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검은 물체가 다가와 목을 조른다. 하지만 저항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불러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오갔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가위눌렸네~
"자다가 귀신을 보거나, 잠에서 깼는데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을 '가위눌림'이라고 해. 성인 절반 이상이 평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하더라고한다."
네아비 지식박사의 검색 결과를 살펴보니, 가위눌림은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하는 일종의 수면장애였다. 잠자는 동안 긴장이 풀렸던 근육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나 몸을 못 움직이는 것이다. 대개 꿈꾸는 수면, 즉 렘수면(REM sleep) 때 나타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수면마비는 깨어 있거나 반쯤 깨어 있는 상태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죽음이나 질식감,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수면마비가 비몽사몽간에 목소리를 낼 수 없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이고, 이 상황에서 환각을 경험했다면 '입면기 환각'에 빠진 것이다. 입면기 환각은 꿈을 반쯤 깬 상태에서 겪는 착각인데, 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이 부족할 경우, 또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았을 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시각적 자극이 가위눌림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 덕분에 최근에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떠올랐다.
조금 처진 마음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를 살폈다. 다행히 가위눌림은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 큰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잦은 가위눌림은 '기면증'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짧은 시간에 발작적인 수면을 취하는 심각한 수면질환이라고 했다.
X 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가족형 수면마비도 있었지만 사례가 꽤 드물었다. 다행히 내 경우는 기면증도 유전도 아니었다. 그래서 가위눌림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푹 자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네아비 지식박사에게 '숙면 취하는 방법'을 묻기 시작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몸 안의 수면제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성물질인 트립토판 함유량이 높은 바나나와 파인애플, 키위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박이나 맥주는 이뇨작용을 하므로 깊은 수면에 방해가 되고, 늦은 밤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 않다.
결국 꿈에서 만난 귀신이 내 목을 조른 게 아니라 내 생활습관과 태도가 가위눌림 현상을 부른 것이었다. 이제 수면마비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니 그 어떤 귀신이 와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당장 습관을 고칠 수 없으니 대비책을 한 가지 정도는 마련해둬야겠다.
"겁쟁이가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을 찾는 거야. 수면마비는 근육의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나는 건데, 갑자기 시작돼서 1~4분 정도 지속되거든. 근데 누가 소리 내는 걸 듣거나 몸을 만지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단 말이야. "
가위에 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잠 부족·과다한 스트레스 탓
가위눌림을 의학적인 말로 바꾸면 수면마비(Sleep Paralysis)입니다. 보통 가위눌림은 잠들려고 할 무렵이나 깨어날 때 주로 일어납니다. 이 때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들이 마비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수면은 크게 렘(REM Sleep) 수면과 논렘(NREM Sleep) 수면이 있습니다. 렘 수면일 때는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이 때 대체로 꿈을 많이 꿉니다. 또한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완전히 마비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렘 수면 중 잠깐동안 의식이 깨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의식은 있으나 사지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생기지만 호흡 운동은 가능합니다. 바로 이런 증상을 수면마비(가위눌림)라고 합니다.
자주 가위에 눌리는 사람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대체로 오랫동안 잠을 잘 못 자다가 잠이 든다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더 자주 겪습니다. 이런 수면마비는 대개 1분에서 수분 정도 지속되고 억지로 눈을 빨리 움직이거나 누군가가 건드려주면 바로 끝납니다. 그러므로 가위눌림은 그저 수면장애의 하나일 뿐 어떠한 환상적인 경험은 아닙니다.
수면마비를 예방하려면 항상 충분히 잠을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다만 늦은 저녁이나 밤에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항상 일정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