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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둘레산길
1. 대전둘레 산길잇기 제안 취지
대전은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지만, 사방에 산들이 길게 뻗어 대전을 감싸고 그 사이로 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차례로 만나 금강으로 흐른다. 시내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금남정맥의 명산 계룡을 뒤로하고 금수, 도덕봉이 삽재 건너 갑하, 우산봉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북으로 금병산에 흐른다. 동으로는 계족의 능선이 길게 뻗어 식장산에 우뚝 솟고 남에 보문, 구봉을 수놓으며 다시 서쪽의 빈계, 금수, 도덕의 능선과 산길로 만나고 있다.
대전시민들은 계룡산을 좋아하면서 가까운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 구봉산, 수통골을 쉽게 가고 있으나, 대전을 품고있는 산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를 제안하는 이유는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산들을 서로 연결하여 더욱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산행을 즐기도록 하자는 데 있다.
나아가 대전시민들이 대전둘레의 산길을 이어서 걸어본다면 우리 동네가 어디 쯤인지, 대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왜 아파트만 보이는지, 대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게되고 대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고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대전의 산들을 어떻게 잇는 것이 좋은가를 고심하면서 그동안 까페지기 안 여종씨와 10여 차례 답사하였다. 우리가 제안하는 산길잇기는, 대전시내에서 보이는 산들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되 가능한 한 시가지를 피하고 하천과 강을 따라 산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 결과 대전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삼백리에 달하는 12개 구간의 산길이 완성되었다. 대략 6시간(10km) 정도의 산행을 기준으로 보문산 시루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돈다면 보문산에서 남쪽으로 만인산 까지 이어진 능선을 금동고개에서 끊어 2개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1,2구간); 구완터널 지나 오도산이 오똑하고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다음 만인산에서 식장산을 거처 세천고개로 떨어지는 능선은 삼괴동으로 내려가는 닭재에서 끊는 것이 적당하다(3,4구간); 금산, 옥천과 경계를 이루면서 이어지는 깊은 산의 정취는 늠늠한 식장산이 가까워지면서 절정을 이루는 아름다운 코스이다. 다음으로 계족산 종주는 돌장승이 예쁜 비룡동 줄골마을 고개에서 시작하여 계족산 정상에서 끊는 것이 좋을 듯하다(5,6구간); 대전터널을 지나며 오른 쪽으로 대청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왼쪽으로 대전시내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능선길이다( 산길잇기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계족산성을 다녀오는 것도 권하고 싶다 ). 계족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전망이 썩 좋은 산길로, 장동 고개를 지나며 군부대가 가로막지만, 마지막에 돌연히 나타나는 금강에 탄성이 절로 난다. 이어서 금강과 갑천 하류를 따라 불무교를 건너는 물길은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주는 특별 보너스이다. 다시 봉산동 뒷바구니 마을에서 금고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시작하여 오봉산, 보덕봉, 용바위고개를 거처 금병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은(7구간) 대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아기자기 하면서도 푸근하다, 금병산에서 국방과학연구소에 막혀 자운대로 하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다음 안산동 산성을 거쳐 우산봉, 갑하산, 삽재 까지의 능선은 계룡의 연봉들이 손에 잡힐 듯, 깊고도 장쾌하다(8구간).다음 좌암교에서 도덕봉 능선으로 붙어 백운봉(산길잇기는 백운봉 직전에서 왼쪽으로 90도 이상 크게 꺾이나 백운봉, 관암산, 밀목재를 건느면 계룡산의 황적봉으로 이어진다.), 금수봉, 빈계산(암탉산)으로 한 바퀴 돌아( 여기가 수통골인데 마을에서는 흑룡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 진잠 쪽으로 길게 뻗은 용바위, 범바위, 산장산을 거쳐 방동 저수지로 떨어지는 산길은 계룡산 보다 좋으면서 돈도 안들어 대전시민들이 애용하는 코스이다(9,10구간). 마지막으로 대고개로 붙어 구봉산을 종주하고 갑천, 유등천을 건너 연고개,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은(11,12구간), 구봉산 아래 휘도는 갑천 물길이 그림같고, 갑천과 유등천을 따라 걷는 맛이 일품이나 보문산 동물원이 시끄럽고 가로막는 울타리가 흠이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시민들에게 운동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대전의 자연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환경적, 문화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추진위원회는 대전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하천을 아끼는 사람들,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전의 문화유산과 도시환경, 생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폭 넓게 참여하여 장기적으로 대전의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살기 좋은 아름다운 대전을 만들어 나갈까를 함께 이야기하고 시에 제안하여 실현시켜나가는 모임이다. 다음의 내용을 시당국에 제안하려 한다.
