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혁명 제29권 제1장 상락

[박정원]

이케다 SGI 회장 소설

신인간혁명 제29권 제1장  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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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명랑하게 대화하자!

가슴에 환희의 태양을 품고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서로 이해하게 되어

우정의 연대가 넓혀진다.

대화는 -

마음에 허영의 갑옷을 입고

공허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다.

적나라한 인간으로서

성실과 신념과 인내를 갖고 펼치는

인격의 촉발이다.

불교의 지자가 한 말씀에

"성불사(聲佛事)를 함"(어서 400쪽)이라고 있다.

모든 경전의 왕 '법화경'은

불타와 제자들이 나누는 대화다

니치렌(日蓮) 대성인이 저술한 <입정안국론>도

주인과 손님이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졌다.

대화는-

사람을 북돋워주는 힘이다.

희망을 주는 빛이다.

용기를 솟게 하는 샘이다.

생명을 소생하는 신선한 바람이다.

자, 활기차게 대화하자!

마음과 마음에 다리를 놓자!

하나하나 다리를 놓는 저편에는

사람도 세계도 하나가 되는

인간승리의 현란한 평화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1978년 10월 10일 오후, 야마모토 신이치는 아내 미네코와 함께 미국 경제학자이자 '불확실성의 시대'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하바드대학교 명예교수 존 K. 갤브레이스와 부인 캐서린 여사 일행을 세이쿄신문사에서 맞았다.

신이치는 인간을 위한 '확실성의 길'을 열고자 하는 마음으로 회담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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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는 세이쿄신문사 현관 앞에서 여자부 대표들과 함께 갤브레이스 박사 부부를 맞았다. 키가 큰 은발의 박사가 차에서 내리자 박수가 쏟아졌다.

박사는 1908년 태생으로 곧 일흔살이 된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투지가 빛나고 그 표정에는 청년의 활력이 넘쳤다.

도전 정신에 불타는 사람은 젊다.

신이치가 손을 내밀며 "오랜 여행으로 피곤하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고 인사했다.

박사는 9월 10일 미국을 출발해 요인들과 회견도 하고 경연도 하며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인도, 타이를 거쳐 일본에 도착한 터였다. 그런데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야말로 만나 뵙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환영해주시니 여독이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옆에서 캐서린 부인이 신이치의 아내인 미네코가 선사한 꽃다발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이 주시는 꽃다발을 받은 데다 마당을 가득 메운 많은 분이 아름다운 웃음꽃으로 환영해 주셨습니다. 이런 환대를 받고 힘이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말에 웃음꽃이 더욱 환하게 번졌다.

신이치가 "오늘은 마음껏 대화합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하고 말하고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다.

갤브레이스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바드대학교 교수. 주(駐)인도 미국대사, 미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한편 프랭클린 루스벨트, 트르먼, 케네디, 존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을 보좌했다.

저서로는 '풍요로운 사회' '새로운 산업국가' '경제학과 공공 목적' 등 다수가 있다. 특히 이해 2월에 일본어로 번역 출간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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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 박사의 키는 2미터가 넘었다. 안내하는 신이치는 머리가 박사의 어깨에도 미치지 못했다. 두 사람은 회담 장소에 도착하자 다시 새롭게 인사를 나눴다.

신이치가 박사를 올려다 보더니 머리 쪽으로 손을 뻗으며 유머를 섞어 이렇게 말했다.

"이미 보셨겠지만,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은 후지산입니다. 저는 경제학의 거장 갤브레이스 박사님을 맞아 후지산을 올려다 보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박사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렇게 키가 크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인물이 아닙니다."

큰 웃음이 일었다. 박사의 말을 받아 신이치가 말했다.

"키가 큰 사람은 멀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땅바닥은 키가 작은 사람이 더 자세히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논의해 의견이 일치한다면 전체의 확실성을 찾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회담에는 박사를 초청한 기업 중 하나인 출판사 사장들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웃음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신이치와 박사가 번갈아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먼저 신이치가 물었다.

"현대는 인간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고 죽음은 별개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밝히고 행복을 추구하는 데도 또 사회와 문명의 올바른 모습을 생각하는 데도 죽음을 직시하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탐구해 생사관(生死觀)을 확립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불법(佛法)에서 생명은 영원하다고 설합니다. 즉 인간의 죽음이란 생명이 대우주에 녹아 들어가는 것을 말하며, 그 생명은 연속해서 다시 연을 만나 태어납니다. 그리고 살면서 하는 행동, 말, 생각이 '업(業)'으로 쌓여 계속됩니다.

그러면 묻겠습니다만, 박사께서는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죽음을 해명하지 않고서는 삶도 해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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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 박사는 야마모토 신이치의 문제 제기에 깊이 사색하듯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인생을 생각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만큼 어렵고 또 신비로운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단, 존재라는 것은 연속성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 내세가 있을지 없을지 이 눈으로 곧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중요하고 심각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딱딱해지기 쉽다. 박사는 모두를 즐겁게 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신이치는 세심한 배려를 느꼈다.
회담의 주제는 독서론, 결혼관 등 다방면에 걸쳤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화제가 되자 두 사람 다 톨스토이라고 말해 박사가 “오!”하고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좋은 사람을 사귀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했다.
화제가 인생론에 이르자 신이치는 박사에게 모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렇다 할 명확한 모토는 없지만, 한 가지 정해 놓은 규칙은 있습니다. ‘지금은 일하자. 그러나 그것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입니다. 늘 그렇게 자신에게 말합니다.”
신이치는 훌륭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일하자’는 장대한 이상을 품으면서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지금 이 순간을 온 힘을 다해 행동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쉽게 결과를 내려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일 것이다.
신이치는 모토가 무엇이냐는 박사의 질문을 받고 ‘파랑은 장애를 만날수록 그 완고함을 더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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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인생을 이야기하다 이번에는 신이치가 갤브레이스 박사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슬픈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을 때입니다. 부모인 제가 봐도 지성을 겸비한 영리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이야기에 신이치는 토인비 박사와 대담했을 때가 떠올랐다.

인생을 걸어오면서 겪은 가장 슬픈 일을 묻자 토인비 박사는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입니다” 하고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깍지를 끼고 기도하듯 가만히 앉아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혀 지지 않았다.
아무리 저명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비애의 파도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숙명의 폭풍우에 몸부림치고 싸우며 살아간다. 시련이

없는 인생은 없다.
그 고뇌에 지느냐 아니면 그 고뇌 속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고양하고 강하게 하느냐에 인생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열쇠가 있다.

갤브레이스 박사는 자신을 주(駐)인도 미국대사로 임명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흉탄에 쓰러졌을 때의 고충을 술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화제는 미중관계로 옮겨지고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총리 등 지도자론으로 전개되었다.
회담 중에 신이치가 내년에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하자

박사가 이렇게 권했다.
“인도 서북부와 파키스탄에 걸친 펀자브 지방에는 꼭 가보십시오. 이곳에는 하라파 유적 등 고대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하지만, 지금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바로 캐서린 부인이 “서남부에 있는 케랄라주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답니다” 하고 덧붙였다. 박사가 인도에서 대사

생활을 하는 동안 줄곧 내조한 부인은 놀라울 정도로 현지 사정에 정통했다.
실생활에 밀접한 여성의 눈이 그 사회의 실상을 가장 정확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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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 박사는 인도 부임 중에 일어난 일상을 기록한

‘대사의 일기 케네디 시대에 관한 사적인 기록’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그 책 ‘머리말’에 캐서린 여사가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집안 살림, 접대, 광범위한 의전활동, 체류 미국인에 대한 배려, 인도인 친구와 외교단 부인 그리고 그 가족과 교류, 각종 예술행사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울 경우 대신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대사 대리 등은 모두 아내의 일이었다. 아내는 시간이 나는 틈틈이

힌디어도 공부해 청중 앞에서 스피치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박사는 미국 잡지인 ‘애틀랜틱 먼슬리’ 1963년 5월호에 실린 부인의 수기를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 박사는 “그 활동 범위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고 쓰고 있다.
일본어로 출간한 ‘대사의 일기’에는 부인이 쓴 수기 ‘엄마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는다’도 ‘부록’으로 들어가 있다.

