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 11. 4. 이집트 카이로행 출발 *
국제화 세계화 시대라고 하는데 나도 내 평생에 해외여행 한번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었다. 그런데 2005년 11월초 그러한 막연한 꿈이 현실화되었다. 경상남도교육청주관 공무원 국외연수 계획에 따라 연수대상자로 선발되는 행운을 얻어 2005년 11월 4일부터 13일까지 지중해 연안 3개국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도내 각 지역에서 선발된 15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팀은 8박10일 일정으로 이집트, 그리스, 터키를 방문하기로 최종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우리 팀에 부여된 “교육행정역량 강화”라는 주제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국가들이었지만 평생 한번 가보기 힘든 곳에 가서 고대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어 상당한 경비를 본인이 더 보태야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팀원 모두가 한 뜻이 되어 계획했던 대로 해외여행 길을 떠나게 되었다.
11월 4일 오후 4시 20분경 설레는 가슴을 안고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김해공항 국내선 대합실에 도착했을 땐 다른 팀원들은 모두 나보다 먼저 와서 수속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담당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연수기간동안의 항공예매권을 받은 후 옷가지 등을 챙긴 큰 가방은 화물로 먼저 카이로로 보내고 국내선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오후 6시 3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여행기간 우리와 동행할 여행사 소속 안내원 박재범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별명이 반달곰이라고 소개한 그는 자그마한 키에 배가 볼록한 모습과 오랜 경험에 반들반들 닳은 듯한 언변하며 영판 한 마리 반달곰 같았다. 그의 안내에 따라 우리 일행은 8시 30분까지 공항청사 내에 잠시 흩어져 생수 등을 구입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 후 국제선 출국장으로 발을 옮겨 출국 수속과 검색을 마쳤다. 모두 긴장을 했는지 탑승을 기다리면서도 일행들이 서로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 볼뿐 별 말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카이로행 비행기 개찰구가 열리자 우리는 드디어 탑승통로를 지나 대한항공 점보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오후 9시 15분경 비행기는 활주로에 진입하여 커다란 엔진소리와 함께 갑자기 빠르게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어느 지점에서부턴가 사뿐히 상공으로 날기 시작했다. 멍하는 귀에 침을 꿀떡 삼키며 창밖을 내려다보니 찬란한 불빛으로 휘감은 도시의 야경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쭉쭉 빵빵한 KAL 스튜디어스들의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에 넋을 잃고 누가 더 예쁘게 생겼는지 좌우로 눈알을 굴리며 어떻게 한번 수작을 부려볼까 궁리를 하고 있을 즈음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까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제공되었다.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이라서 그런지 신기하기도하고 어느 식당의 음식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맛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어지자 하나 둘씩 눈을 감기 시작했다. 창밖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불빛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칠 흙 같은 밤이었다. 나도 창가 두개의 빈 좌석을 확보하여 미리 놓여있던 간이 베개와 담요에 의지하여 잠을 청하였으나 공간이 너무 비좁아 누울 수도 없는데다가 엔진소음에 신경이 쓰여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좌석 사이의 팔걸이를 들어 올리고 바짝 몸을 구부려 좌우로 뒤척이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우리시간으로 새벽녘에 어디쯤인지 궁금하여 창밖을 보니 하늘에는 아름다운 별빛으로 가득하였다. 중앙아시아 어느 산간 지역으로 짐작이 되는 그곳 하늘위 공중에서 바라보는 별빛은 너무나 맑고 순수하였다.
깜박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떠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황금색 가로등 불빛은 우리 들이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 날아가 우리시간으로 아침 7시쯤 되자 승무원들이 잠을 깨우며 따듯한 물수건과 함께 간식으로 죽을 제공하였다. 1시간이 더 지난 후 경유지인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 시간으로는 아침 8시 25분경이었지만 그곳 시계는 새벽 3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아직 캄캄한 밤이었다.
두바이는 아리비아만 연안에 있는 토후국으로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국 중의 한 나라인데 카이로 행 대한항공 비행기는 여기를 경유지로 하여 모든 승객은 일단 공항에 내렸다가 이곳의 새로운 승객과 함께 다시 타도록 하였다. 두바이 공항에 내리려하니 승객 중에 아랍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아랍여인들의 몸집이 모두 너무도 거대하여 놀랐다. 공항 대합실에는 여러 사람의 아랍인과 아프리카인들이 의자에 기대어 혹은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마다 변을 보는 습관이 있어 걱정을 하던 중 마침 그 시간 두바이에 내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공항 화장실을 찾았다. 청소 작업 중이던 인부를 피해 제일 안쪽 칸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대변기가 특이하였다. 변기 재질이 스텐으로 되어 있는데 물을 내리는 꼭지는 안보이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샤워기가 오른쪽 벽 아래쪽에 붙어있었다. “아하! 이것이 바로 아랍식 변기로구나”라고 직감을 하였다.
용변을 보고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단장님과 부단장님이 급히 대변 칸으로 들어갔다. “뭐가 이런게 다 있느냐”며 낄낄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물이 하늘로 치솟으며 “아이쿠”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부단장님이 온몸에 물을 홀랑 뒤집어쓰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하려는데 휴지가 없자 옆에 달린 샤워기 꼭지를 비데처럼 사용하려고 아래에 대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압이 거세어 물이 위로 튀어 오른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한바탕 같이 웃었지만 일그러진 부단장님의 얼굴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똥물이 튀어 오른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두바이공항에서 1시간 정도를 머문 다음 허리띠를 풀고 신발까지 벗는 엄격한 검색절차를 거쳐 다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이륙 3시간가량 후 우리 시간으로 점심시간이라 배가 출출하던 차에 마침 기내식으로 연어비빔밥이 제공되었다. 현지시각으로는 6시경으로 아침인 것이다. 여행 중에 필요할 것 같아 식사 후 남아있는 튜브 초고추장 하나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
창밖을 보니 날이 밝아오고 비행기 아래로 새털구름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구름사이로 간간이 이집트 땅이 보이기 시작했고 구름을 벗어나자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나타났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사막의 모습은 황량하기만 한데 두 줄 까만 선으로 보이는 사막횡단 고속도로 위에는 지나가는 차량이 하나도 없어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한 참을 지난 후 사막의 끝 무렵에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시가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음은 다소 흥분되었다. 비행기는 고도를 낮춰 카이로 공항에 착륙하였다. 현지시각으로 11월 5일 아침 7시경이었다. 공항에는 현지 여행사의 이집트 청년 라미가 “통영교육청연수단 환영”이라고 쓰인 종이피켓을 흔들며 마중 나와 있었고 현지 한국인가이드 강은영씨(남자)도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팀 총무의 소속이 통영교육청임) 현지에서 써먹으려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공부한 아랍어 회화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겨우 한마디 인사말을 기억하여 라미에게 "앗살라므 알라이쿰"했더니 "안녕하세요?"라고 답하였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 본격적인 해외연수를 시작하였다.
사진 1) 날이 밝아오고 새털구름 위를 날고 있다.
사진 2) 드디어 이집트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첫댓글 비행기안에서의 기내식...나름 여행속에서 느낄 수 있는 추억이죠ㅎㅎ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ㅎ ㅎ
당시 카메라가 없어서 다른 사람 카메라에 의지하다보니 상황 설명을 위한 사진의 양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