1. 시민들이 쉽게 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산길을 정비하고 안내표시를 할 것.( 접근로, 산길정비, 안내표시, 주차시설 등 )
2. 동물원, 군부대, 군사보호시설 등 시민들의 산행에 방해가 되는 지역을 조정할 것.
3. 산을 자른 길 위로 생태다리를 설치하고 하천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하천길과 다리를 정비할 것.
4.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대전의 녹지공간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차를 타고서는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걸으면서 느끼는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길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산이 좋아 백두대간, 금남정맥, 대전둘레 산길을 충남대 교수산악회 회원들과 매주 다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이 소중하고 새삼스럽다. 반드시 산길이 아니라도 아늑한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물길과 들길도 좋아한다. 하신리에서 상신리, 방동에서 성북동, 하세동에서 상세동에 이르는 길들과 같이 포근한 길들을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든다면, 그래서 하산 길 해질녘 산등성이 마을에 저녁연기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아지랑이 아른 아른 연두 빛 봄 길로 사람들의 마음길이 열릴 수 있다면! ( 2004. 3. 4, 제안내용 일부수정 )
2. 대전의 산을 시민의 품으로
“대전의 산을 시민의 품으로”돌리기 위해 6년여 동안 삼백리에 달하는 대전 둘레 산길을 방향을 달리해서 6바퀴 이상 돌았다. 2004년 9월 보문산 시루봉에서 시작하여 “매월 셋째주 일요일 9시”에 만나 1년에 12번의 시민안내 산행을 6년간 성공적으로 마쳤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가자 수도 늘어나고 호응도 뜨거워 다시 한바퀴 돌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매년 안내 산행을 다시 시작하였다: 산은 계절과 방향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매년 출발지점과 방향을 바꿔가며 돌고 있다.
6년 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다. 참가 형태도 초기의 전문등산가 위주에서 점차로 산을 좋아하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층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가족단위 참여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제안자로서 그리고 대부분의 산행을 함께한 산길잇기 대표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전의 산을 단편적으로 갔다 오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전의 산들을 이어서 걸어 보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싻트게 되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산행방식도 원거리 산행에서 근거리 산행으로 바뀌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행을 선호하게 된점이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갖는 장점이 되었다. 그동안 함께했던 정다운 얼굴들! 비록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가 흘린 땀방울로 산길이 열렸듯이 우리들의 노력이 모아져 앞으로도 끊임없이 산길로 새롭게 이어지리라.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다양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관련 공무원들도 함께하게 됬다는 점, 그리고 산길잇기 대전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부할 만하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시민들이 편리하게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1) 정보제공 : 산행에 필요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제공되고 있다(http://cafe.daum.net/djsarang). 가입회원이 3000명이 넘어서고 싸이버 공간에서 필요한 정보와 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되고 있는 것도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이루어낸 중요한 성과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전체 산행구간에 필요한 지도와 안내가 담겨있는 리플렛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제공하였다. 앞으로도 언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하여 산행에 필요한 내용들이 보다 충실하게 보완되어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산길에 붙은 리본을 보면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 개인과 단체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안내 표시 : 산행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것은 리본과 표시판이다.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필요한 곳에 리본을 달았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치 못하다. 앞으로도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리본을 나누어 주어 빠진 곳에 달도록 해야 할 것이다. 2차 산행 부터는 ‘대전둘레 산길잇기’라는 산뜻한 안내판을 볼 수 있게되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각 구간별로 숫자화된 안내판을 설치하는 일이다(예, 1-1, 1-2, 1-3). 시의 예산과 관련되는 일이나 계속해서 필요한 곳에 안내판이 세워지기 바란다. 그리고 산길잇기가 더욱 대중화되려면 대단위 아파트에서 가까운 산행접근로 입구에는 ‘대전둘레 산길잇기 전체 안내도’도 필요하다.
3) 산길정비 : 첫해에는 동물원구간 길이 힘들었으나 시에서 잘 정비해서 이제 걷기 편한 좋은 산길이 되었다. 이와 같이 산길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걷기 편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 시급한 것은 한국타이어 부근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수구 위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리고 절개된 도로를 건너지 않고도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생태다리도 만들어야 한다. 외국과 다른 지역의 예들을 참조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해주기를 대전시에 촉구한다.
