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왕,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MATIC & S580 4MATIC조현규 입력 2021. 07. 21. 10:2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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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잇기 위해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에는 최상의 기술을 담기 마련이다. 7세대로 이어진 메르세데스-벤츠S클래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최고의 가치를 선사한다.
S400d 4MATIC
글 | 이승용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이 7세대로 진화했다. 눈, 코, 입 등 표정이 달라졌고 뒤태를 바꾸었다. 차체 길이가 54mm 더 길어졌고 너비가 55mm 넓어졌으며 휠베이스가 81mm 더 커진 7세대 S클래스는 한눈에 보아도 웅장한 기풍을 지니고 있다. 강인함을 과시하듯 부릅뜬 눈매 때문일까? 바뀐 헤드램프 디자인과 겉모습에서 언뜻 마초의 성향이 엿보인다. 지나치게 돋보이는 매끈한 실루엣, 견고한 구조와 어우러진 화려한 장식, 어느 하나 허술한 구석이 없는 외모를 바라보면 가슴이 떨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주한 7세대 S클래스는 예전 같지 않았다. 몇 가지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변화하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아마도 예전의 숨 막힐 정도로 우아한 모습보다 역동성을 강조한, 몇 가지 특정한 이미지들이 튀어 보여서일지 모른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시각적으로 미숙해서 그런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고유의 기품있고 중후한 멋이 사라졌다며 달라진 외모에 대해 심드렁하게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세대 변화의 핵심은 드러내지 않는 숨김의 미학이다. 보여주기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 담은 기술의 진보와 미래에 대한 철학,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단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겉모습만으로 그저 그렇고 그런 차들과 한통속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은 우월한 유전자를 자랑하며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기 때문이다.
7세대로 세대 변경하면서 여러 가지 기술적 혁신을 담았다. 그중에서 헤드램프 기술은 단연 으뜸이다. 기존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한 단계 진화했다. 스테레오 카메라로 반대편 차로를 지나는 차량을 감지하고 헤드라이트 불빛의 높이와 거리를 조정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 기능과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 어시스트 기능에 새롭게 더해진 디지털 라이트와 지형 보상 라이트 기능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헤드램프 기술의 혁신이다.
계급장처럼 S클래스임을 단박에 알려주던 세 줄의 DRL은 7세대로 변하면서 한 줄로 바뀌었다. 대신 헤드램프 안에 3개의 LED 빔 라이트 광원이 빛을 낸다. C클래스는 한 개, E클래스는 두 개의 LED 빔 라이트 유닛이 헤드램프 안에 장착된다. 이렇듯 헤드램프 모양을 보면 여전히 세그먼트별 디자인적인 차별이 존재한다. 3개의 LED 빔 라이트 중 가장 안쪽에 130만 개 픽셀의 디지털 라이트 모듈이 추가되었다. 8㎛ 크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이크로 미러로 기존보다 더욱 세밀하게 빛을 조사할 수 있다.
디지털 라이트는 130만 개 픽셀의LED 렌즈와 마이크로 미러를 통해 프로젝터처럼 글자나 도형, 그림 등 다양한 메시지를 차량 외부의 도로 면에 투영할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수집된 교통 통제 구역이나 공사 구간, 미끄러운 길 등 위험 정보를 도로 면에 비춰 운전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거나, 다른 차량에 내 차의 상태, 기타 정보를 외부로 전달하는 차량 간 소통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시대가 도래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의 일부지만, 현행 법규와 제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단지 독일에서만 옵션으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제도가 못 따라 오는 현실에선 그저 브랜드 마케팅 용도로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디지털 라이트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규나 인증 제도가 개편되기 전까진 그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새로 추가된 지형 보상 라이트 기능은 내비게이션의 맵 정보에 따라 오르막길에서 상향등을 켜고 내리막길에선 하향등을 스스로 작동시키는 스마트한 기능이다. 가운데 LED 멀티 빔은 기존 54개의 픽셀에서 84개의 픽셀로 발전했으며 마지막 끝에 놓인 기본 라이트와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은 한 세트로 구성되었다. 헤드램프 안에 총 260만 개의 LED 픽셀이 숨겨져 있다. 더 발전한 인텔리전트 라이트 기술은 밤길 운전의 도우미인 동시에 보디가드인 셈이다.
