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때 몸 안으로 들어온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고
가래로 배출되어 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 1천분의 1㎜) 이하인 미세먼지는 폐 안으로 들어가 폐포(허파꽈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
폐포에 미세먼지가 들어오면 이물질에 대한 공격과 청소를 담당하는 폐조직의
대식세포(大食細胞, macrophage)가 활동한다. 대식세포는 미세먼지를 먹어서
소화분해하거나, 미세먼지를 먹은 상태로 점막이나 림프관 등 다른 장소로
옮긴다. 이렇듯 일반 먼지의 경우에는 폐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우리 몸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석면 같은 광물질은 스스로 정화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광물
먼지가 세포막과 접촉하면 막이 손상된다. 석면은 산이나 알칼리 등에도
부식되지 않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우리 몸속에 남아 계속 손상을 준다. 특히
석면섬유의 경우 길이가 길어 하나의 대식세포로는 석면섬유를 제거하기
어렵다. 오히려 석면섬유를 감싸는 과정에서 대식세포가 손상을 입게 된다.
또한 석면은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효소에 파괴되지 않는다.
석면섬유를 감쌌던 대식세포의 잔해를 석면소체(asbestos body)라고
한다. 인체는 석면섬유와 세포조직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여 석면섬유의
독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하지만, 석면소체를 몸 밖으로 배출해내지
못한다. 석면 소체는 폐뿐만 아니라 편도와 흉부 및 복부의 림프마디, 흉막,
복막, 간, 췌장, 비장(지라), 신장(콩팥), 부신, 소장 등에서도 검출된다.
이렇게 우리 몸에 남은 석면소체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과
악성중피종, 흉막비후와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증상으로는 숨 가쁨, 쉰
목소리, 지속적인 기침, 침 삼킴의 어려움이나 피로 또는 빈혈 등이 있다. 흉부
X선 검사, CT검사, 폐기능 검사 등 의학적 검사를 통해 석면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석면을 직접 먹었을 때는 얼마나 해로운가
예전에는 석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는 일이 있었다. 과연 인체에는
해가 없을까? 석면이 호흡기로 들어올 경우에는 우리 몸에 매우 해롭지만,
소화기로 들어올 때에는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낮다고 한다. 그래서
석면을 먹어 몸에 나쁜 영향이 나타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었더라도 건강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호흡기와 소화기로 들어오는 석면에 대한 규제 기준도 다르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석면건축물 해체작업장 주변의 석면 농도 규제
기준을 1세제곱센티미터당 0.01개(0.01개/㎤) 이하로 정해놓았다. 반면,
마시는 물의 경우, 미국과 한국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 1리터당 7백만 개
(7백만 개fiber*/1ℓ) 이하로 권장하고 있으며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는
이 기준조차도 없다.
* fiber : 최소 10㎛ 이상의 길이를 가지며 종횡비(석면 세로와 가로의 비)가 3:1 또는 그 이상의
구조를 가진 섬유상 석면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