수기에는 부인의 일상생활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부인은 고용인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살뜰히 챙겼다. 모두 부인을 어머니처럼 존경하고 따랐다. 그 ‘자녀’ 수가 어쩔 때는 50명이나 되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간호하고, 다툼이 생기면 해결하고, 누구든 소중히 대해 공평무사했다. 날마다 고용인들에게 마실 차를 돌리고 축제 때는 부인들에게 민족의상인 사리를 선물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도 선물을 잊지 않았다.
또 손님 접대, 집회, 기자회견, 만찬회 등을 도맡아 준비했다.

부부 동반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일도 있고 대사를 대신해 갑자기 강연해야 할 때도 있었다.
부인은 자녀들을 돌보며 이 고된 업무를 소화해 냈다.
어서에는 남편과 아내가 신념을 공유하고 협동하는 모습을

‘새의 두 날개’‘수레의 두 바퀴’에 비유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이라고 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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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에 동석한 TBS(티비에스)브리태니커의 요시다 미노루 사장이 인도 문제에 관련해 갤브레이스 박사와 신이치에게 질문했다. TBS브리태니커는 ‘불확실성의 시대’ 등을 비롯해 박사의 저서를 일본어로 발간한 회사다.
요시다 사장은 선진공업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경제적 격차 즉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박사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둘째는 농업에 이바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일본은 벼농사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벼농사 지도에 주력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같은 아시아인인 일본인을 친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벼농사 지도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아주 현실적인 공헌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에 절실한 문제는 쌀과 보리 등의 식량과 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입니다. 먼저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야마모토 회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차원의 물질이나 기술을 일방적으로 원조만 한다면 나라와 나라가 단순한 이해관계가 되거나 원조를 ‘하는 나라’와 ‘받는 나라’라는 상하 관계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그 나라 국민은 자존심과 자력으로 하려는 의지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상호 신뢰관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간 대 인간을 기조로 한 항구적인 교육, 문화교류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10년, 20년, 50년 끈기 있게 이어가야 영속적인 신뢰의 길이 열린다고 믿고 지금까지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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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 박사는 신이치의 의견에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고 찬동했다.
회담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박사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화제가 되자 신이치는 현대사회에서 확신을 줄 수 있는 지도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한 박사의

글에 강하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현대는 전쟁, 핵무기 위협, 자원과 인구문제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도원리, 철학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이치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피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특히 제3차 세계대전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속 깊이 줄곧 다짐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근본이 되는 지도원리가 바로 불법

(佛法)에서 설하는 생명존엄 철리고 그것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인류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법의 법리가 뛰어나고 자신이 절대적으로 확신해도 그것을 사회에 널리 반영항려면 법리의 위대함을 반드시

학문으로도 검증해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종교는 독선과 교조주의에 빠진다.

그래서 신이치는 세계의 지성과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신이치가 이렇게 물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확실성을 모색하려면 어떤 지도원리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박사가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 애덤 스미스나 칼 마르크스 사상도 확실성이 있는 지도원리로 여겼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결점이 드러나자 그 확실성이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하는 노력은 늘 수정되어야 옳습니다. 그래야 우리 인생이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지적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한가지 지도원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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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 박사는 인간이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현실을 외면하고 사고(思考)에서 도망쳐서 이론의 틀에 박혀 사물을 판단하고 마는 것을 우려했다.
신이치도 이데올로기나 이론이라는 미리 정해 놓은 외적인 규범에 자신의 판단을 맡기는 것에 반대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의 정신을 속박하는 본말전도에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이치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판단을 내리는 인간 자신이 갈등을 수없이 반복하고 순간순간 마음이 달라지는 모순 덩어리의 불확실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늘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그런 인간을 고양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그러려면 인간을 연마하고 고양하는 보편적인 생명철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는 그것을 불법에서 찾고 있습니다.
참된 불법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만물과 우주에 일관해서 흐르는 영원불변한 근본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속에는 본디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영지의 샘이 있는데 불법은 그 샘을 찾아내어 퍼 올리는 방도를 가르칩니다. 이 생명의 법칙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여는 것을 우리는 인간혁명이라 부릅니다.
저는 토인비 박사를 비롯해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앙드레 말로 등 세계 석학들과 인류가 안은 문제들을 놓고 수 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대화에서 불법을 기조로 한 정신혁명, 인간혁명 운동이 바로 21세기를 여는 대하가 될 사상 운동이라고 찬동해 주셨습니다.”
박사가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불법에 관한 지식이 매우 얕습니다. 그런 만큼 이 이야기는 제게 일깨워주는 바가 큽니다.”
겸손한 말이었다.
학식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진지한 향학심과 구도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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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신이치는 더 나아가 불법(佛法)의 역할을 말했다.
“본디 정치도, 경제도, 과학도 모두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것들은 제도나 환경적인 측면 등 인간의 외적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것에 반해 종교는 인간 내면세계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빛을 비춥니다. 인간의 내면을 확립하고 외적 측면을 추구해야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학문을 비롯해 기구, 제도는 인간이 낳고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나 환경을 개혁하려면 그 주체자인 인간의 내면을 개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고등종교, 특히 불법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갤브레이스 박사는 키 큰 몸을 앞으로 내밀어 신이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말씀입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모든 것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거기에 한가지 더 보충한다면 오늘날

정치, 경제, 과학 등은 각 분야에서 급속도로 진보했지만, 어느새 수단이 목적과 뒤바뀌어 행복 추구라는 근본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점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사고방식의 체계를 형성하는 목적의식을 하나로 통합해, 모든 것을 인간생활의 핵심인 행복 추구, 평화 추구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제학자로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불타의 나라 인도에 꼭 함께 가보고 싶군요. 다음번 대화는 사르나트에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르나트는 녹야원이라고도 하는데 성도한 석존이 처음으로 설법한 곳으로 유명하다.
약 2시간에 걸친 회담은 많은 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성실한 대화에 혼은 공명하고 인간의 유대는 만들어진다.