4) 능선길을 가로막는 시설물 : 대전의 산이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능선상에 있는 군부대와 연구소의 울타리가 조정될 필요가 절실하다(6구간과 8구간). 시민들이 보기에 울타리가 능선을 다 잡아먹고 그것도 부족하여 확장 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이 두 구간에서 산길이 막혀 우회하느라 어려움이 많다. 일반 시민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두 구간에 산길을 내는 것은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시민들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야 한다. 보안상의 문제와 시민의 권리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시에서 적극 나서 주기 바란다.
5) 참가자의 변화와 자생적 리더쉽: 6년 여 동안 지속되면서 참가자들도 대부분 바뀌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대청호 주변, 시경계, 그리고 둘레산길의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 다양한 관심들이 언라인에서 소통하고 가지치며 어우러지고 있다. 그 중심에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있기에 그리고 대전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끊임없이 이어지기에 둘레산 산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보람있는 것은 순수한 시민들의 관심에서 시작한 둘레산 산행이 참여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계속 바뀌면서 자생적인 리더쉽이 형성되어 새로운 활력을 갖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산행을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6년여의 산행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산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과 문화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싻트게 된 것이다, 우리의 가슴속에. 산들이 대전을 품고 있듯이 우리의 가슴속에도 대전의 산들이 차차 들어오게 되고 그러면 이제 시내에서 하늘금을 그으며 다가오는 둘레산 능선을 바라보며 가슴이 설레이지 않겠는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이루어진 산행 후 뒤풀이, 거듭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는 따뜻한 분위기가 참으로 소중하다, 산행기술자가 아닌 산꾼들이기에.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산행안내를 자원하겠다는 동지들이 있기에. 힘이 들어도 땀흘리고 서로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둘레산잇기는 지속되리라. 산길잇기가 우리들의 마음길로 열리고 있음을, 거듭될수록 그 마음길이 깊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산길잇기가 무한히 가지치며 뻗어나가리를!
3. 코스 소개
1구간 : 보문산길
보문산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숙한 산이기에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대전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이다. 시내에서 멀지 않으면서 그리 높지 않으나(457m) 산자락의 품새가 넓어 접근로도 다양하다.
1구간은 보문산의 남쪽 능선으로 정상인 시루봉에서 시작한다. 문화동 청년광장에서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기에 고촉사에서 숨을 고르고 정상에 오르면 시내는 물론 겹겹이 펼쳐지는 산줄기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여기서 가까이 보이는 보문산성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도산을 향하면 이사동에서 구완동을 넘어 다녔던 옛고개를 만나고 산길은 호젓하게 이어진다. 남부순환도로가 지나는 구완터널 지나 오똑한 오도산에 오르면 왼편으로 늠늠한 식장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오도산에서 금동고개까지 오르락 내리락 숨을 고르며 소나무 세그루가 반기는 금동고개에 도착한다.
주변 볼거리 : 보문산성, 보문산 마애불, 보문사지, 봉소루, 월송재
2구간 : 만인산길
만인산(537m) 능선에 이조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있기에 태봉산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대전천이 만인산 봉수레 골자기에서 발원한다.
금동고개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는 동구와 중구의 경계를 이루며 떡갈봉과 400m급 봉우리 서너개를 지나며 힘은 들지만 능선 타는 맛이 아기자기 하다. 천비산 쪽으로 뻗은 시경계 능선으로 빠지지 않도록 표시기에 주의하며 안산을 지나면 안부에서 하소동에서 금산군 추부면 목소리로 넘어가는 고개(먹치)를 만난다. 다시 만인산을 가파르게 오르면 남동쪽으로 서대산과 정기봉이, 멀리는 지나온 보문산 능선이 아득하다. 내리막 길은 태실에서 만인산 휴게소로 이어진다.
