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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도 어리는 절경 '양산팔경' | ||||||||||||||||||||||||
주말여행. 충북 영동군 양산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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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위치해 군 전체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이 금산을 거쳐 영동 양산면으로 들어와 동쪽 귀퉁이를 굽이굽이 흐르며 '양산팔경'의 절경을 빚어놓았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처럼 평온한 영동을 간질이듯 스쳐가는 부드러운 금강. 기개 넘치는 산들과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지나는 아름다운 물줄기, 산수가 만나 빚어낸 절경. 선인들은 눈을 감아도 어리는 이 절경 여덟개를 꼽아 '양산팔경'이라 하며 즐겼고, 후손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남겨 주었다. 영국사,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당, 용암이 바로 그 것이다.
영국사는 1천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덕에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절이기도 하다. 절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신라 문무왕(678년) 때 혹은 진평왕 때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고려 때 원각국사가 절을 중창하고 국청사라 불렀는데 지금의 이름인 '영국'은 공민왕 10년(1361년)에 홍건적이 쳐들어왔을 때 왕이 절에 들러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는 데서 유래해 얻어졌다. 그때 절 아래 마을 사람들은 왕이 절에 편히 닿을 수 있도록 칡넝쿨로 다리를 엮어줬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그래서 절 아래 마을 이름이 누교리다.
강선대는 물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삼합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양기 강한 바위와 음기의 물을 소나무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이태백, 이안눌과 '한우가'로 유명한 임제의 시가 정자에 걸려 있어 풍류를 더한다.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팔경'이라 해 따로 즐겼을 정도로 풍치가 탁월했다. 비록 지금은 보고 들을 수 없지만 함벽정에 올라 눈을 감고 함벽정팔경을 상상해 보면 시간은 어느새 과거로 흐르고 한바탕 꿈을 꾸는 듯 하다. 정면 2칸, 측면 1칸짜리 작은 정자이지만 주변 관광지 중에서 포인트가 되는 곳이다. 넓은 송림 숲에 여의정을 인 바위가 봉긋 올라와 있으니 멀리서 여의정을 바라볼 때 금세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여의정을 감싼 송림은 박응종이 전원을 마련한 뒤 주변에 손수 뿌린 여러 되의 소나무 종자가 자라 가꿔진 것이다. 100년 묵은 송림이 무려 1만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송호국민관광지는 28만4천㎡ 규모의 부지에 방갈로, 풀장, 산책로, 놀이터 등을 갖추고 관광객을 맞고 있다. 사철 운치 있고 편안한 여행지라 휴식공간으로, 피서지로, 출사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조 4년(1626년) 이후 숙종 46년(1720년)까지 여러차례 보수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의 서당은 18세기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는데 거대한 원주와 자연석 주초가 사용됐고, 중앙에는 대청마루, 좌우에는 방이 배치돼 있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 곳이라는 강선대와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하고 강가에 남게 됐다는 용암의 이야기가 짝을 이룬다. 김국기 / 영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