<상락 11>
갤브레이스 박사는 회담 이듬 해 종합월간지 ‘문예춘추’ 4월호에 ‘갤브레이스의 일본 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서 신이치와 회담한 내용도 다루었다.
“중국과 소련 문제, 핵무기 관리, 가난한 나라에 원조 등을 놓고 일본이 해야 할 책임을 서로 묻고 답하며 이야기했다.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그리고 신이치가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우려했다고 썼다.
박사는 두 사람이 나눈 회담에 관해 이렇게 끝을 맺었다.
“(회장은) 불교를 진심으로 확신하며 끝없는 생명의 본류로 되돌아가 더할 나위없이 평온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열심히 권했다. 나는 신심을 굳게 다짐하고, 회장이 곧 인도에 간다기에 사르나트에서 다시 만나 대화하자고 하니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갈 때도 회원들이 모여 마중할 때보다 더 열렬한 박수로 배웅해주어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
박사와 신이치는 인도에서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갤브레이스 부부가 1990년 10월에 세이쿄신문사를 다시 방문해 회담할 수 있었다.
이 회담에서는 평화와 경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전망 그리고 각국의 지도자와 교우한 일화 등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한번 한번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성실한 대화를 거듭해 마음을 일구어야 우정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1993년 9월, 신이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21세기의 문명과 대승불교’라는 제목으로 1991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강연했다. 이때 갤브레이스 박사는 매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달려와 강평자의 소임을 다해 주었다.
박사는 ‘우리가 희망하고 바라는 평화의 길을 제시한 강연’이라며 불교 사상에서 ‘평화’를 전망하는 혼을 느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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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에서 강연한 이튿날, 신이치는 아내 미네코, 큰아들 마사히로와 함께 하버드대학교 인근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갤브레이스 박사의 집을 찾아갔다. 빨간 벽돌에 분홍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산뜻한 집이었다. 창밖 나무숲에는 귀여운 다람쥐도 보였다.이때 박사는 여든다섯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열띤 대화가 오갔다.
박사는 ‘대화’로 ‘평화’를 이루려는 신이치의 신념에 공감한다고 말하고 자신도 ‘절대로 전쟁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신념과 정열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회담에서는 ‘인간이 진정으로 만족하고 인생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등이 화제가 되었다. 신이치가 ‘자신과 타인이 함께 만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박사는‘대화’와 ‘이익’ 그리고 ‘즐거움’이 가득한 세계로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피력했다. 그리고 신이치에게 평화를 향한 희망을 걸 듯 “지적인 그리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부디 앞으로도 계속해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박사는 ‘평화 문제 또 인류의 미래에 관련해서 신이치와 더 대화해 후세에 남기고 싶다’고 요망했다. 신이치도 같은 생각이었다.
첫 회담을 하고 나서 25년 뒤인 2003년, 종합원간지 ‘우시오’ 8월호를 시작을로 9회에 걸쳐 두 사람의 대담을 연재했다. 그리고 연재한 글을 가필해서 2005년 9월에 대담집 ‘인간주의의 세기를 자기 인생을 장식하라’를 발간했다.
그 ‘발간에 즈음해’에 박사는 이렇게 썼다.
“세계 사람들의 행복을 생각하는 야마모토 회장의 귀중한 활동을 깊이 존경합니다.”
한편 신이치는 “박사와 나눈 친교는 제 인생에서 둘도 없이 소중한 보배입니다.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영지의 말씀에 얼마나 계발되었는지 모릅니다.” 하고 썼다.
대화는 평화를 향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물결을 만들고 나아가 시대를 변혁하는 새로운 사조(思潮)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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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갤브레이스 박사와 대담을 마친 신이치는 오사카에 갔다. 간사이에서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시즈오카로 이동해 총본산에서 준비하는 ‘아쓰하라법난 700년 기념 법요’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오사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신이치는 아쓰하라법난을 사색했다.
아쓰하라법난은 1279년에 후지군 시모카타쇼 아쓰하라향(시즈오카현 후지시 일부)에서 일어난 니치렌문하를 탄압한 사건이다.
법난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 아쓰하라향에서는 닛코(日興) 상인이 천태종 류센사의 승려와 농민들에게 홍교의 파동을 넓히고 있었다. 류센사는 많은 승려가 거주하는 큰 사찰로 이 절에서 닛슈, 니치벤 등이 잇따라 정법에 귀의했다.
닛슈와 니치벤은 니치렌(日蓮) 대성인의 가르침에 환희하고 적극적으로 사찰 내 승려들을 절복했다. 당시 류센사는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져 있었다.
류센사에서는 헤이노 사콘 입도 교치가 주지대리로서 권세를 부렸다. 호조 일족인 교치는 그 권력을 등에 업고 사찰 재산을 개인 재산이양 마음대로 쓰고 돈을 받고 도둑을 공승(共僧, 본존에게 급사하고 시중드는 승)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또 절 연못에 독을 풀어 잡은 잉어와 붕어를 내다 파는 등 불가(佛家)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악행을 일삼았다.
또 류센사는 천태종이면서 천태가 전한 법화경의 가르침을 아미타경을 불렀다. 신앙의 근본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닛코 상인의 가르침을 받은 닛슈와 니치벤 등은 니치렌 대성인의 마음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소리 높여 창제에 힘썼다. 그리고 염불 등의 잘못된 가르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법화경의 정법정의를 끝까지 주장했다.
교치는 법화 절복이 점점 더 기세 있게 확대되는 것을 보고 주지대리 자리가 위협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결국 대성인의 문하가 된 승려들을 협박하기에 이른다.
가르침의 정사를 가리려고도 하지 않고 보신에 급급해 탄압하기 시작했다. 권위와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사람은 개혁을 두려워한다.

<상락 14>
류센사 주지대리인 교치는 정법에 귀의한 승려들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핍박했다.
“법화경은 신용할 수 없는 법이다. 당장 법화경을 독송하는 짓을 그만 두고 오로지 아미타경을 읽고 염불을 부르겠다는 기청문(서약)을 쓰면 거처만은 보장해주겠다!”
이 협박에 굴복해 퇴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은 신심의 진위를 시험한다.
교치의 말을 따르지 않는 닛슈와 니치벤은 류센사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찰 안에 몸을 숨기고 아쓰하라향을 비롯해 다른 향에도 홍교하러 다녔다.
닛슈와 니치벤에 대한 사람들의 신망은 두터워 광선유포의 불꽃은 널리 번져갔다.
1276년에 아쓰하라 농민인 진시로, 야고로, 야로쿠로 형제가 신심을 시작했다. 이 삼형제가 훗날 아쓰하라 농민신도의 중심이 된다.
창제 소리가 이 집, 저 집으로 번져 아쓰하라의 들판에 울려 퍼지는 속에 1279년 화창한 봄이 찾아왔다. 법화신도가 늘어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교치는 결국 농민신도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4월에 센겐신사의 제례가 아쓰하라향 내에 있는 분사(分社, 본사로부터 신령을 나누어 모시는 신사)에서 열렸다. 야부사메* 행사로 붐비는 혼잡한 틈에 법화신도인 시로가 괴한에게 피습당해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8월, 이번에는 문하인 야시로가 살해당했다. ‘법화경을 계속 믿으면 이렇게 된다’는 협박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교치가 후지군 시모카타의 정소대(政所代, 정소는 정무기관 중의 하나, 정소 부관)와 결탁해서 벌인 범행이었다. 더욱이 그 죄를 닛슈 등에게 덮어 씌우려 했다. 탄압의 흉포한 발톱은 농미신도에게 분명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니치렌 대성인은 <이체동심사>에서 아쓰하라의 사람들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치렌의 동류는 이체동심이기에 사람들은 적지만 대사(大事)를 성취하여, 반드시 법화경이 넓혀지리라고 생각하오. 악은 많아도 일선(一善)에는 이길 수 없으니.”(어서 1463쪽)
단결은 모든 사람을 용자로 만든다. 단결이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
야부사메(流鎬馬): 말을 타고 달리며 우는살을 쏘아 세 과녁을

순서대로 맞히는 무예로 가마쿠라시대에는 널리 행해졌다.