주변 볼거리 : 태실, 만인산 휴양림, 푸른 학습원
3구간 : 머들령길
보문산에서 뻗은 능선이 만인산을 지나며 동쪽으로 꺾여 북진하는 3구간은 2구간과 비슷하게 쉽지 않은 구간이다. 능선에서 산성의 흔적이 보이며 옛고개길과 여러번 만난다. 추부터널 위 태봉재와 태실에서 가파르게 정기봉에 오르고 다시 떨어지면 상소동 골남이 마을에서 추부 요광원으로 넘어 다녔던 골냄이 고개가 있다. 다시 541봉을 넘으면 머들령이다. 말 한필이 다닐 수 있는 고개라 마달령 또는 머들령이라 불렸다는 정취있는 머들령에서 우리는 정훈시인의 시 “머들령”과 만난다.
요광원 지나 머들령
옛날 이길로 원님이 내리고/ 등짐장수 쉬어 넘고/ 도적이 목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주 울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란 갑사댕기/ 손에 잡고 울었더니
흘러 간 서른 한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이제는 잊혀진 머들령을 지나 국사봉을 넘으면 머들령길이 끝나는 닭재에 이른다.
4구간 : 식장산길
식장산은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598m) 보만식계라 불리는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산줄기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금산과 옥천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위치에 웅장하게 솟은 식장산은 골이 깊어 물이 좋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먹을 걱정이 없이 쌀이 끊임없이 솟아 나는 맷돌이 있었다는 설화도 식장의 식생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대청댐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 세천저수지에서 대전에 물을 공급했다. 세천유원지에서 오르는 길도 부드럽다.
식장산길의 시작은 삼괴동 덕산마을에서 옥천으로 넘어 가는 옛고개 닭재에 부드럽게 오르면 계현성이 있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계속되는 산성터를 지나면 망덕봉 넘어 곤룡터널 위 곤룡재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늠늠하게 다가오는 잘 생긴식장산을 보면서 걷는 맛에 몸은 고되도 힘든 줄도 모른다. 둘레산 구간 중 가장 장쾌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봄에는 능선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동오리 고개와 고산사로 가는 표지판을 지나 가파르게 오르면 동서로 뻗은 식장의 주능선과 만난다. 여기서 독수리봉과 구절사 쪽을 아쉬워하며 해돋이 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에 가득 첩첩한 산과 아파트 천지인 시가지가 펼쳐진다. 송신탑을 빗겨 활공장에 이르면 새가 되어 날아오르고 싶다. 세천유원지 까지 내리막길, 아스팔트를 버리고 계곡길로 들어 식장의 시원한 공기로 달군 몸을 식힌다.
주변 볼거리 : 고산사, 세천유원지, 구절사
5구간 : 계족 산성길
산이라고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대전 동쪽으로 길게 누운 계족산(423m) 능선의 하늘금은 대청호수를 가리고 숱한 산성을 품고 산자락은 슬그머니 동네까지 내려와 있다. 계족산성으로 대표되는 계족산 능선에는 삼정동 산성, 갈현성, 능성, 질현성으로 이어지는 산성들과 작은 보루들을 합치면 10 여개가 넘는다. 가히 계족산성길은 산성의 도시 대전에 부족하지 않다. 계족 산성길은 완만한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걷기에 그만이다.
산행기점인 비룡동 줄골마을 입구에는 미모에 반할만한 돌장승이 반기고 삼국시대부터 신라와 백제의 경계로 대전을 지킨 산성들을 차례로 거치며 우측으로 잔잔한 대청호를 내려다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계족산성을 다녀올 수도 있고, 대전이 자랑하는 14.5km의 계족산 임도를 한 바퀴 돌 수도 있지만 계족산 봉황정에 올라 용화사로 빠져 산행을 마무리 한다.
주변 볼거리 : 남간정사, 비례동 고인돌, 옥류각, 동춘당, 제월당
6구간 : 금강길
150리의 보만식계가 금강을 만나 비단처럼 흐르는 6구간은 금강길이다. 용화사 석불입상을 보고 봉황정에 올라 북쪽 장동고개로 뻗은 산길은 고산지대를 걷는 것 같이 조망이 특별하다.
