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동문사랑과 교사열정이‘쎄고’를 신흥 명문고로
지난 2005년 서울대학교 입시간담회 자리에는 현직 교사 9명이 초청을 받았다. 이들 9명의 교사들은 고등학교 유형별 대표 자격으로 초청을 받은 것이다. 과학고 대표로 한성과학고 교사가, 외국어고 대표로 대원외고 교사가, 자립형 사립고 대표로 상산고 교사가 초청받은 식이다.
이 9명의 대표 교사 중에서 지방 평준화 고등학교의 대표가 바로 청주 세광고의 신진식 교사(당시 3학년 부장)였다. 후기모집 학교로 시작한 세광고등학교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광고가 후기모집을 하던 시절에는 주위에서 ‘쎄고’라고 부르며 깔보던 풍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 학교가 전국적인 신흥 명문으로 새롭게 발돋움한 것이다.
세광고는 지난 10년간(1999~2008년) 서울대 합격자 수(최초 합격자 기준)에서 전국 18위에 해당하는 175명을 배출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외고보다 앞선 1위였고, 전국적으로도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등학교 등 특목고를 제외한 일반 고등학교로 범위를 좁힐 경우에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또한 학생 수가 학년당 10학급 350명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당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충청권 서울대 합격자 1위
2009년도에도 세광고의 명문대 진입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서울대 16명을 포함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205명, 카이스트 3명을 포함해 특수대학 및 외국대학에도 49명이나 진학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공대 국비유학생에 5명이나 진학한 것도 눈에 띈다. 5명은 전국 최다 합격 인원이다. 세광고는 2001년부터 선발을 시작한 한·일 공동 이공계학부 국비 유학생 선발에서 첫해였던 200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
세광고는 1949년 2월 당시 청주제일교회 명예목사였던 이쾌재 목사가 학교법인 세광학원의 이사장 자격으로 인가를 받아 출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세광중학교를, 4년 후인 1953년에는 세광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처음 6학급으로 출발했던 세광고의 규모가 점차 커지자 1960년 대성동으로 학교를 이전했다.
대성동에서 30여년 동안 참교육을 실천하던 세광고등학교는 1989년 현재의 위치인 미평동으로 자리를 다시 옮겼다.
미평동으로의 위치 변경은 세광고등학교가 명문대 합격생 수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평동에는 대성동에는 없었던 ‘명문대 입시 등용문’ 한빛학사(기숙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광고가 지방과 평준화 학교라는 두 가지 약점을 한꺼번에 뛰어넘고 신흥 명문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교내외 관계자들은 학교와 동문들의 전폭적 지원과 무엇보다 교사들의 열정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자신의 열정을 꽃피울 수 있었던 장소가 바로 한빛학사였다.
한빛학사는 학년당 40명의 최상위 학생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된 ‘명문대 등용문’으로 통하고 있다. 요즘에는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 한빛학사 들어가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현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김선진 교사는 한빛학사가 처음 생기자 몇 년간은 퇴근도 반납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김 교사는 이 학교 24회 졸업생으로 후배들을 위해 열과 성을 쏟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에 감사했다. 김 교사의 열정은 다른 후배 교사들에게도 금세 전염됐다.
결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다. 1997년부터 명문대 입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한빛학사가 건립된 지 10년째가 되는 1999년에는 서울대 17명, 연세대 7명, 고려대 14명 등 주요 명문대 합격자 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후로 세광고등학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한빛학사의 입사 기준은 역시 성적이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내신성적과 전국단위 모의고사 성적, 그리고 별도의 선발고사 성적 등 총 6회에 걸쳐 입사자를 선발한다. 이러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6명의 교사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김선진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광고의 성공은 한빛학사반, 심화반, 보통반의 수준별 학습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킨 점이 유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풍부한 장학금 지원을 들 수 있다. 특히 동문들의 지원은 지역에서 가장 단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훈 세광고 재경동문회 사무국장은 “2008년 총동문회 이름으로 3600만원, 동문회 법조인 모임에서 1800만원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1억원이 넘는 버스 등을 지원하는 재력가 동문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문대 등용문 40명 정예 한빛학사
김선진 교사 역시 “연 평균 5000만원 정도가 동문들로부터 장학금으로 지원되고 있다”며, “이러한 동문들의 지원은 학생들이 근심 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8년도 세광고가 지급한 장학금 총액은 8900여만원, 수혜를 받은 학생은 150명 이상인데, 이 중에서 동문들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동문들의 야구 사랑도 넘쳐난다. 장종훈, 송진우 등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기도 한 세광고는 여전히 전국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세광고 야구부를 후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구발전기금은 동문 개인의 이름으로 전달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수동 중앙가스 대표(20회)가 1500만원을, 김낙수 (주)푸른환경 대표(27회)가 1000만원을, 이문수 한미건설 대표(23회)가 100만원을 후원했다.
동문들이 후배들을 위해 이렇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앞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광고 출신 인사들은 재계와 학계는 물론 스포츠·예능계 등 가릴 것 없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세광고 출신 경제인 주요 인맥의 필두는 1회 졸업생인 이규복 제일새마음금고 이사장과 현정석 (주)삼성포장 회장이다. 현재 세광고 재경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창남 (주)태흥산업 회장은 2회 졸업생으로 (주)청화항공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병우 회장과 동기다. 최동현 (주)동현운수 대표이사는 7회, 강순길 (주)청운개발 대표이사는 9회, 안병두 KB자산운용 부사장은 16회, 이재원 이수건설 대표이사는 20회 졸업생이다.
또한 김승시 SK네트웍스 부사장, 김기석 (주)로만손 대표이사, 이상열 KTF 상무이사, 박병덕 (주)네오팜 대표이사, 라현주 삼일회계법인 상무이사, 박상돈 청주신문 대표이사 등도 모두 세광고 출신이다.
야구 스타 장종훈·송진우 배출
법조인 및 의료인 인맥도 매우 두텁다. 대표적인 법조인으로는 법무법인 광장의 김동수 고문을 들 수 있다. 김 고문은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인 김찬중,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인 박은석,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인 윤춘구는 모두 27회 동기들이다. 31회 졸업생인 오원근 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근무 중이며, 32회 졸업생인 김기정 변호사는 김기정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또한 34회 졸업생 최재광 변호사는 법률사무소 정률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인들 중에는 백성현 청주노인전문병원 의사(13회), 주배부 청주중국한의원 원장(14회), 김형욱 강북삼성병원 의사(38회), 김경태 경희조은한의원 원장(39회), 김철진 현대병원 의사(40회) 등이 대표적이지만, 정기훈 사무국장은 “한 기수에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30명 안팎이 되니 몇 명의 의사를 배출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학계 인맥도 눈에 띈다. 김시용 현 세광고 교장도 이 학교 11회 졸업생이다. 남기창 교수(청주대 환경학부), 송석요 교수(서원대 영어교육과), 하성남 교수(경희대 수학과), 김익균 교수(충북대 과학교육학과), 김지호 교수(국방대학교), 신동일 교수(명지대 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등이 모두 세광고 졸업생들이다.
채훈관 영동대학교 총장 역시 세광고 25회 졸업생이다. 영동대학은 충북 영동에 위치한 대학으로 1994년 개교한 신생대학이다. 독보적인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한화 이글즈의 코치로 있는 장종훈과 같은 팀의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송진우 등이 세광고 야구부 출신이다. 송진우가 장종훈의 2년 선배다. TV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배우 이범수도 세광고 출신이다.
세광고 www.skhs.h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