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Inconscient Machinique: Essais de Schizo-Analyse (1979)
푸른숲
2003년 8월 16일 / 423쪽 /
정가 - 24,000 원
<기계적 무의식>은 무의식 분석을 통해 권력의 미시적 작동을 예리하게 감지해내는 가타리의 박학함이 두드러지는 대표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기존 정신분석학에 대한 비판에서 한걸음 나아가 언어학과 기호학 비판을 통해 무의식 분석의 새 장을 열어보인다.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존의 정신분석학이 이론적 근거 내지는 배경에서 상당 부분을 빚져온 언어학과 기호론에 대해 그것들이 어떻게 무의식을 구조화하고 규정짓는지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1부에서 분석한 내용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타리만의 방법론인 '분열분석'이 펼쳐진다. 책의 뒷부분에는 번역어 일람표와 주요 용어설명을 덧붙여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창비가 편집, 출간한 <십시일反>은 만화의 유쾌함과 인권의 소중함을 접목하려는 시도이다. 박재동과 홍승우, 이희재, 이우일, 홍윤표 등의 유명 만화가 10명이 1년여에 걸쳐 작업한 이 작품집은 빈부격차와 노동, 교육, 국제분쟁,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총망라하려 하였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만화가 각자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된 작품집의 성격을 띠고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저항 - 일반 두더지학에 대한 시론
다니엘 벤사이드 (지은이), 김은주 (옮긴이)
이후
2003년 8월 25일 / 299쪽/
정가 - 13,000원
68년 5월 혁명 당시 낭테르 대학의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지은이 다니엘 벤사이드는 '두더지'를 저항과 돌연한 출현을 지칭하는 은유로 표현한다. 두더지는 눈에 띄지 않는 지하에서 느리지만 끈질기게 길을 파나가다가, 예측하지 못한 어떤 시공간에서 돌연히 지상으로 올라와 해방의 돌파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항 - 일반 두더지학>은 저항의 계보를 논하는 책으로, '두더지'를 둘러싼 은유의 역사를 먼저 검토한다. '햄릿'에 등장하는 "잘도 말하는군, 늙은 두더지. 자넨 땅 속을 어쩜 그리 빨리도 뚫고 다니나? 참 대단한 공병이군!"이라는 유명한 대사는 슐레겔과 헤겔, 바쿠닌과 맑스로 이어지며 저항의 알레고리로 등장한다.
두더지는 '기관차'로 대표되는 진보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뱀'으로 대표되는 포스트자본주의적 정보화 사회에서의 저항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맑스의 "두더지야말로 근대적인 동시에 탈근대적"이라고 주장한다.
밀한 몸 - 남과 여의 몸으로 읽는 문명화 과정 1
한스 페터 뒤르 (지은이), 박계수 (옮긴이)
한길사
2003년 8월 5일 / 668쪽 /
정가 - 22,000원
'문명'화된 곳에서는 본능이 이성에 의해 잘 다스려질까? 또, '문명'을 경험하지 못한 중세 이전과 비문명권 지역은 본능에만 이끌려 충동적으로 살아갈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NO'라고 단언하고, 인간의 수치심과 폭력성은 문명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고찰한다.
지은이 한스 페터 뒤르는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 1, 2>에서 나타나는 기존의 지배적인 문명이론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15년 동안 자료수집에 몰두해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이 저작을 통해 서양인들이 중세 후기 이후로 본능적 충동에 대한 통제력을 증가시켜온 것을 문명화 과정으로 보는 엘리아스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은밀한 몸>은 흔히 '그곳'으로 지칭되어 입 밖으로 꺼내길 꺼려하는 여성의 성기에 대한 수치심에 주목한 책이다. 지은이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 민족들에게서 성기에 대한 수치심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주목하고, 이러한 수치심은 문명의 결과가 아닌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음란과 폭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목적과 수단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간의 '성(性)'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한다. 지은이는 많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인류는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성행동 면에서는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본능은 문명에 의해 통제되고 훈련되어진다'라는 일반적 선입견에 대해 정면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음란과 폭력 - 남과 여의 몸으로 읽는 문명화 과정 2
한스 페터 뒤르 (지은이), 최상안 (옮긴이)
한길사
2003년 8월 5일 / 857쪽 /
정가 - 24,000 원
저자소개
한스 페터 뒤르 - 1943년 만하임에서 출생했으며 현재 브레멘 대학에서 문화사와 민속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신도 아니고 주인도 아닌( Ni Dieuni metre)>(1974) <꿈의 시간(Traumzeit)>(1978) <자티리콘(Satyricon)>(1982) <제드나 또는 인생에 대한 사랑(Sedna oder Die Liebe zum Leben)>(1984) <문명화과정의 신화 (Der Mythos vom Ziyilisationsproze)> 등이 있다.