<상락 15>
아쓰하라 농민신도들은 서러 격려하며 흔들리지 않고 신심을 지속했다.
교치 일파는 더욱 악질적인 탄압을 꾀했다.
1279년 9월 21일, 농민신도들이 벼를 베려고 모여 있었다. 그곳에 무장한 시모카타 정소의 관원들이 대거 몰려와 농기구만 든 신도들을 공격했다.
농민들은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했다. 진시로, 야고로, 야로쿠로 삼형제를 비롯해 20명이 붙잡혀 시모커터 정소로 끌려갔다. 벼를 훔치고 행패를 부렸다는 죄목이었다. 고소한 사람은 삼형제의 맏형으로 동생들이 신심하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은 야토지였다.
피를 나눈 부모나 형제 등이 미워하거나 가장 앞장서서 박해할 때가 가장 괴롭고 견디기 힘든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므로 제육천의 마왕*은 종종 가족이나 친척의 몸에 들어가 법화경 행자를 박해하고 탄압한다. 이케가미 형제로 잘 알려진 무네나카와 무네나가도 아버지인 야스미쓰가 신심을 반대했다. 특히 형인 무네나카는 두 차례나 의절당한다.
야토지가 제출한 소장에는 닛슈가 무장한 폭도를 거느리고 말을 타고 류센사 주지의 거처에 난입했고, 류센사가 소유하는 논에 벼를 베어 닛슈가 거처하는 곳으로 옮겼다고 씌어 있었다.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붙잡힌 농민들은 가마쿠라로 이송되었다. 대성인을 박해한 시소(侍所, 관청)의 소사(所司, 차관) 헤이노 사에몬노조 요리쓰나가 자신의 집에서 농민들을 심문했다. 그는 교치와 내통하고 있었다. 소장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이렇게 강요했다.
“법화경의 신앙을 버리고 염불을 불러라. 그렇게 하면 죄를 용서하고 돌려보내줄 테니 고향에서 편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신앙을 바꾸지 않으면 중죄에 처할 것이다.”
농민들은 신심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강한 신심은 신심한 햇수가 아니라 굳게 정한 마음에 달렸다.
제육천의 마왕: 욕망의 세계인 ‘욕계’에 속하는 6개 천(육욕천) 중에서 최상의 천(제육천)에 산다는 마왕. ‘타화자재천’이라고도 하며 정법에 적대해 성불을 방해하는 ‘마’ 중에서도 가장 큰 작용을 한다.

<상락 16>
법화경을 버리라고 협박하는 헤이노 사에몬노조 요리쓰나에게 맞서서 아쓰하라의 농민신도는 소리 높여 창제했다. 그것은 불석신명(不惜身命)으로 법화경을 지키겠다는 결의였다.
격분한 요리쓰나는 열세살인 둘째 아들 아누마 호간 스케무네에게 히키메(?目) 화살로 농민들을 쏘도록 했다.
이 화살은 오동나무로 화살촉을 만들어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데, 이 화살을 맞으면 몸에 깃든 악마가 달아난다고 믿었다. 소리를 내며 날아가기 때문에 말 탄 무사가 개를 쫓아가며 활을 쏘는 무예 등에 사용했다.
그 화살이 다가오는 공포와 맞았을 때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농민신도는 가혹한 고문을 끝까지 견뎌냈다.
결국 요리쓰나는 10월 15일, 신도의 중심적인 존재인 진시로, 야고로, 야로쿠로를 참수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한 사람도 신앙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의연히 창제했다. 농민들의 굴하지 않는 신앙에 요리쓰나는 당황했을 것이다.
결국 세 사람만 처형하고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17명은 추방당한다.
한편 닛슈는 아쓰하라향에서 한때 시모우사(지바현 북부)로 옮기지만, 그 뒤에도 닛코 상인과 함께 홍교하러 힘껏 뛰어다닌다.
니치렌대성인의 문하는 닛쇼 등의 승려, 도키 조닌이나 시조 깅고 등의 무사 그리고 무사의 아내를 비롯해 그 가족으로 넓혀졌다.
그러나 일염부제 광선유포를 추진해 만인성불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실현하려면 농민 등의 민중이 법화경의 가르침대로 모든 난을 이겨내는 불퇴의 신심을 확립해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읽지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민중이 순수한 신심으로 난폭한 권력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사신홍법의 실천을 관철했다. 즉 법화경의 간심(肝心)인 남묘호렌게쿄를 수지하고 대성인과 함께 광선유포를 위해 싸우는 위대한 민중이 출현한 것이다.
대성인은 “니치렌(日蓮)과 동의란다면 지용보살이 아니겠느뇨.”(어서 1360쪽)하고 말씀하셨다.
민중을 단순히 구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사람들을 구제하는 주체가 된다. 이것이 바로 참된 민중불법이다.

<상락 17>
아쓰하라의 농민신도가 보여준 삶의 자세와 행동은 궁극적인 신심을 말해준다.
신심은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 재력 등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그것은 법난이라는 큰 시련과 맞닥뜨렸을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엄연히 맞서는 용기와 굳게 정한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싸워야 할 때’라고 받아들이고 스승의 말씀을 떠올려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자신이 정한 길을 관철하는 신념이다.
또 사리사욕과 보신에 집착하지 않고 법을 위해 이 한 몸을 내던지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한 점 의심도 망설임도 없는 불법(佛法)의 법리에 대한 강한 확신이다.
반대로 퇴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니치렌대성인은 다음과 같이 갈파하셨다.
“겁쟁이이고 법리를 기억하지 못하며, 욕심이 많고 의심이 많은 자들은 옻칠한데다가 물을 끼얹고 허공을 자르는 것과 같은 것이외다."(어서 1191쪽)
여기서 말씀하신 “법리를 기억하지 못하며”란, 대성인이 “어리석은 자의 버릇이란 약속한 일을 필요한 때에는 잊어버리느니라”(어서 234쪽) 하고 지적하셨듯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잊고 마음을 바꾸는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사와초>에는 제육천의 마왕이 권속에게 “그의 제자와 단나와 그리고 국토의 사람들 마음에 바꾸어 들어가서 혹은 간(諫)하고 혹은 위협해 보아라”(어서 1488쪽) 하고 명령했다고 씌어 있다.
아쓰하라법난 때도 승려인 다이신보와 산미보, 재가인 오타 지카마사와 나가사키 지로 효에노조 도키쓰나 등 대성인 문하가 퇴전해 교치 일파에 가담해 박해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정말이지

이 법리대로라고 할 수 있다.
본디 있을 수 없는 사태나 예상 밖의 상황을 만들어 신심을 교란시킨다. 이것이 제육천의 마왕이 노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광선유포의 싸움에서 방심하면 안 된다.

도다 조세이(戶田城聖)는 이렇게 읊었다.
“더욱더 / 험준한 산에 / 접어들었노라 / 광포의 여행 / 각오하고 나아가라”

<상락 18>
박해를 받은 아쓰하라 농민신도 그중에서도 진시로, 야고로, 야로쿠로 삼형제의 순교는 행복을 확립한다는 신앙의 목적과 정반대인 듯 보일지도 모른다.
생명은 비할 데 없이 존엄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보배다.
그럼 왜 니치렌대성인은“이왕이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법화경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시라”(어서 1561쪽) 하고 말씀하셨을까?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음을 맞는다. 대성인 재세 때는 기근, 역병, 전쟁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또 몽고내습으로 목숨을 잃을 각오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목숨은 최고의 보배지만 이슬처럼 덧없다. 그렇다면 그 목숨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대성인은 존귀한 목숨을 ‘세상의 얕은 일’에 버리지 말고 만인성불의 법, 다시 말해 전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영원하고도 불변한 대법인 법화경을 지키고 유포하는 데 바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면 “목숨을 법화경에 바쳐서 부처가 되시었다”(어서 1299쪽)는 말씀처럼 성불이라는 무너지지 않는 절대적 행복경애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삼세 영원하다. 정법을 위해 금세에 대난을 만나 순교하더라도 미래에 성불의 길이 열린다.
또 <사도어서>에서는 대난을 만나면 과거원원겁(過去遠遠劫)부터 쌓은 악업을 금세에 모두 소멸할 수 있다고도 말씀하셨다.
‘불석신명’ ‘사신홍법(死身弘法)’을 다짐하는 경지는 결코 비장한 것이 아니다. 태연자약하고 유유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경지다.
대성인은 다쓰노구치에서 참수 당하려고 할 때, 눈물을 흘리는 시조 깅고에게 “이처럼 기쁜 일이니 웃으시오”(어서 914쪽)하고 말씀하셨다.
더욱이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는 유배지 사도에서 “미래의 성불을 생각하여 기뻐함에도 눈물을 막을 길이 없느니라.”(어서 1361쪽)하고 쓰셨다.
광선유포를 위해 생애를 바치겠다고 용감하게 각오할 때, 우리 생명은 어본불인 니치렌대성인에게 직결해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큰 힘이 솟아나고 부처의 환희 찬 생명이 맥동한다.