최고급 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거나 문을 열고 내릴 때면 내심 우쭐해져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일 테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마력은 사실 겉보다 속에 있다. 키를 들고 운전석 도어로 다가서면 윙크하듯 웰컴 라이트의 불이 깜박이고, 도어 표면 위로 플러시 도어 핸들이 반기듯이 부드럽게 솟아 나온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면 화려한 공간이 운전자를 맞이한다. 다양한 색감과 마법사의 스킬 같은 앰비언트 라이트닝 기법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빛으로 운전자, 승객들과 소통한다. 이런 방식이 아주 맘에 든다. 오래 머무는 공간이니만큼 편안해야 하고 모든 승객의 오감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플래그십 차의 숙명 같은 업보를 악착같이 지켜낸 실내 공간이다.
센터페시아에 놓인 12.8인치의 큼지막한 OLED 디스플레이가 인테리어의 중심이다. 센터페시아에서 물리 버튼을 찾을 수 없다. 태블릿처럼 터치스크린이다. 스티어링 휠 앞쪽에 놓인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12.3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3D 기능까지 갖췄다.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질 나쁜 3D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크기와 입체감이 남다르다. 클러스터에 내비게이션, 보조 장치, 서비스 등의 정보를 띄우거나, 스포츠, 익스클루시브, 디센트, 클래식 등 디지털 계기반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7가지 모드가 지원된다. 이것저것 터치스크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행히 스티어링 휠의 터치 버튼으로 홈 메뉴를 이동, 선택할 수 있었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켜니 정상화되었다.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는 듯하다. 시승 차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리셋과 같은 다른 물리 버튼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가죽이며 우드 그레인, 알루미늄 등 인테리어를 장식하고 있는 모든 소재는 최고급을 사용해 최상의 품질로 제작했다. 다재다능한 전 좌석 음성인식, 지문과 음성으로 7명까지 프로필을 등록할 수 있는 생체인식 기반의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 에너자이징 컴포트 패키징 등 첨단 편의 장치와 안전 기술을 빼놓지 않고 담았다. 누구도 부인 못 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다.
충격 시 탑승자를 견고하게 잡아주는 안전벨트 텐셔너와 측면 충돌 시 반대편으로 몸을 밀어내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뒷좌석 안전벨트에 장착된 에어백인 벨트백만으론 부족했던지 뒷좌석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장착했다. 최고 수준의 안전은 기본이 돼야 한다. 아쉽지만, 한국 시장에 판매되는 모델 중 최상위 모델인 S580에만 뒷좌석 에어백이 장착된다.
강철보다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한 하이브리드 차체로 제작하면서 강성을 높이고 뼈대의 무게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 덕분에 뼈대의 틈새에 더 많은 흡음재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실내의 정숙성은 놀라울 정도다. 강한 빗줄기가 고속주행하는 차체와 창문을 두드려도 실내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말보다 촘촘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소리조차도 야단스럽지 않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4600부터 시작되는 rpm 게이지의 레드존 영역을 보고서야 이 차가 디젤차인 걸 알 정도로 디젤의 단점인 소음과 진동을 제대로 잡았다.
남다른 방식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조합해 얻어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내 공간이 인상적이다. 역시 인테리어는 세 꼭지별 최상위 모델답다.
여러 가지 면에서 7세대 S클래스는 운전이 수월하다. 배기량 2925cc 직렬 6기통 디젤 싱글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파워트레인은 330마력의 넉넉한 최고출력과 71.4kg·m의 최대토크를 분출한다. 매끄러운 9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추월 가속 성능이 뛰어나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해 5.4초 만에 시속 100km를 지난다. 코너를 돌 때면 차체 크기가 5210mm임을 잊을 정도로 회전 구간을 안정적으로 빠져나온다. 에어서스펜션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탄력적이다. 승차감이 너무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자신이 맡은 일을 능숙하게 다뤘기에 이런 자동차가 만들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발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고스란히 이입되었다.