최상안 -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 취득,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2002년 현재 경남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옮긴책에 <동독의 통일 혁명>, <하이네 회상록>, <그리스.로마 철학 기행>, <구텐베르크의 가면> 등이 있다.
학문의 제국주의 - 오리엔탈리즘과 중국사
폴 코헨 (지은이), 이남희 (옮긴이)
산해
2003년 7월 30일 / 416쪽 /
정가 - 15,000 원
이 책은 중국 근현대사에 관한 미국 역사학계의 시각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제국주의가 학문의 세계에선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는 역사비평서이다.
미국은 그 자신이 속한 서구사회와 더불어 중국사-중국학 연구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코헨은 그러한 미국 역사학계의 중국학 연구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개괄하고 있다. 그것은 충격-반응 접근법, 전통-근대성 접근법(근대화 접근법), 그리고 제국주의 접근법으로, 이들 접근법은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미국 역사학계의 중국 근현대사 인식에 서양중심적 왜곡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는 서로 공통된다.
코헨은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이러한 접근법이 무의미해졌음을 지적하며,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으로 등장하고 있는 역사학계의 한 경향, 즉 '중국 자신에 입각한(China-centered)' 접근법을 소개한다. 중국의 근현대사는 중국 내부의 조건에 의해 판단되고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접근법이다.
모든 학문적 탐구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띤다. 오늘날, 미국의 제국주의는 정치세계에서 학문세계에서 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해주는 저작.
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장석준, 황광우 (지은이)
실천문학사
2003년 5월 20일 / 414쪽 /
정가 - 15,000 원
1848년 마르크스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담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이제 지구상에서 공산주의 국가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자본주의의 맹점을 지적한 그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레즈를 위하여>는 오늘날의 붉은 세대(The Reds)를 위하여 바로 이러한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읽고 있는 책으로, 해설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공산당 선언'을 매개로 하여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과 자신이 직접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술회하고 있다.
1부 '학습마당'은 수필 형식으로 이뤄진 글로, 자신이 노동운동 현장에서 느낀 경험들과 한국사회에 대한 모순과 비판 등을 <공산당 선언>의 대목들에 비추어 돌아보고 있다. 2부는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번역한 것이며, 3부에선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쟁점과 논쟁을 중요한 것들 위주로 정리하였다.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원제 : Science Goes to War (2002) 어니스트 볼크먼 (지은이), 석기용 (옮긴이)
이마고
2003년 6월 25일 / 510쪽 /
정가 - 23,000원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계속해왔고, 인간은 적을 더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게 되면서 과학을 찾게 되었다.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는 고대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야합하게 된 과학과 전쟁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고대 로마의 전차부터 신경가스와 핵무기, 세균무기 등 전쟁에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결정적인 무기'들은 첨단과학의 발전과 함께 탄생했다. 아르키메데스부터 오펜하이머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기꺼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전쟁무기 개발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과학과 과학자들이 일방적으로 전쟁에 봉사해온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의 존재과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왔으며, 또한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를 실험해보고 과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책은 과학과 전쟁의 이러한 공생관계를 파헤치면서 윤리의식이 배제된 과학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평화보고서
박건영, 박선원, 박순성, 서동만, 이종석 (지은이)
한울(한울아카데미)
2002년 10월 24일 / 262쪽 /
정가 - 14,000 원
최근 북한의 핵개발 시인과 미국의 '제네바 핵합의' 파기선언으로 한반도 정세, 나아가 동북아 정세는 또다시 난기류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책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고찰을 통해 한반도문제의 실체를 밝히고 남북한 및 주변국의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실현을 위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 한반도문제란 무엇인가'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구조적 배경을 분석하며, 또한 관련국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갈등에 대해 설명한다. '2부 한반도문제와 관련국들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분석에 기초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입장과 정책, 국가이익의 득실구조를 살핀다.
'3부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에서는 먼저 한반도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을 제시한 후, 군사적 갈등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안보협력, 북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한 단계적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은이)
푸른역사
2003년 8월 11일 / 394쪽 /
정가 - 14,500 원
이 책은 2001년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통해 풍속사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강명관 교수의 '조선풍속기행'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 책은 '뒷골목 풍경'을 중심으로 하여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잊혀져온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되살려내고 있다.
