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취재] 중국 - 구이양
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산세와 돌연 펼쳐지는 계단식 밭의 풍경은
구이양이 고원도시임을 실감케 하는 한편 이국적인 감흥에 들뜨게 한다.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당당함과 하늘이 내린 천혜의 자연 속에서
그저 스쳐가는 발걸음만으로도 그 생생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귀한 햇살 아래 귀한 손님이 된다
구이양(귀양, 貴陽)은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구이저우(귀주, 貴州)성의 성도(省都)로 여름에는 덥지 않고 겨울에는 춥지 않아 중국 내에서도 1년 내내 온화한 날씨가 넉넉한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귀한 태양 빛’이 따사로운 구이양은 그래서 사시사철 봄날이다.
-아낌없이 다 보여 준다 ▶ 황과수 폭포
ⓒ 여행신문
구이양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약 150km 정도 위치에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황과수(黃果樹) 폭포가 있다.
높이 74m, 너비 81m의 황과수 폭포. 폭포를 보러 들어가는 초입에 수석과 분재 정원수들이 아기자기한 정원이 있고 굽이진 계곡을 따라 심심할 겨를을 주지 않는 산책로는 은근히 황과수의 등장에 팡파레 역할을 해댄다. 한 구비 돌아드니 몇 가닥 떨어지는 폭포의 옆 얼굴이 보이고, 조금 더 접어드니 좀더 우람한 앞 모습을 내보인다.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을 에워싸며 걷다 보면 차츰차츰 눈 안으로 다가드는 황과수를 만나게 된다. 눈 안으로 들어올 뿐 아니라 근접해 가면서 피부에 와 닿는 물 안개비 환영도 격렬하다. 가는 길목 사이사이 형성돼 있는 절벽 동굴로 들어서면 폭포의 측면과 뒷면까지 골고루 황과수 폭포를 섭렵할 수 있다. 느닷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정신없이 머리가 젖어들 무렵이면 공교롭게도 기념사진 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부지런한 사진사 아줌마가 적당한 위치에 꼭 박아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대고 황과수 폭포 관광이 끝날 즈음에는 그 현상된 사진을 받아 쥘 수 있게 해준다.
온 길을 두 번 밟지 않게 조성된 폭포 관람 길은 아시아에서 3번째로 길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입구를 빠져나오면서 마무리된다.
-각본대로 즐거운 산책길 ▶ 천성교
ⓒ 여행신문
황과수 폭포에서 남쪽으로 7km 떨어진 천성교(天星橋) 풍경지구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정원인 양, 수풀과 색다른 모양의 석림(石林)들이 기이하다. 물 위에 놓여 있는 365개의 징검다리 위를 뒤뚱뒤뚱 건너며 징검다리마다 새겨 있는 날짜를 살펴본다. 자신과 관련 있는 날짜의 돌다리 위에서 사진 한 컷 찍는 것은 각본에 맞게 따라오는 알맞은 즐거움을 안겨 준다. 돌 위의 날짜만 찾다 보면 주변 풍경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그곳의 함정. 발걸음에 주의하며 주변을 둘러보면 돌 위에서 자라는 거대한 선인장과 특이한 식물 등 색다른 볼거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징검다리 위로 물이 넘치지 않는다는 개울을 지나면 마음 착한 사람만이 지날 수 있다는 바위 사이 샛길이 나온다. 순간 마음을 스치는 긴장감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유치한 설렘이다. 이 순간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절박하다.
아기자기한 산책길이 끝나고 펼쳐지는 시원한 천성호수를 바라보며 한번 호흡을 고른다. 아름다운 산책 뒤에 따라오는 갈증은 출구 앞에서 팔고 있는 싱싱한 오이로 가라앉히면 된다.
-신비한 수상 동굴 체험 ▶ 용궁
ⓒ 여행신문
황과수 폭포와 함께 구이저우성의 대표적인 풍경구인 용궁(龍宮). 1980년 발견되어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용궁은 길이만도 5km에 이르는 수상 종유석 동굴로 발견된 이래 아직까지 개발이 진행 중인 미완의 풍경구이다.
동굴이 시작되는 잔잔한 호수 위에 띄워 놓은 배를 타면 물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용궁 안으로 들어간다. 기기묘묘한 종유석의 모양에 따라 붙여 놓은 이름도 가지가지. 포도송이, 공룡에 원숭이까지 안내원의 이야기에 따라 머리를 끄덕거리며 자연이 만들어 놓은 희한한 조화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느 정도 배를 저어가다 보면 드넓은 공간이 나오고 공간 특유의 울림을 타고 노래도 한 가락 뽑아 본다. 들고 나는 배들이 서로 비켜 가며 동굴 안 풍경을 즐기다 보면 환한 동굴 밖과 어두운 동굴 안의 대비에 눈이 부시고, 그 순간 배는 슬그머니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오는 손님, 한잔 받으시오 ▶ 먀오족 민속촌
ⓒ 여행신문
민속촌 초입부터 특유의 전통의상을 입은 먀오족(苗族)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그들 풍습에 따라 자신의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은 문 앞에서 권하는 술을 마셔야 그들 환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방문객에 권하는 술 한잔의 풍습이라니, 친근하고 풍류 있다. 행여 마시지 못할 경우에는 두 손을 뒷짐 지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 된다.
