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키댈릭 (몽환적)밴드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 6년의 클럽 활동 , 해체 후인 2004년에 앨범 출시
네눈박이 나무밑쑤시기의 주축이었던 일렉 기타리스트 2명이 만든 밴드가 오르겔탄츠임
현재 오르겔탄츠에서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은 아코디언과 보컬, 나머지 한 명은 클래식 기타를 맡고 있음
왼쪽 끝 ☞ 마르까 마르꼬 오른쪽 끝 ☞ 김미옹
"장르는 달라도 '비주류'로 뭉쳤죠"
96년 연주하다 만나 음반 1장 내고 해체
멤버 전원 작사·작곡… 모든 곡이 매혹적
[조선 일보 한현우 기자]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라고 밴드 이름을 지을 정도면 음악에나 팀워크에나 간단치 않은 자존심이 있을 것 같은데, 불행히도 이 밴드는 음반 한 장을 내놓은 뒤 해체의 길을 택했다. 이들이 최근 내놓은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은 현재 한국 인디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을 매혹적으로 부활시킨 록 음악이다.
장혜진(보컬과 베이스) 송근정(기타) 김미영(기타) 세 여자 멤버와 현재 ‘코코어’ 드러머인 류광희가 뭉친 이 밴드는 평소 사전 읽기를 좋아하는 장혜진이 눈여겨 뒀던 벌레 이름을 밴드 명으로 삼았다. 여자 셋은 1996년 종로의 한 합주실에서 만났고, 류광희가 2001년에 합류했다. 이미 해체한 멤버 네 명을 어렵게 연락해 류광희가 운영하는 홍대 앞 클럽 ‘아우라’에서 만났다.
“우리 모두 중·고등학교 때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전영혁씨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서 많은 걸 배웠죠. 그렇지만 친구들과는 얘기가 안 통했고, 합주실에서 만났을 때 얘기가 너무 잘 통하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을 같이하게 됐어요.” 인디계에서 ‘여자 제프 벡’이라고 불리는 김미영은 “여고를 다녔는데 전교에서 기타 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면서 “우리 모두 좋아하는 장르가 제각각이지만 ‘비주류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팀 결성 이후 90년대 말에 클럽에서 매주 2, 3회씩 공연했다. 그러나 하드코어가 휩쓸던 홍대 앞에서 이들은 ‘찬밥’ 신세였다. “사람이 꽉 찼던 클럽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서면 모두 빠져나가곤 했다”고 한다.
누구랄 것 없이 멤버들이 골고루 작사·작곡에 참여한 음반은 단 한 곡 허투루 지나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첫 곡 ‘아이… 피스(Eye… piece)’는 마치 계단을 밟아 올라오는 것 같은 베이스와 드럼에 이어, 기타 두 대가 담쟁이넝쿨처럼 뻗어 올라와서는 기어이 듣는 이의 귓속을 파고드는 명곡이다.
5번째 곡 ‘티어즈 스투드 인 히즈 아이즈(Tears Stood In His Eyes)’는 단 한 곡으로 이 밴드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노래. 스페니시 음악의 양념이 뿌려져 지글지글하는 기타와 장혜진의 도발적인 보컬, 중간중간에 불 뿜는 김미영의 기타를 들으면 “이거 우리나라 밴드 맞아?”하고 묻게 된다. 마지막 14번 ‘힘 투 힘(Hymn To Him)은 8분40초에 이르는 프로그레시브 대곡이다.
멤버들은 “음악적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해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도 미묘한 균열이 감지됐다. 이들을 발굴해 낸 비트볼 레코드 직원들이 “공연 한번만”을 애걸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들의 라이브를 볼 수 있다면 함께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한현우기자 [ hw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