<상락 19>
종문(宗門)이 군부정부의 탄압이 두려워 니치렌대성인의 정신을 위배하고 신찰(神札, 신사에서 내리는 부적)을 받들던 때에 초대 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는 정법정의를 지키다

옥사했다.
이 사신홍법과 순교의 역사가 바로 창가학회 정신의 원점이다.
스승 마키구치와 함께 투옥되어 훗날 제2대 회장이 된 제자 도다 조세이는 옥중에서 ‘자신이 지용보살’이라고 가슴속 깊이 오달하고 살아서 옥문을 나와 광선유포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무엇을 위해 죽느냐’는 뒤집어 보면 ‘무엇을 위해 사느냐’이다. 둘은 표리일체다.

정법정의를 끝까지 지키다 순교한 스승과 그 유지를 이어 평생을 광선유포를 위해 꿋꿋이 싸운 제자. 이 두 사람은 ‘사신홍법’의 위대한 정신과 실천을 관철했다.
신이치는 지금 창가학회라는 대형 제트기가 안정비행을 하고 있지만, 광선유포의 여로에는 아쓰하라의 농민신도나 마키구치 초대 회장의 시대처럼 힘겨운 난기류가 기다리고 있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이치는 회장으로서 ‘순교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결코 만들지 않겠다. 만약 순난을 피할 수 없다면 내가 이 한 몸으로 모두 받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필사적으로 조종관을 붙잡았다.
하지만 광선유포를 추진하려면 각자가 사신홍법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굳게 일념을 세워야 일생성불도 숙명전환도 할 수 있다.
사신홍법을 각오한다는 것은 ‘인생의 근본 목적을 광포’라고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명문명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불법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생활에서, 또 삶의 자세로 어본존의 공력과 불법의 진실을 증명하는 일이다.
광선유포를 위해 ‘건강해지겠습니다. 건강하게 해주십시오’ ‘경제혁명하겠습니다. 생활고를 이겨내게 해주십시오’ ‘화목한 가정을 꾸리겠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게 해주십시오’ 하고 깊이 기원하며 학회활동에 힘써야 한다.
광포를 서원(誓願)하는 기원이 부처와 지용보살의 기원이기에

제천은 물론 우주 일체를 움직인다.

<상락 20>
신심에 힘쓰는 까닭은‘중생소유락(衆生所遊樂)’ 즉 인생을 즐기고 유유한 행복경애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자칫 부(富)와 명성 등을 얻으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마음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다 욕망에 휘둘린다면 진정한 생명의 충족도 만족도 얻을 수 없다.
바라는 것을 손에 넣어도 그 기쁨은 한 순간일 뿐, 금방 허무해진다. 더구나 인간의 욕망은 더욱더 비대해져 새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불만이 점점 커지고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세간적인 욕망의 충족을 바라는 ‘욕락(欲樂)’의 한계가 있다.
그것에 반해, 부처의 깨달음을 향수하는 최고의 절대적 행복이 ‘법락(法樂)’이다.
이것은 밖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 속에서 치밀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니치렌대성인은 “일체중생 남묘호렌게쿄라고 부르는 이외의 유락은 없느니라”(어서 1143쪽)하고 명확히 말씀하셨다.
남묘호렌게쿄를 불러야 ‘법락’ 즉 진정한 유락을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대성인이

“나도 행하고 남도 교화(敎化)하시라”

“힘이 있는 한 일문일구라도 설할지니라”

(어서 1361쪽)하고 말씀하셨듯, 자행화타(自行化他)를 실천해야만 진정한 유락을 맛볼 수 있다.
광선유포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지용보살이다.
지용보살은 부처의 사덕(四德)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을 갖추었다고 대성인은 말씀하셨다.
‘상’은 부처와 중생에게 갖춰진 부처의 생명이 삼세 영원히 상주한다는 뜻이다. ‘낙’은 괴로움이 없는 편안한 경지다. ‘아’는 부처의 생명이 바로 진실한 ‘아’이고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는 주체 적인 강인함을 가진다는 뜻이다. ‘정’은 청정함을 뜻하는데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콸콸 솟아나는 샘처럼 깨끗한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상락아정’의 경애를 확립해야만 진정한 ‘중생소유락’이 있고 그것은 사신홍법의 결의와 실천으로 생긴다.

<상락 21>
신이치는 군부정부의 탄압과 싸우다 옥사하신 초대 회장 마키구치 선생님의 ‘사신홍법의 정신’을 도다 선생님이 그리고 동지가 이어받았기에 학회가 발전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광선유포가 크게 확대되었다고 확신했다.
신이치는 “수원(水源)에 물이 있으면 흐름이 마르지 아니하며”(어서 900쪽)라는 어서를 가슴 깊이 되새겼다.
10월 11일 저녁, 신이치는 오사카 도요나카시에 있는 간사이도다기념강당에서 연 아쓰하라법난 700년을 기념하는 오사카 조토권총회에 참석했다.
이날 신이치는 아쓰하라법난을 설명하며 현대에 맞는 순교정신을 언급했다.
“광포의 전진도 대하의 시대로 들어선 오늘날에는 희생자가 한 사람도 없어야 하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복운과 장수의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진심 어린 기원이고 바람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신심을 강하게 확신하며 꿋꿋이 강성하게 창제한다, 사람들에게 불법을 알리고 격려하며 광선유포를 위해 꿋꿋이 살아서 행복의 실증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순교정신에 통한다는 사실을 알기 바랍니다.”
순교는 본디 죽음을 예찬하는 영웅주의가 아니다. ‘광포가 곧 내 인생!’이라고 정하고 날마다 현실사회에서 격투하면서 끈기 있게 신심에 힘써 행복왕자(王者)가 되는 길이 현대의 불법자(佛法者)가 걸어야 할 길이다.
신이치는 오사카와 교토에서 지도 일정을 마치고 시즈오카로 이동해 아쓰하라 법난 700년 기념 법요에 참석했다. 그리고 14일 저녁에는 도노하라운동장에서 연 ‘아쓰하라법난 기념의 밤’에 참석해 창작무용 ‘아쓰하라 삼열사’를 관람했다.
굽히지 않고 신앙을 관철한 삼열사의 자세를 이어 가고자 하는 창가(創價)동지의 기상이 용솟음치는 박진감 넘치는 무대였다. 다들 생업에도 힘쓰고 광선유포의 활동에 도전하면서 열심히 연습을 거듭해 이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신이치는 ‘삼열사의 위대한 정신은 우리 학회에 있다. 학회가 있는 한, 정법정의는 멸하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갈채를 보냈다.