장동고개를 지나면 능선상에 군부대 철책이 가로막아 서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철도차량 정비창 옆길을 이용하여 다시 능선에 붙어 진행하다 보면 문득 발아래 금강이 열린다. 건너편 노산리 들녘을 바라보며 새여울에서 강따라 5km를 걷는다. 국도, 고속도로, 철로 밑을 지나면 갑천과 금강이 몸을 섞는다. 갑천 하류 불무교를 건너 구즉(봉산동) 버스 종점에서 마침표를 찍느다. 금강길은 12개 구간에서 가장 긴 길이나 산과 강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7구간 : 금병산길
너른 벌 한밭은 북쪽으로 금병산(364m)이라는 비단 병풍을 두르고 있다. 뒷바구니 마을을 지나 오봉산에 오르면 대전천과 유등천의 물을 차례로 받아 금강으로 유유히 흘러드는 갑천을 잘 볼 수 있다. 고려시대 덕진현이었던 보덕봉을 지나 왼편으로 원자력 연구소를 끼고 용바위 고개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구룡동 마을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여기서 용바위 고개 까지는 부드럽고 아늑하면서 깊은 산의 맛이 우러나는 곳이다. 숨가쁘게 용바위 고개를 올라 연기군 금남면과 경계를 이루는 금병산 능선에 오르면 왼편으로 자운대의 시원한 벌판이 깔리고 눈을 들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산들, 우산봉과 갑하산, 도덕과 금수봉, 빈계산 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그 너머로 계룡의 연봉들이 머리를 내민다.
노루봉부터 거칠메기 고개까지(5km)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능선을 철책으로 가로막고 있어 철조망 밑으로 비탈진 경사면을 뚫고 나가야 하는 난코스이다. 힘에 부치면 자운대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대전의 산이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 올 날을 기대해 본다.
주변 볼거리 : 적오산성, 자운대, 수운교 본부
8구간 : 우산봉길
한밭대로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언제나 늠늠하게 다가서는 하늘금이 우산봉과 갑하산이다. 아늑한 안산동 어두니 마을에서 가볍게 산에 올라 서문지가 완벽하게 남아 있는 안산동 산성을 돌아보고 우산봉(573m)을 향한다. 산길은 평탄한 육산으로 부드럽고 숲냄새도 향긋하다. 공주 반포면 송곡리와 경계를 이루는 우산봉 산길에는 우산봉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하나 더 있어 계룡산을 잘 조망할 수 있다.
다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면 동학사 골자기를 끼고 장군봉에서 천황봉으로 다시 황적봉으로 말발굽같이 휘도는 계룡의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갑하산에서는 풍수가 뛰어난 갑동 현충원 묘역을 감상할 수 있다. 삽재로 내려가는 길이 급경사이어서 계룡휴게소 방향으로 내려와 조망 좋고 부드러운 산행을 마친다.
9구간 : 수통골길
학하, 계산동 마을에서 흑룡산으로 부르기도 하는 도덕봉(534m)은 도둑들이 숨기 좋은 도둑굴이 있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높이가 거의 같은 도덕봉, 백운봉, 금수봉의 물을 받아 흐르는 계곡 수통골은 계룡산 국립공원 지역이지만 가깝고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게다가 계룡산 못지않게 아기자기하고 빼어난 전망을 즐기며 원점회귀할 수 있는 한나절 산행이 가능해 요즘은 대전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최근에 안식년이 끝나 삽재에서 도덕봉에 오르는 코스가 가능해 졌다. 삽재에서 가파른 된비알을 한 시간 가량 숨가쁘게 오르면 도덕봉이다. 땀과 깊은 호흡으로 도시에 찌든 몸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고마운 산, 짙어가는 숲은 숨통을 트이게 하고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흙에 나뭇잎이 깔린 산길은 최상의 카페트다.
도덕봉을 지나자 심심찮게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오른쪽으로 동월계곡, 봉우리에 서면 황적봉과 이어지는 계룡의 연봉들이 아스라하고 왼편으로 금수봉 정자가 까마득하다. 힘들만하면 산책로같이 평탄해지니 리듬을 타고 가파른 금수봉에 오르면 마운틴 오르가즘. 숨 고르고 지나온 능선들을 건너다보며 내리막길, 안부에서 다시 한번 빈계산에 올라 수통골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10구간 : 성북동 산성길
성북동 산성길은 빈계산에서 진잠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12구간 중 가장 짧고 산책로 같이 코스도 순탄하다. 빈계산(415m)은 산의 모양이 암탉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수통골 주차장에서 돌탑이 세워져 있는 빈계산 정상까지는 1시간가량 숨 가쁘게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며 바위모양이 특이한 용바위와 범바위를 만날 수 있다. 범바위에서 성재를 지나면 성북동 산성이다. 성북동의 옛이름은 ‘재의 뒤’라고 해서 ‘잣뒤’ 또는 ‘잣띠’인데 성북동에는 잣뒤마을이 있고 수백년된 느티나무 보호수들이 마을의 허약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 성북동 산성과 진잠의 진산인 산장산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면 방동저수지이다.