S580 4MATIC
글 | 안진욱
S580, 가장 S클래스다운 S클래스다. 8기통 S클래스야말로 에이스다. 디자인은 S400d와 조금 다르다. AMG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아 스포티함 대신 우아함을 택했다. S클래스 오너들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중후하고 묵직한 노멀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린다. 휠은 20인치로 덩치에 알맞다. 스포크도 쭉쭉 뻗어 있어 21인치처럼 보이는 이득도 챙겼다. 19인치가 달린 S400d와 함께 놓고 비교하면 역시 20인치가 빵빵해 보여 근사하다. 만약 S400d를 산다면 인치업은 필수다. 타이어 사이드월이 얇아지면서 오는 승차감 손해도 거의 없으니깐.
묵직한 도어를 열고 입성한다. AMG 패키지가 아닌 노멀 스티어링 휠인데 개인적으로 S클래스에는 이 디자인이 알맞은 것 같다. 상위 트림인지라 1열에도 쿠션이 달려있다. 하이라이트는 2열 공간이다. 확실히 뒷좌석이 더 넓다. 580은 롱 휠베이스 버전으로 스탠더드 휠베이스 모델 대비 약 110mm 길다. 스탠더드 모델인 S400d도 뒷좌석이 넉넉한데 그보다 더 여유롭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된다. 또한 쇼퍼 패키지가 적용되어 조수석을 앞으로 시원하게 밀어내고 등받이는 43.5°까지 눕힐 수 있다. 시트 자체도 워낙 편한데 공간까지 확장되면 집보단 편하게 쉴 수 있다.
다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시동이 켜져 있는지 알아채기 힘들다. 허나 저속에서 급가속하면 신경질적인 엔진 사운드가 들리는 건 조금 아쉽다. 물론 다른 차들 보다 훨씬 정숙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는 S클래스인지라 이 소리마저 완벽하게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대치가 높아서 까다롭고 예민하게 짚었다. 가속 페달을 격하게 밟지 않고 일반적인 주행에는 고요하게 미끄러져 나아간다. 스티어링 감도, 그리고 스로틀의 열리는 리듬마저 고급스럽다.
후드 아래에는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이 담겨 있다. 최고출력 503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파워를 생산한다. 변속기는 자동 9단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4초다. 스펙만 보면 어지간한 스포츠카를 눌러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AMG처럼 박력 터지게 튀어 나가진 않지만 품위를 지키며 빠르게 움직인다. 고속도로에 올려도 힘은 남아돈다. 플래그십의 진가는 고속크루징에서 나온다. 속도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고속안정감이 훌륭하다. 고속으로 갈수록 차체 무게중심이 노면으로 깔리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보통의 메르세데스와는 수준이 다르다. 580은 이중접합 유리라 풍절음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차단했다. 측면 유리가 한 겹인S400d 보다 훨씬 평화롭다. 물렁하기만 할 것 같은 서스펜션도 고속에서 차체를 잘 잡아준다.
잘 조율된 하체로 인해 급격한 스티어링이 들어가도 S580은 당황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코너링이다. S580은 휠베이스가 3m, 공차중량은 2t이 넘는다. 이 차로 코너링을 즐길 회장님은 없겠지만 고속도로 램프를 빠져나가면 움직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체 세팅이 단단하지 않은데 좌우 롤링을 잡았다. 타이어 스키드 음이 날 정도로 밀어붙여도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최대 10°까지 돌아가는 후륜 조향 시스템 덕분이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그리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휠베이스가 길고 짧을 때의 장점들을 누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앞서 말한 좌우 롤링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
역시는 역시다. 왕관을 지킬 수 있는 문무를 갖췄다.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이 가져야 할 전통은 지키며 스마트폰처럼 변화하는 자동차의 흐름도 무시하지 않았다. 최신 유행하는 편의사양은 모조리 챙겼으니까. 최고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환상적인 승차감이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이보다 편한 차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또한 하체 세팅이 너무 부드러우면 멀미가 나고 때론 격한 움직임에 불안함을 비추는데 S580은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 최적의 선을 잘 잡았다. 기함이라면 이러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필수 덕목인데 S580이 정답을 보여준다.
글 | 이승용,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S400d 4MATIC
길이×너비×높이 5290×1955×1505mm
휠베이스 3106mm | 엔진형식 I6, 디젤
배기량 2925cc | 최고출력 330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1.4km/ℓ
가격 1억6060만원
SPECIFICATION
S580 4MATIC
길이×너비×높이 5290×1920×1505mm
휠베이스 3216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503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9km/ℓ
가격 2억186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