<상락 22>
10월 21일 오후, 10월 본부간부회를 도쿄 이타바시문화회관에서 열었다.
이날 지도에서 야마모토 신이치는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학회가를 만들었는지를 말했다.
“나는 올해 각 방면과 현 그리고 각 부서의 강한 요청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동지 여러분은 날마다 고생하며 학회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한 여러분을 만나 진심으로 위로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노래로 여러분이 기뻐한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희망이 된다면 하는 마음에서 서투르지만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부인부와 이바라키현 창가학회가 요청해서 신(新)부인부가로 ‘어머니의 노래’를, 이바라키의 노래로 ‘개가의 인생’을 작사했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 가사를 소개했다.

1. 어린아이를 안고 땀 흘리며/ 구원원초의 사명을
완수하는 나날 장한 모습/ 누가 찬탄하리오 이 어머니를
2. 이름도 없는 성(城)을 지키며/ 작은 태양은 변함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을 비추네/ 결코 크나큰 행복의 어머니로
3. 아 슬픔도 이겨내는/ 어머니의 기원은 다기차고
한탄의 언덕 저편에는/ 성 사람들의 웃는 얼굴

4. 어머니는 상냥하고 강하다/ 가슴에 흰백합 피노라
나이 드는 것도 잊어버리고/ 제천도 지켜라 이 춤을
영예로운 음률 어머니의 노래

<상락 23>
‘어머니의 노래’ 가사를 발표하자 부인부원 사이에 환성과 박수가 터져 나와 멈출 줄을 몰랐다. 겨우 박수가 그치자 신이치가 이렇게 말했다.
“밤낮으로 노고하시는 부인부 여러분의 활약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더욱 큰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이치는 전날 밤에 ‘어머니의 노래’를 작사했다. 이날 창가부인회관(훗날 시나노문화회관)에서 부인부 방면간부들과 간담했다.
공덕 체험으로 기뻐하는 조직의 상황이나 종문(宗門)의 승려가 계속해서 학회를 부당하게 비판하는 상황에서도 벗을 격려하러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부인부의 활약상 등을 잇따라 보고했다.

그때 새로운 부인부가를 발표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부인부는 이해 6월에 창가부인회관을 개관한 기념으로 신부인부가를 만들기로 하고 일단 ‘어머니의 성(城)’이라는 제목의 가사(안)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신이치는 그 가사를 보고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이 창가부인회관을 ‘어머니의 성’으로 묘사했는데 ‘어머니의 성’을 창가부인회관으로 한정 짖는 표현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부인부원은 수백만명이나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인회관에 오신 분은 6만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부인부원 대다수가 직접 보지 못한 만큼 이곳이 ‘어머니의 성’이라고 해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여러분의 가정을 ‘어머니의 성’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니치렌(日蓮) 대성인은 ‘법화경을 봉지(奉持)하는 곳을 당예도량(當詣道場)이라고 하며 이곳을 떠나서 저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니라’(어서 781쪽)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날마다 신심에 힘쓰는 장소가 바로 성불에 이르는 도량이라는 것이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입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에서 무너지지 않는 행복을 구축하고 자기 집을 적광토로 바꿔야 합니다. 부인부 여러분은 각 가정을 ‘행복의 성’ ‘어머니의 성’으로 만들 사명이 있습니다.” 행복의 실상은 자기 가정에 있다.

<상락 24>
창가부인회관에서 연 간담회에서 부인부 간부가 신이치에게 “가능하다면 선생님께서 작사를 해주셨으면…” 하고 요청했다.
신이치는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신이치는 이날 오후 10시 반에 집에 돌아와 작사 작업에 들어갔다.
“자, 부인부의 노래를 만들 거요. 읊을 테니 받아 적어주겠소.”
아내 미네코가 메모장을 들고 달려왔다.
“어린아이를 안고 땀 흘리며…”
그 자리에서 바로 읊기 시작하더니 가사가 실타래 풀리듯 술술 나왔다. 노래는 이미 신이치의 머릿속에 있었다.
광포를 위해 살아온 한 부인의 존귀한 인생 여정을 묘사하고 싶었다.
미네코는 1절 가사를 받아 적으며 초창기에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한 아이는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고 홍교하겠다고, 동지를 격려하겠다고 집집마다 다니는 부인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두 생활형편이 어려웠다. 아이가 아픈 사람도 있었다. 가정불화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부인들은 광선유포라는 구원원초의 사명을 자각하고 창제와 절복에 필사적으로 도전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비웃음도 당했다. 물벼락을 맞고 소금 세례도 당했다. 온갖 욕설도 들었다.
그러나 창가(創價)의 어머니는 지지 않았다.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크게 포용하고 광포의 길을 씩씩하게 돌진했다. 가슴속에는 환희의 태양이 자랑스럽게 불타올라 생명은 약동하고 희망의 넓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성훈에는 “법화경의 사자왕(師子王)을 갖는 여인은 일체의 지옥·아귀·축생 등의 백수에게 두려워 하는 일이 없다.”(어서 1316쪽) 하고 씌어 있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들이 키운 딸들이 후계의 바통을 이어받아

젊은 부인부원이 되어 행복의 선율을 연주하며 같은 사명의 대도(大道)를 명랑하게 전진한다.
신이치는 고투를 거듭해 온 위대한 창가의 어머니들을 최대로

존경하고 상찬하는 마음으로 가사를 지었다.

<상락 25>
신이치는 ‘어머니의 노래’ 2절 첫 마디를 처음에는 “이름도 없는 집을 지키며”로 하고 ‘집’을 ‘성(城)’으로 읽도록 표시했다. 그러나 각 가정이 곧 ‘어머니의 성’이라는 것을 전달하려면 ‘집’이 아니라 ‘성’이라고 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인들을 ‘작은 태양’으로 표현했다. 태양은 비가 오는 날도 맑게 갠 날도 폭풍이 몰아치는 날도 반드시 뜬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끈기 있게 묵묵히 자신의 일과 사명을 해내며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비춘다.
대업은 끈질긴 인내로 착실하게 도전해야 이룰 수 있다.
작사는 2절을 끝내고 3절로 들어갔다.
“아 슬픔도 이겨내는…”
3절에서는 가혹한 숙명과 싸우는 인생을 표현했다.
현실은 늘 질풍노도가 밀려온다. 순풍에 돛 단 배와 같은 인생은 없다. 겉으로 봐서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한가지씩은 심각한 고민을 안고 때로는 신음하며 살고 있다. 고뇌의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렇기 때문에 창제다! 그렇기 때문에 절복이다!
지용보살의 생명 즉 부처의 위대한 생명을 불러내어 강한 마음, 넓은 마음, 풍요로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유유히 이겨내고 승리해야 한다.
숙명이 있기에, 고민이 있기에 그것을 이겨내고 불법의 공덕을, 진실을,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다. 자신의 숙명이 자신의 사명이 된다. 그러므로 신심으로 해결하지 못할 고민은 결코 없다.
세차게 내리치는 우박에 절망의 먹구름이 마음을 온통 뒤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태양은 떠오른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대우주를 관통하는 묘법(妙法)에 직결해 자신이 태양이 되어야 한다. 영광과 승리의 환희 찬 빛을 발하며, 행복의 광채로 가정을 더 나아가 지역과 미래를 비추어야 한다.
신이치는 자신의 심정을, 격려하고 싶은 외침을 부인부 노래에

담아 가사를 읊었다.

