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동화
훈장 찬 쥐
이 주홍
담 밑에 서 있는 앵두나무 아래로 쥐구멍 하나가 있는데, 그 구멍 안에는 어미쥐 한 마리가 새끼쥐 세 마리를 데리고 산다. 맏이는 맏동이, 둘째는 두동이, 셋째는 끝동이....
어느 날 네 모자가 둘러 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맏동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다른 집에는 가 보면 다 아버지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고, 할머니도 있는데, 우리 집에는 왜 없지?"
"우리 집에도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있었지만, 모두 죽었으니까 지금은 없지."
"다른 집들처럼 같이 살면 좋았을 텐데 왜 죽었을까?"
"누가 죽고 싶어서 죽었겠니? 아버지는 고양이한테 물려 죽고, 할아버지는 개한테 물려 죽고, 할머니는 쥐약을 먹고 죽었으니까 지금은 없게 된 거지."
"누구 집에서 그렇게 물려 죽고 약으로 죽고들 했어, 엄마?"
"이 담 너머의 조 부자네 집에서란다. 그러니까 이 조 부자네 집에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안 가도록 해야 하는거야. 그 집에는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개, 고양이를 많이 기르고, 구석구석에다 쥐약을 많이 놓아 두고 하니까."
그 소리를 듣더니 이번에는 끝동이가 말참견을 했다.
"엄마, 그러면 이 담 너머의 조 부자네 집이 우리하고는 원수가 되는 셈이겠네?"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만은 희생을 안 당하도록 절대로 그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거야."
아침 식사가 끝나자 맏동이와 두동이는 또 먹을 것을 찾아 나갔는데 끝동이만은 여전하게 엎드려 만화 그림을 보고 있다. 주인 집 아이가 보고 찢어 내 버린 만화 그림 종이를 주워다가 즐기고는 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것을 보더니 엄마쥐가 꾸중을 했다.
"너도 이제는 활동할 나이가 됐어. 그런데도 날마다 만화 챡이나 보고 빈둥빈둥 놀고만 있으니 인간이 그래가지고서 출세는 언제 할 거야?"
"엄마, 우리가 인간이야?"
"아이구 참, 내가 입에익어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해 버렸구나. 하여간에 아침이고 저녁이고 너는 책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출세는 언제 할거냐, 그 말이야!"
"엄마, '대기는 만성이라!'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는 법이니 걱정 말아요."
"에그에그, 서당개 삼 년에 삼 년에 풍월을 한다더니 책을 ㅁㄶ이 보니까 말 하나는 잘 하는군."
도대체 조 부자네 집이란 얼마나 먹을 것이 많은 집일까? 아무도 없는 날 끝동이는 담 밑으로 땅굴을 파고서 조 부자네 집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흙 밖으로 고개를 쳐들기가 무섭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큰 세퍼드 개 한 마리가 앞발로 탁 눌렀다.
"예끼, 못된 놈 같으니라구. 그렇지만 넌 내 손에서 죽었어!"
끝동이가 훌쩍 훌쩍 우니까 세퍼드는 코웃음을 쳤다.
"흥, 죽으려니까 슬픈 모양이로구나?"
"그게 아녀요. 세퍼드 선생님의 높으신 이름을 듣고 선물까지 사와서 찾아뵌 건데, 저를 죽이기부터 하시려니까 선생님의 인격이 아까와서 우는 거여요."
"아니 아니 내 이름이 높다고?"
"그럼요. 선생님의 인격이 높으시다는 건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걸요."
"아,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런 말을 하고 있는가? 하기야 그래서 그렇든지 집을 잘 지킨다고 우리집 주인이 내게 이런 훈장까지 걸어주기도 했지. 그런데 가지고 온 선물이라는 건 뭐지?"
끝동이는 뒷주머니에서 만화 그림 넣어 두었던 것을 꺼내 주었다. 그랬더니 세퍼드는 만화에 정신이팔려서 끝동이가 과자니 고기니 마구 훔쳐 먹는 것도 본 체 만 체 하다가,
"얘, 이 만화 참 재미있구나, 또 가져올 수 없겠어?"
"세퍼드 선생님의 청이신데 누가 마다하겠어요. 그렇지만 세퍼드 선생님이 그러신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항테니 그 목에 걸고 있는 훈장을 잠시 빌려 주셔요."
"그거야 어려울 게 없다. 자 이걸 걸고 가서 빨리 만화책을 많이 구해 오너라!"
집에 돌아와서 천하 태평 만화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끝동이는 목에 건 훈장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런 말을 하고 뽐냈다.
"사람이고 쥐고 할 것 없이 출세를 하려면 나처럼 이렇게 머리를 써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