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폴 틸리히는 신앙이란 자기의 궁극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헌신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습니다. 즉 우리가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자기를 전체적으로 바치는 것이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확대해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신앙인이며 종교인이라 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종교신앙이 아닌 사람도 그가 돈버는 데 몰두한 사람은 돈이 자기의 신앙이며, 권력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것들이 자기 신앙의 원천일 것입니다. 인생을 되는대로 적당히 살다 죽겠다는 사람은 그 생각이 신앙일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인 이상 자기 삶의 궁극적 근거를 찾기 마련입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와 내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말입니다...."(<김대중 옥중서신>, 김대중, 청사, 1984, 96쪽)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섬기는 신앙은 '건강'과 '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자들은 끊임없이 탐욕스럽게, '88만원 세대'는 '삼포/오포'세대를 넘어,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의 약자)라는 유행어 아래 절망을 숨기며 살아가지요. 그러니 가난한 사람의 종교도 역시 '돈'이라 하겠습니다. 욕망을 씻으려는 좌선이나 명상 또한, 잊을 만 하면 이런 저런 과학적 연구로 포장된채 '건강상품'으로 팔립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건강-돈-행복>의 삼위일체 신앙이 현대인들의 보편종교라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마가복음 10장을 텍스트로 하여 진행된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니, 마치 학구적인 목사님의 좋은 설교(-결코,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를 들은 듯 제 영혼이 잠시 쉬어가는 듯 합니다.
가끔, 그 어떤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담론보다 자기 삶을 청빈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급진적인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상상은 당장 겨울 계절학기 학비를 염려하고 있는 제 형편을 위안하려는 의지도 약간은 있겠습니다만. ^^
제 인상으로는 이번 강의에서 '(아마도 수강생 거의 모두일) 원불교 신도 앞에서 기독교 경전과 교리를 길게 말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너무 가지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마음 여린 선생님께서 다른 때 보다 더 '죄송하지만, 미안하지만....' 같은 말씀을 자꾸 하시면서 강의를 진행하신게 오히려 하시고자 하신 말씀을 선명하게 하지 못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어 오히려 죄송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원불교 교리에는 '공도자 숭배'가 있습니다. 교조이신 대종사께서 연원을 '부처'에게 두었을 뿐, 예수나, 공자 같은 인류 역사의 스승을 모두 인정하고 배우며 존경하는 것이 원불교인의 도리인 것이지요. 또한 저는 영어/일본어/스페인어/독일어 성경(-물론, 다 읽지는 못합니다. ^^)을 수집하고 있을 만큼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관복음서의 역사와 갈래에 대해 배운 것은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함께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오늘 강의의 중요 텍스트였던 마가복음 10장의 다른 번역본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마가복음 구절을 올리는 것으로, 10강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마가복음 10장 19절) -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 속여서 빼앗지 말라 (교안에는 '손해 끼치지 말라'로 나와 있지요), 네 부모를 공경해라"//(31절)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교안-"그런데 첫째로서 말째가 되고 말째로서 첫째가 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수 가스펠>, 예수 그리스도 지음/테리 이글턴 서문/대한성서공회*김윤희 옮김, 프레시안 북 중에서 인용했습니다.)
*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무엇이든지 사람 밖에서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서 그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 사람을 더럽힌다"(마가복음 7장 15절) =>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대표적인 것이 똥오줌 뿐 아니라 사람의 말이기도 하기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경구로 삼기에 아주 좋은 구절이라 여깁니다. 또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즘엔 결국 인간이 버린 것으로 세상 만물이 오염될 뿐 아니라 이제는 인간 자신의 입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기도 하지요. 다음 강의가 '환경윤리와 생태영성'이 주제라니, 기대되기도 합니다. 벌써 강의는 올라와 있군요.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