들어선 마당에는 자신들의 풍속놀이를 보여 줄 소년, 소녀들이 대기하고 있고 한쪽에 둘러앉아 연일 있을 법한 놀이를 구경하는 할머니들, 그 할머니 품 안에서 발간 볼을 하고 푸근하게 안겨 있는 아가, 뒤뚱거리며 마당을 오가는 어린 아이, 제법 사진 포즈까지 연출해 내는 어린 소녀까지 한동네 구성원들이 이리저리 살가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멀찌감치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할아버지도 또한 등장인물 중 하나이다.
푸른 색조의 옷을 즐겨 입고 고깔 모양의 모자에 은장식을 즐겨한다는 먀오족 여자들은 모자의 고깔이 하나면 유부녀이고 둘이면 미혼이라는 표시라고.
한쪽에서 풍물을 쳐대면 대나무춤 추기, 마음에 드는 남녀끼리 짝 짓기 놀이, 엉덩이 밀어내기 등 민속놀이 한마당이 시작된다. 무슨 프로 공연 팀이 아니니만큼 그들의 놀이는 그저 자신들끼리 노는 듯 장난하듯 진행된다. 구경꾼들도 종종 그들의 손에 이끌려 마당 한가운데로 진출하고 어색한 가운데서도 함께하는 놀이는 좀더 가까이 그들을 알아 가는 과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절구에 찹쌀 반죽을 가지고 나와 즉석에서 인절미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것으로 놀이마당은 마무리된다. 술에, 떡에, 먀오족 할머니의 다정한 얼굴과 수줍은 처녀의 얼굴까지 그들에게서 우리네 풍습과 비교되는 친근함을 본다.
- 삶의 고단함을 단번에 푼다 ▶ 구이양 야시장
그 고장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자면 단연 시장이 으뜸이다. 그중에서도 야시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활의 고단함을 풀어내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야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에게서는 어느 정도 낮 시간의 긴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설핏 위태로운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어두운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사이를 건널목, 신호를 모두 무시한 택시들이 요리조리 달려가고 꽤 넓은 길거리는 오만 가지 음식이 즐비한 야외 음식점으로 그득하다. 양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사방에서는 손님을 부르는 호객 행위가 활발하다. 사람들은 노점마다 마련되어 있는 날 재료를 이리저리 골라 가며 입맛을 다시고 ‘롱샤’ 요리를 준비하느라 가재를 손질하는 주인 여자의 손길은 현란하기 짝이 없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는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잡상인들의 방문은 또 다른 술안주가 된다. 그중 으뜸은 적은 대가에도 불구하고 노래 한 곡 마다치 않던 어린 소녀 가수의 노래 상품. 그 아리따운 얼굴 어디에도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노래가 좋아 그곳에 있는 것만 같다.
남녀노소, 연인, 관광객 할 것 없이 어두운 밤 거리 매캐한 음식 연기 속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의 주먹다짐도 야시장의 필수 풍경. 한쪽 리어카에서 파는 사탕수수를 베어 물며 다른 길로 접어들면 옷이나 신발 등 다양한 물품들을 펼쳐놓고 팔고 있는 또 다른 야시장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플러스 α++++++
중국 남서부 윈구이고원(雲貴高原)에 위치하고 있는 구이저우성은 17만4,000k㎡의 면적에 3,525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 한족(漢族)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그 밖에 먀오족(苗族), 부이족(布依族)을 비롯하여 후이족(回族), 이족(彛族), 수이족(水族) 등 무려 38개의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다민족 거주지이다. 그런 이유로 소수민족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구이저우성의 산지 비율은 무려 67%. 특히 구이양은 표고 1,071m에 위치해 있는 고원 도시로 평균 고도가 높은 탓에 건물의 밀도가 조밀하고 건축법상으로도 고층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잘 생기고 우람한 산 사이로 펼쳐져 있는 구이양 시내는 예상 밖으로 규모도 크고 분주하며 활기찬 모습이다. 더구나 구이양의 용둥보 공항이 올해 국제공항으로 승격됨에 따라 구이양 가는 길이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지취재] 중국-구이저우 황과수 폭포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사람은 위를 우러러 본다
중국에서 구이저우(귀주)라는 지명은 낯설지 몰라도 ‘마오타이(모대)’주의 명성은 들어봤을 법하다. 혹자는 아예 ‘구이저우 마오타이’라고 함께 부르기도 한다. 마오쩌둥이 즐긴 것으로 더욱 유명한 이 술은 이과두주, 우량예(오량액) 등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술로 꼽히며 동시에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 구이저우에서 대외적으로 사랑받는 명물이 비단 이 마오타이주 뿐만은 아니다. 구이저우는 관광목적지로 각광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사계절 봄의 도시 쿤밍(곤명)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며 평균 기온 역시 비슷해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찾아든다. 또 구이저우는 중국 최대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황과수폭포라는 걸출한 보물을 지니고 있다.