<상락 26>
작사가 3절 후반에 이르자 신이치는 미네코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남편에 대해서도 한마디 넣으면 좋겠는데, 장년부가인 ‘인생의 여로’에서는 ‘아 수많은 산하 처자와 함께’라고 했으니 어디든 ‘남편’에 대해 넣고 싶군.”
“그러네요. 그런데 부인부원 중에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벌어서 열심히 아이를 키우는 분이나 결혼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분도 있어서요.”
“그렇기는 하군. 그럼 남편도 포함해서 ‘성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4절로 넘어갔다.
“도다 선생님이 부인부를 ‘흰백합’에 비유하셨지, 그래서 마지막 4절에는 ‘흰백합’을 넣고 싶었소.
‘어머니는 상냥하고/ 강하다/ 가슴엔 흰백합/ 자 일어서노라’로 하면 어떨까. ‘흰백합’은 학회 부인부의 상징이다. 언제까지나 그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오.
다른 의견은 없소? 부인부의 노래이니 부인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은데.”
신이치가 재촉하자 미네코는 웃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흰백합이니 ‘자 일어서노라’ 보다 ‘피노라’가 더 좋겠는데요…,”
“그렇군, 맞는 말이오.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부인부라고 해도 열여덟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부인부가 된 분부터 고령인 분까지 있다. 4절에는 초창기부터 노고한 연세 드신 분을 읊고 싶군. 나이가 들어도 활발하게 후배를 돕고 지키며 격려하는 분도 많으니 말이오.“
그리고 신이치는 “나이 드는 것도/ 잊어버리고/ 제천도 지켜라/ 이 춤을/ 영예로운 음률/ 어머니의 노래”라고 읊었다.
1절부터 4절까지 작사하는데 든 시간은 5분 정도였다.
신이치는 미네코가 정서한 가사를 잃고 퇴고했다. 특별히 고칠 곳은 없었다. 신이치는 가사 끝부분을 따서

노래 제목을 ‘어머니의 노래’라고 붙였다.

<상락 27>
신이치는 본부간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어머니의 노래’는 작곡도 부탁해 놓았습니다. 오늘 안으로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발표된 ‘어머니의 노래’ 가사를 들은 부인부들의 반향은 대단했다. 나이든 어느 부인은 상기된 얼굴로 감상을 이렇게 말했다.
“1절의 ‘어린아이를 안고…’는 옛 생각을 하며 추억에 잠겨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4절로 접어들어 ‘나이 드는 것도 잊어버리고’에 이르렀을 때는 ‘아, 이 노래는 지금의 나를 위한 노래다. 앞으로 분발하자! 인생을 훌륭하게 마무리 하자!’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또 ‘세이쿄신문’에 실린 기사를 본 도야마현에 사는 영미세스 멤버는 미네코에게 이렇게 심정을 전했다.
“제 나름 지금까지 창가학회 부인부로서 신심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절부터 4절까지 가사를 읽고 나니 ‘이토록 고생하고 이토록 결의하고 광선유포를 위해 꿋꿋이 살아야 비로소 진정한 부인부’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아직 이 정도로는 창가학회 부인부라고는 할 수 없겠구나’ 하고 통감했습니다. 진정한 부인부원으로서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작곡을 의뢰받은 음악 관계자는 이날 이타바시문화회관으로 달려와 협의를 하고 작곡에 들어갔다.
신이치는 본부간부회를 마친 뒤에도 대표와 간담도 하며 이타바시문화회관에 남아 곡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밤에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받았다. 다 같이 테이프를 들었다.
“노래가 좋군요. 내일은 시가연수원에서 비와호 페스티벌을 하지요. 거기서도 테이프를 틀어 들려드립시다.”
신이치는 당초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쿄 시나노마치에서 사회부대회와 현장회의를 열게 되어 아내 미네코와 큰아들인 마사히로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참석자가 만족하고 기뻐할까를 고심하던 참이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마음과 마음은 맺어진다.

<상락 28>

파란 하늘이 펼쳐진 시가연수원 운동장에서 ‘태양과 함께’를 주제로 비와호 페스티벌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화려하고 즐겁게 열었다.

1200명으로 구성된 대합창단의 화려한 노래, 리듬댄서, 연극

‘아쓰하라 삼열사’, 꾸미기체조, 민속춤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미네코는 오후 공연에 참석해 야마모토 신이치 회장은 도쿄에서 중요한 행사가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제게 ‘대신 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기에 갑작스럽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미네코는 신이치가 얼마나 시가 동지를 만나고 싶어했는지를 말하고 어제 막 만든 부인부가(歌) ‘어머니의 노래’를 시가의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들려드리라고 해서 테이프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노래가 흘렀다. 신이치는 가사 속에서 부인들을 ‘작은 태양’으로 표현했다. 이 페스티벌 주제는 ‘태양과 함께’다. 미네코는 신이치와 시가 동지의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다.

미네코는 페스티벌에 모인 벗 5000명에게 신이치가 가사 한마디 한마디에 어떤 마음을 담아 지었는지를 말했다.

어머니는 강하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어머니들이 있기에 광포가 있다. 어머니여,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구름을 내려다 보며 상락아정(常樂我淨)의 파란 하늘에 행복의 태양으로 빛나라! 이것이 신이치의 바람이었다.

미네코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맺었다.

“즐거운 가정의 성(城)을, 지역의 성을 힘차게 지키고 발전시키길 기원드리며 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출연자를 격려하려고 운동장을 돌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모래먼지를 일으켰다. 미네코는 민속춤을 춘 멤버 앞에 멈춰 확성기로 말을 건넸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할 때

사명의 발걸음은 시작된다.

<상락 29>

미네코가 운동장을 도는데 한 노부인이 “다카시마에서 왔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다카시마 비와호 서북부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이곳에서도 종문(宗門)의 승려와 단도들이 학회를 공격해 동지들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절에서 여는 법회 등에서도 학회를 탈회하고 절에 귀속하지 않으면 장례식에도 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 말에 굴복해 퇴전하는 사람도 생겼다.

신이치와 미네코도 그 상황과 결의가 담긴 편지를 수없이 받았다.

미네코는 노부인에게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고 노부인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카시마 여러분이 보내 온 편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괴롭고 분하실지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부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분발하기 바랍니다. 반드시 장래에 무엇이 정의인지 밝혀질 것입니다. 저도 진지하게 제목을 보내겠습니다.”

이름도 없는 어머니들이 승려의 권위를 앞세운 폭거에 눈물을 참고 견디며, 이름도 없는 성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행복의 명성(名城)을 쌓고자 분투했다.

신이치는 그러한 다기진 어머니들에게 인생의 응원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의 노래’를 작사했다.

신이치는 10울 23일 오후 도쿄 시나노마치 창가문화회관 내에 있는 광선회관에서 연 부인부대표간부회에서 처음으로 부인부원들이 합창하는 ‘어머니의 노래’를 들었다. ‘흰백합 합창단’의 밝고 희망 넘치는 생기발랄한 노랫소리는 상락아정의 봄바람을 생각나게 했다. 신이치는 이날 태양의 부인부를 이끌어가는 간부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했다.

‘풍부한 인간성과 강함 확신으로 후배를 이끌어가는 총명한 간부로’ ‘인생의 역경에 용기 있게 맞서자. 그러려면 먼저 나약한 자신을 이겨야 한다.’ ‘푸념하는 인생에 성장은 없다.’

어머니라는 태양이 있는 한 눈보라 치는 어두운 밤이어도 희망찬 새벽은 반드시 찾아온다.