지은이는 <조선왕조실록>과 <백범일지>는 물론, 개인 문집까지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여 소위 말하는 '뒷골목 비주류 인생'들의 삶에 주목한다. 탕자, 왈자, 도박꾼, 술집부터 뒷골목의 의사와 도둑, 기생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지은이는 이들의 인생을 되살려 내면서, 지난 500여년 간 우리네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렘브란트와 혁명 - 혁명적 예술가 3
원제 : Rembrandt and Revolution 존 몰리뉴 (지은이), 정병선 (옮긴이)
책갈피
2003년 4월 1일 / 175쪽 /
정가 - 13,000원
렘브란트를 반자본주의 화가로 해석한 책. 초상화, 역사화, 부식동판화, 누드화, 풍경화에서 색다른 천재성을 드러낸 화가였다는 게 렘브란트에 대한 일반적인 평이다. 그러나 존 몰리뉴는 다소 퉁명스럽고 뻣뻣한 서술을 통해 렘브란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역사적 정보를 아우른 뒤 렘브란트를 새롭게 조명한다.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배경지식, 작품의 제작과 전기적 사실, 감상과 관련된 기술적 지식을 동원하여 서술해나갔다. 114컷의 화보와 설명은 렘브란트의 작품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책은, 렘브란트의 반자본주의 정신은 전생애 걸쳐서 나타났으며, 그가 무엇을 그리지 않았는가를 살필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 - 2003 바그다드, 전쟁과 평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은이)
박종철출판사
2003년 8월 7일 / 233쪽 /
정가 - 15,000 원
2003년 3월 20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 선포가 있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해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이 꾸려졌다. 2월부터 반전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와 함께 했던 한국팀은 전쟁의 폭력성, 참상을 폭로하고 이라크 민중의 구호와 지원활동을 펼치면서 그곳에 있었다.
이 책은 한국팀이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긴 이라크전 당시 편지글 모음집이다.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은 편지글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때로는 눈을 감아버리게 되는 끔찍한 신체 절단 사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지면으로 봐도 전쟁의 위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그곳에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람은 어떠했을까? 마음이 곧 심란스러워진다.
하지만, 편지글에 적힌 말은 "설렘, 흥분, 가슴벅참"이다. 눈부신 하늘에서 언제 미사일이 떨어질지 모르건만, 다함께 "What do you want? Peace! When do you want it? Now!" 이렇게 외치는 동안 그들은 한없이 용감했으며, 한없이 열정적이었다. 이 책은 그 위험했던 전쟁 속에서 평화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 16세기 큰선비 하서 김인후를 만나다
백승종 (지은이)
돌베개
2003년 7월 25일 / 488쪽 /
정가 - 18,000원
"가상 대담을 통해 구현한 16세기 조선 선비들의 일상세계"
일제 시대 평민 지식인 이찬갑의 생애를 재구성한 <그 나라의 역사와 말>로 한국에서 본격 미시사 연구의 장을 연 백승종 교수가 이번엔 하서 김인후의 삶을 재구성하면서 16세기 조선 선비의 일상사 연구에 도전한다.
하서 김인후(1510~1560)는 16세기의 선비로서, 생전에 퇴계 이황과 더불어 성리학계의 쌍벽으로 손꼽혔던 이다. 또한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시는 <하서시선> 등을 통해 현재에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인간관계의 폭도 넓어, 기대승 등과 교류했으며, 송강 정철 등을 제자로 두기도 했다.
책은 지은이가 하서에게 한 통의 전자우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서는 그간 '미시적 민중사'를 표방해온 지은이에게 '주인공이 노비면 어떻고 선비면 어떠하리'라고 말하며 16세기 조선 선비의 일상사를 구성하다 보면 당신이 주장하는 민중사와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제안한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하서와의 대담을 갖게 된다.
물론, 이는 가상의 대화체를 도입한 역사적 서술이다. 지은이는 하서의 문집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하여 모두 다섯 마당으로 나누어 하서의 삶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각 마당은 하서의 가족과 친족, 그리고 그가 스승과 벗, 신화로서 맺은 인간관계들과 그리고 관직을 떠나 담양에서 은거하던 시절, 그의 성리철학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서 김인후를 통해 돌아본 16세기 조선 선비들의 모습은 일면 단선적으로 보이지만 복합적이고 다양한 국면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남존여비 사상에 물들어 있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기고 의지하며, 성리학의 대가임에도 즐겨 쓰는 시에선 도교적, 불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등 중층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었던 것.