■ 폭포 속서 감상하는 색다른 폭포의 멋
폭포가 보이기도 전에 소리로 먼저 폭포를 만난다. 폭포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무려 81미터가 되는 곳에 모인 물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높이 71미터의 아래로 일순간 떨어진다. 거대한 물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는 장중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 마음 깊은 곳에 감동을 전한다.
소리에 취해 폭포를 따라가 보면 그 끝에는 무지개가 있다. 사방에 흐트러진 물이 햇살에 맞닿아 만들어내는 갖가지 영롱한 빛깔들이 곱다. 그 빛 안으로 들어가고픈 충동에 정신없이 폭포에 다가가면 부드러움은 거셈으로 변해 세찬 물방울이 얼굴을 때린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대한 폭포의 깊이와 힘을 마주하게 된다.
속세인들의 범접을 거부하는 듯 보이던 폭포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물살 너머 폭포수 안쪽으로 동굴이 형성돼 그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속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밖에서 바라보던 것과 사뭇 다르다. 손을 내밀어 떨어지는 물살을 만져보는 것이 가능하다.
오랜 세월 동굴에 닿았던 물방울들이 수많은 구멍들을 만들어 그 사이로 감상하는 폭포의 모습 또한 특별한 여흥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동굴들을 보통 수렴동이라고 부르는데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살았던 동굴을 떠올리게 한다.
황과수폭포 주변에는 이보다 작은 규모의 다른 폭포들이 있다. 카르스트 지형의 영향으로 석림과 동굴들도 많다. 각각 고유의 매력을 자랑하는 이들을 크게 황과수폭포 풍경구로 지정해 관리한다. 두파당폭포, 라사탄폭포, 적수담폭포, 은연추담폭포, 대수암폭포 등 5개의 폭포가 황과수폭포와 더불어 명소로 여겨진다. 특수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는 황색 조명 아래 다른 느낌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 배타고 주위 경치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
구이저우와 구이양은 이웃한 윈난성 마찬가지로 중국의 서부에 위치해 일찍이 수도이자 문화 경제 중심지였던 시안(서안), 베이징 등으로부터 외진 지역이다. 청나라 때부터 한족의 이주를 장려해 지금은 전체 성의 60%를 차지하지만 구이저우는 묘족, 동족, 회족 등 소수민족의 색채가 강한 곳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어져 내려온 각종 유물들을 한데 모아 놓은 구이저우 박물관은 구이양시에 위치하며 중국 속의 색다른 중국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밖에 시안사건으로 알려진 장지에스(장개석) 납치 사건을 주도했던 장쉐량(장학량)이 피신해 지냈던 기린동 등도 관광코스로 유명하다.
한편 구이양시 서북쪽으로 약 20~30여분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백화호는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호수. 항저우의 서호와 비교해도 1.5배나 큰 이 호수에는 물 위에 1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이색적이다. 호수의 규모가 크다보니 배를 타고 유람하면서 주위 경치를 감상하면 마치 강 또는 바다 위에 섬이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백화호라는 이름은 백 개의 섬들이 꽃과 같다고 붙여진 것이며 옥빛을 띠는 호수와 섬들의 풍경이 구이린(계림)과 하롱베이를 연상케 한다.
안쉰에서는 황과수폭포 외에 용궁을 방문해 볼만 하다. 용왕의 수정궁이라는 이름처럼 신비한 색의 종유석들이 기괴한 모양으로 형성돼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굴 아래에 잔잔한 물이 흐르고 용궁의 입구에는 약 45미터 높이의 폭포가 있다. 이곳은 황과수폭포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 황과수폭포 가기
황과수폭포는 구이저우성의 안쉰(안순)시 근처에 위치한다. 구이저우의 성도인 구이양(귀양) 서부에 있는 이 도시는 차량으로 약 1시간반 거리. 거대한 카르스트 지형을 이루고 있어 황과수폭포 외에도 용궁, 직금동 등과 같은 아름다운 동굴들이 관광목적지로 꼽힌다.
구이양은 교통의 요지이며, 베이징과 구이양을 연결하는 정규편 외에 성이 인접해 있는 쿤밍이나 청두, 충칭 등에서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상하이, 산야 등과도 항공 연결이 편리하다.
첫댓글 귀주..귀주.. 말로만 들었던 곳인데... 뜻밖에 멋진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왜 이런곳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날입니다. ^^ 아~ 가고파~
폭포..야시장...산책길..민속촌... 닭의천적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구성된 곳이네요... 땡겨~땡겨~ ^^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