주변 볼거리 : 석조 보살입상, 성북동 휴양림, 진장향교, 기성관, 내동리 고인돌
11구간 : 구봉산길
산은 계절에 따라 방향에 따라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논산쪽에서 대전으로 들어올 때 언제나 특징있게 다갇오는 구봉산은 대전의 관문으로 작지만 아기자기한 명산이다.
구봉산길은 방동저수지에서 출발한다. 국도 4호선 지하통로를 통해 서구 봉곡동으로 들어가는 마을길을 따라 약 1km 가다보면 호남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바로 등산안내판에서 산으로 들어선다. 봉우리가 아홉 개인지 세면서 구봉정에 오르면 남쪽으로 갑천이 아름답게 휘도는 노루벌이 절경이다. 구봉산을 종주하고 괴곡동 새뜸마을로 내려와 대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650년) 느티나무의 장한 모습과 고리골 왕버들(100년)에 감탄하고 갑천보를 건넌다. 정림중학교를 지나 효자봉 거쳐 유등천변에 오똑 솟은 쟁기봉을 넘어야 구봉산길이 끝난다.
12구간 : 동물원길
보문산 시루봉에서 시작해 대전을 한바퀴 도는 둘레산길 삼백리를 마무리 하는 구간이다. 12구간 동물원길은 안영교에서 유등천 좌안으로 1km걸어 쟁기봉에 다시 오른다. 쟁기봉을 휘돌아 장안봉거쳐 장군바위에서 샛고개 차도로 내려선다. 침산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사행하는 유등천을 발견하면 정겹다. 뿌리공원에서 유등천을 건너 보문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국사봉 거쳐 동물원 울타리 옆으로 숲길 따라 까치고개를 오르면 가끔 맹수의 포효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양하고 쉽지 않은 마지막구간은 보문산 서쪽능선으로 시루봉과 만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시 시루봉에 서니 지나온 산들로 둘러싸인 대전시내가 저녁햇살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주변 볼거리 : 사정성, 유회당, 삼근정사, 산신당, 여경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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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대전 두루길"(대전학 연구회, 2010, 종려나무)이라는 책에 소개한 대전둘레산길 내용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라며 보완할 내용이 있으면 의견주시기 바랍니다.
대전둘레산길에 대한 정보를 한눈으로 알 수있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월초부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틈을 내 남편과 함께 대전둘레산잇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하신 분이 계셨기에 아름다운 대전을 제 발견했음을 알았습니다. 3구간을 마치면서 나름대로 생각했던 아쉬움을 시에 제안을 해 보았습니다. 거듭 감사드리면서 남은 구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역의 둘레산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말에 12코스를 마치고 2010년 말에 다시 2코스까지 시작 하였다가 눈이 많이 오는 덕으로
중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계속 하려고 합니다. 혼자서 다니니까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서
그리고 무척 빨리 진행이 되므로 일주일에 많으면 3코스도 다님니다.
대전 둘레산길 소개 을 상세히도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산행 하면서 님 생각 많이 할것입니다.
좋은 자료 올려주신분 복받으실겁니다...감사합니다...
둘레산길에 대한 자세한 취지와 설명 감사합니다.
요즘 둘레길에 흥미를 두고 한달에 1구간씩 지인들과 하고 있습니다.
낼은 3구간으로 갑니다.님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한코스 할때마다 자주 와서 읽어야 할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간 알지못하고 다녔는데.. 많은 지식얻어 갑니다,고맙습니다..건강 하시어요...
감사합니다.
늦게서야 고문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감동입니다!
무릇 어떤 조직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명분(총론)과 그에 걸맞는 객관화 된 스토리가 뒷받침되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문님께서는 '대전둘레산길 잇기'의 태동 배경(명분)과 '대둘'이 객관화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현장답사를
통한 데이타를 작성해 주신점에 노고/감사드립니다.
이는 향후 대전시(지역사회)에서 둘레산길 관리방향 설정에 기본 자료로 활용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고문님의 향토사랑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전 둘레 산행~~~멋지십니다..
시간내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자세한 정보감사합니다..
대전둘레산길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상상이 됩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구요
고맙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한눈에 볼수 있어 참 좋아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