이외에도 선비들의 교류를 통해 보는 인간 관계 등을 통해 조선 선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돌아본다. 조선 양반의 가정사에 천착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를 연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선비 개인의 삶'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역사서이지만 과감하게 가상 대담 형식을 도입하여 읽기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강점. 서로를 '백교수'니 '하서님' 등으로 부르는 호칭은 깨나 낯간지럽기도 하고, 각 마당의 앞머리에서 지은이가 하서에게 콜라나 피자, 포도주 등을 권하면서 나누는 얘기들은 피식 웃음이 나올만큼 능청스럽다. - 조선영(2003-07-29)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 - 서울 격동의 50년과 나의 증언
손정목 (지은이)
한울(한울아카데미)
2003년 8월 30일 / 347쪽 /
정가 - 12,000 원
200자 원고지 7,200매 분량의 서울 도시계획 반세기에 대한 증언이다. 격동의 서울 50년을 도시계획의 차원에서 재조명하여 오늘날의 도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1970년대 서울특별시 공무원(기획관리관, 도시계획국장, 내무국장을 지냄)으로 일한 바 있다.
한국전쟁후 서울이 잿더미가 된 상태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1권에서 도시계획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절 도시계획선을 긋고 서울 발전의 기초를 닦은 선구자들의 업적을 소개하고, 전쟁으로 서울이 입은 인적.물적 피해와 문화재에 얽힌 비화에 대해 들려준다.
1961년 UN군 사령관과 김종필 정보부장의 대화를 발단으로 미군장병 3만 명의 휴가 유치를 위해 건설된 워커힐 이야기도 흥미롭다. 당시 국회 감사 자료를 근거로 1961년 9월부터 1962년 2월까지 각 군 공병감 휘하 각종 장비를 동원하고 연인원 2만 4,078명을 무상노역케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박흥식의 '남서울 신도시계획안'이 훗날 강남 개발의 근거가 되었다는 것이나 '소개도로'라 불렸던 빈터에 세운상가라는 기막힌 건물이 들어선 이야기, 한강종합개발 과정은 서울의 산업화.도시화 추진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
그밖에 을지로 1가 롯데타운 건설, 능동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뀐 사정, 경부고속도로 준공으로 시작된 강남개발 과정 등이 소개되었다.
상품의 역사 - 세미나리움총서 011
원제 : Worldy Goods: A New History of the Renaissance (1996) 리사 자딘 (지은이), 이선근 (옮긴이)
영림카디널
2003년 8월 30일 / 496쪽 /
정가 - 28,000 원
<상품의 역사>는 여러가지 소비재와 사치품 등을 통해 유럽 문화의 황금기인 르네상스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르네상스에 대한 전통적 시각은 '문명의 개화, 고전 학문의 부활,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의 출현' 등으로 집약되었지만, 지은이는 르네상스야말로 소유욕구를 찬양하게 된 시대였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서쪽의 기독교 세계에서 동쪽의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며 르네상스의 물질문명을 재조망한다. 무자비할 정도의 경쟁과 강렬한 소비주의, 탐험과 발견 그리고 혁신이라는 보다 넓은 지평에 대한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야말로 다문화주의와 소비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시대라는 것.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고전편 - 환상문학전집 12
기 드 D. 모파상,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앰브로스 비어스, 에드거 앨런 포, 에밀 졸라,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란츠 카프카, 허버트 조지 웰즈, 헨리 제임스 (지은이), 이수현 (옮긴이)
황금가지
2003년 8월 5일 / 465쪽 /
정가 - 11,000 원
모파상, 카프카, 에밀 졸라, 에드거 앨런 포, 로버트 스티븐슨 등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다양하게 변주한 공포문학의 정수 열아홉 편을 모아 엮은 책. 생매장, 원한, 생령, 시체 훼손, 괴생물체, 고문, 형벌, 흡혈귀 등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추악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미국의 소설가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이 지닌 온갖 감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것이 공포'라고 말한 바 있다. 여러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빚어낸 공포의 경험을 흡족하게 누릴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외과 의사다 - 2003 올해의 논픽션상 수상작 생활과 자연 부문
강구정 (지은이)
사이언스북스
2003년 8월 5일 / 265쪽 /
정가 - 13,000원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 생활과 자연 부문 2003년 수상작. 외과의사로 수십 년간 의술을 베풀어 온 강구정 의사가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글이다. 인턴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 외과의사로서 보람된 의술을 펼치기까지 그가 맞부딪혔던 의료계의 모순과 현실이 소개된다. 차분한 글이라 침상에서 읽기 좋다.
지은이는 다른 치료분과보다 환자에게 더 베풀 수 있다는 이유로 외과를 선택했지만, 의사에 대한 언론의 냉대와 근로조건의 열악함 때문에 의학 전문 기자가 되려고 마음 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이 새롭게 소개되면서 그 분야에 소질이 있음을 깨닫고 다시 의사생활로 돌아온다.
'메스를 든 블루칼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학부시절 문학 이야기로 밤을 지샐 정도로 소설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글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여졌는데, 소설처럼 자연스럽다. 수록된 글은 집필시점이 조금씩 달라 응집성은 좀 떨어지지만, 의사로서 겪은 일이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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