<상락 30>

10월 21일 본부간부회에서 부인부가(歌) ‘어머니의 노래’와 함께 발표한 이바라키현가(歌) ‘개가의 인생’의 가사에는 ‘일체를 승리해내는 이바라키가 되오라!’는 신이치의 강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신이치는, 이바라키현은 다양성이 풍부해 미래를 창조하는 데 새 모델이 될 현이라고 느꼈다.

많은 현이 현청소재지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이바라키현은 다핵화 도시로 인구도 분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 중앙부인 미토시에 현청을 두고 현 북부 히타치시를 비롯한 태평양 연안은 공업이 발달했으며, 남동부에는 가시마항을 중심으로 임해공업지대가 펼쳐져 있다. 남부에는 쓰쿠바연구학원도시를 조성해 최첨단 과학 연구를 맡고 있고 쓰치우라 일대는 수도권 확대와 함께 도쿄의 베드타운이 되었다.

그리고 현 서부를 비롯해 현 대부분이 간토평야에 속해 농업도 활발하다. 가스미가 우라호 등 호수와 습지가 많고, 후쿠로다 폭포나 수변도시 등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다양성이 풍부한 이바라키는 일본의 축도이기도 하다. 그런 이바라키의 각 지역에서 광선유포의 승리상(像), 본보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그대로 21세기를 승리를 이끄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바라키가 해야 할 크나큰 사명이라고 신이치는 생각했다.

그 새로운 전진을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틀을 깨고 경애혁명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음을 크게 열어 사람들을 유연하게 포용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 않는 끈기와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아(我)’를 고집할수록 자신과 사란들 사이에 골은 깊어지고 세계는 좁아진다.

진취적 기상에 불타 다 같이 넓은 마음으로 단결해야 지역이 번영하고 광선유포가 넓혀진다. 넓은 마음도 인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인내는 승리의 길로 이어진다.

신이치는 이바라키가 크게 비약하길 바라며

‘참고 이겨내는’ 정신을 생명에 새기기를 바랐다.

<상락 31>

신이치는 이바라키가 이룩할 승리의 미래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개가의 인생’을 작사했다.

1. 오 찬바람에 매화 향기롭고/ 그대도 내 벗 견디고 이겨내라

자 노래하리 이바라키의/ 개가의 인생을 만들자

개가의 인생 빛나노라

2. 붉은 태양 내 가슴에/ 고락의 여행에 제천 춤춰라

아 상락(常樂)에 언덕길 있어도/ 어깨동무하고 나아가는 벗의 행렬

어깨동무하고 나아가는 행복의 행렬

3. 그대여 괴로워도 언젠가는/ 광선유포의 금빛 바람

환희의 개가 승리의 함성을/ 하늘 높이 외치자

아 이바라키 용자(勇者) 있노라

이 노래에도 바로 곡을 붙여 기쁨에 찬 노랫소리가 이바라키현 전역에 울려 퍼졌다.

그 감동이 퍼지는 가운데 15일 뒤인 11월 5일에는 이바라키현 반간부가 학회본부에 모여 근행회를 열었다. 이날 신이치도 참석해 제일선에서 건투하는 ‘개가의 동지’를 찬탄했다.

신이치는 이야기 끝부분에 <시조깅고전답서>(어서 1143쪽)를 배독하고 이렇게 강조했다.

“이 어서는 ‘더욱더 강성한 신력(信力)을 다하실지어다’라는 말로 끝맺고 있습니다. 신심의 세계에서는 늘 ‘더욱더’라는 기개로 향상심, 구도심을 불태워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신심을 해왔다. 여러 활동도 다 경험해보았다. 그러니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타성에 빠진 신심입니다. 간부에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조직은 정체합니다. 그러한 마음을 용감하게 물리쳐야 ’개가의 인생‘이 있음을 아시기 바랍니다.”

<상락 32>

신이치는 이바라키현에 이어 다른 현의 노래도 심혈을 기울여 작사했다.

날마다 회합과 간담 등이 몇 개나 잡혀 있는 바쁜 일정 속에서 하는 작업이었다.

신이치는 다음으로 작사하기 시작한 노래는 광선유포의 싸움에서 ‘간토의 영웅’으로서 큰 발전을 이룩한 추억 깊은 사이타마에 선사하는 노래였다.

신이치는 사이타마를 ‘21세기 왕자(王者)’라고 생각했다. 광포의 흐름 ‘대하의 시대’에서 ‘대해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그때에 사이타마는 창가(創價)의 장강(長江)이 되어 가장 먼저 넓은 바다로 흘러가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사람 한사람이 지용의 사명이라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사제(師弟)의 원류를 가슴에 품고 신심의 청류가 가득 넘치는 용자가 되어 동지와 스크럼을 짜고 사회를 윤택하게 하기를 바랐다.

사이타마에서도 승려들이 학회를 파괴하려고 심하게 준동했다.

신이치는 ‘우리는 창가의 대도(大道)를 자랑스럽게 나아가자’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만감을 담아 가사를 지었다.

사이타마현가(歌) ‘광포의 깃발’ 가사에 곡을 붙여 10월 27일자 ‘세이쿄신문’ 사이타마판에 실었다.

1. 사랑하는 사이타마 지금 여기에/ 땅에서 솟아난 우리 벗이

용감하게 손을 잡고/ 광포의 깃발 아래 모였도다

2. 청정한 사이타마 늠름하게/ 세계의 벗이여 이 땅을

주시하고 찬탄하라 루아르라고/ 문화의 향기 행복 꽃핀다

3. 이 강 저 봉우리 사이타마는/ 두려울 것 없다 사자(師子)의 자식은

벗의 마음도 빛나도다/ 아 사이타마의 낙토를 보라

32년 뒤인 2010년 10월, 신이치가 청년 3만 6000명이 모인 사이타마 청년부총회를 축하하며 마지막 구절에 “아 사이타마의 승리를 보라”고 덧붙였다.

<상락 33>

일본 광선유포의 장대한 미래도를 그릴 때 아무래도 도쿄의 강화와 비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럼 새로운 시대의 도쿄를 상징하고 중핵이 될 지역이 어디일까?

도쿄의 광선유포는 주로 서민이 사는 구시가지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새롭게 뻗어가는 신흥 주택단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였다.

그중에서도 세타가야는 인구도 급증한데다 한가로운 전원풍경으로 바뀌어 문화적으로도 격조 높은 주택가로 크게 변모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인기도 높아졌다. 그 세타가야에서 지역에 뿌리 내린 새로운 광선유포의 운동을 펼쳐 전진의 돌파구를 연다면 그것은 시대를 앞질러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된다. 분명 도쿄의 미래를 여는 힘이 될 것이다.

또 세타가야에는 신이치에게 잊지 못할 황금과 같은 추억이 있었다. 1954년 11월 7일, 청년부가 ‘세기의 제전’이라는 첫 체육대회를 세타가야에 있는 일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었다.

이 체육대회는 청년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몸을 단련하고 단결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해 신이치가 안을 내고 기획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사들은 ‘신심 활동도 바븐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종교단체가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거기에 쏟을 비용과 노력이 가치적이냐‘는 등 이견을 내세우며 개최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장인 도다 조세이(戶田城聖)는 승낙해주었다. 결국 청년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실시하기로 했다. 체육대회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체육대회로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인재가 성장했다. 더욱이 학회의 전통행사가 되어 훗날 평화문화제의 원류가 된다.

즉 세타가야는 학회의 새로운 운동을 창조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치는 그러한 전통과 정신을 이어 광포의 신시대를 여는 선구가 되길 바랐다. 이것이 바로 세타가야의 사명이라고 강하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