입니다. 시간과 돈, 노력과 열정까지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저 역시 이해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지나간 세월과 투자한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까운 것은 지난 세월과 투자한 돈만이 아닙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지 못한 채, 거짓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이어 가는 것이야말로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속이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체면이나 기존의 주장만이 아닙니다. 진실을 대하는 태도이며,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부디 지나간 세월이 아깝다는 이유로 앞으로의 세월까지 아깝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랜 경험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험이 사실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 온 지식과 신념도 객관적인 근거 앞에서는 언제든 검토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키우는 개의 혈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서 그동안의 정성과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더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더 정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진도개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를 키우고 번식시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개에 대해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혈통에 관한 기록을 투명하게 남기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혈통의 투명성은 남을 비난하기 위한 기준이 아닙니다. 자신부터 돌아보고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지키려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지나온 시간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진도개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양심을 위해,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기록하는 정직한 자세를 함께 지켜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