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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Morning Calm, Again Oxford Movement”
성공회대학교의 오래된 미래
성공회대학교 102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총장 공모제에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소신 지원한 저는 성공회대학교의 오래된 미래를 열어갈 더불어 숲의 숨겨진 공간을 엿보며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있습니다.
“보아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한다. 지난 일은 기억에서 사라져 생각나지도 아니하리라”(이사 65:17).
“그 뒤에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묵시 21:1).
히뽀의 어거스틴 주교는 “지난 일은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현재의 일은 하느님의 사랑에 머물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섭리에 조용히 겸손하게 순종하며 고요한 정점에서 주님을 바라보며 그 뒤를 따를 뿐입니다.
먼저 북미 인디언 어린이들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디언 어린이들을 국가가 부모들로부터 강제로 격리시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공립학교에 수용하고 그들에게 공민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루는 시험을 치루는 날이었습니다. 컨닝 할 수 없게 책상을 벌려 놓고 시험지를 나누어준 수녀님은 시험감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풀고 있던 어린이들이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책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함께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녀님은 깜짝 놀라 모두 제자리로 가서 시험을 치루라고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선생님, 우리는 부모들로부터 ‘어려운 문제가 있거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풀어 나가라’고 배웠습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우리는 성공회대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더불어 풀어가야 합니다. 저를 따르지는 마십시오. 제가 잘못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러분이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 가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정도가 아닌 길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혜를 내고 문제를 풀어가는 동반자로서 함께 걷고 싶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선택할 수 없었더라도 그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나무라는 각 개체이자 독립자입니다. 더불어 숲을 이루는. 한 나무가 너무 커서 다른 나무가 자랄 수 없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성공회대학교 지성의 나무들은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하나의 생명이 숨 쉬는 숲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총장 공모제에 정식으로 소신 지원한 합법적인 총장후보인 저에게 학교의 책임이 맡겨진다면 저는,
첫째, 성공회대학교를 지성과 영성의 전당으로 만들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88년 전 1828년부터 시작된 옥스퍼드운동은 영국교회의 세속화와 사회의 도덕적 해이 과정에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국교회는 지성인이 자각시켜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교육, 사회, 문화, 보건 복지, 언론 출판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제 종교와 사회는 역사 바로 세우기와 함께 성공회대학교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가 이 역사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좀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뜻하지 않게, 이번 총장후보 선출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양치기 목동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맨 손에 돌멩이 한 개 만을 쥐고 갑옷도 투구도 없이 하느님의 이끄심만을 믿고, 부르심에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총장 공모제의 파행 속에서 결국 될 일은 되고야 만다는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옥스퍼드 운동의 종교분야의 결실 중의 하나가 대한성공회입니다. 독신, 수도자 중심의 전례와 경건, 검소하고 단순한 삶의 영성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고교회 카톨릭운동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였습니다. 옥스퍼드 운동의 후예들인 영국선교사들은 교회와 빈민선교, 즉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사, 구제, 보건분야에서 이 땅의 사람을 섬기기 위해 죽음을 무릎 쓰고 생소한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였습니다. 교육분야에서는 한국의 최초의 유치원인 진명학교와 신명학교 등으로 나타났고,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성공회대학교가 결실로 남았습니다. 사회운동 분야에서는 기독청년회(YMCA), 문서선교로는 성서공회와 기독교서회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출판분야으로서는 1891년 코프 주교님이 현대식 인쇄기를 들여오면서 성공회 문서선교의 첫 장을 열었습니다. 이 인쇄기를 통해서 '영한사전'(1891)을, 1894년에는 '조만민광(照萬民光, 신약성서의 일부를 설교와 교육용으로 제작한 발췌성경)을 발행했습니다. 한국의 최초 성서해설서인 ‘조만민광’은 근대 인쇄문화에 있어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결실입니다. 출판의 열매로는 ‘모닝 캄’ 잡지, 성공회신문와 성공회출판사가 있습니다. 보건 복지 분야는 성 마태병원과 여성전용병원, 한국의 최초의 안과 시술을 한 진천의 애인병원, 그리고 성베드로 보육원 등으로 나타났고, 그 영향은 현재 나눔의 집을 통한 빈민선교와 나눔과 섬김의 꽃을 피게 하였습니다. 영성분야에서는 성가수녀원으로, 종교분야로서는 앵글로 카톨릭 전통을 이어오는 대한성공회로 실천의 결실을 맺었던 것을 우리는 듣고 보고 배워서 잘 압니다.
우리는 이 좋은 전통을 지키면서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영성적인 면이나 빛과 소금의 역할에서 퇴행하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옥스퍼드 후예들이 남겨준 많은 정신적 유산과 신앙 그리고 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유형, 무형의 유산들을 상속 받고도 홀대한 책임을 통렬히 반성합니다.
저는 옥스퍼드 운동의 오래된 미래를 성공회대학교 운동에서 새롭게 발견합니다. 불모의 땅에서도 하느님의 도성을 세웠는데, 우리 안에 그 용기, 정신, 자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총장 공모제에 소신지원 하면서 우여곡절 속에서도 결국 ‘될 일은 되게 되어 있다’는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옥스퍼드 운동의 한 열매인 대한성공회는 다시 성공회대학교 운동에서 길을 묻습니다. 저는 이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다시 교육에 길이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를 통하여 옥스퍼드 운동의 정신을 현대화하여 한국사회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열린 대학으로서 그리고 존 데일리 김 요한 주교님 강조하였던 자치, 자립, 자전의 정신을 적용하여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자율 대학으로 육성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옥스퍼드 운동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성공회를 새롭게 조명하고, 본래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할 수 있다고 믿음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둘째, 자치, 자립, 자전 그리고 자율의 정신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은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율민주주의입니다. 대학이 스스로 서고, 스스로 다스리며, 스스로 전하고, 스스로 조정하는 자율 대학으로 발전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개혁총장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학문의 자유와 진보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마당을 펼치고 버니 샌더스와 같은 열정으로 지속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함께 할 것입니다.
셋째, 본래 대학의 주인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점차 학생들이 많아지고 공부 양이 늘러남에 따라 복잡한 업무와 행정은 전문가에게 임무를 위임하였던 것이 오늘의 대학행정 체계가 되었던 것입니다. 본래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율적인 면학분위기 조성과 연구 활동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편리하게 공부하고 생활 할 수 있는 주권자로서의 학생 복지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넷째, 물자 절약, 단순한 삶과 생활을 통하여 예산을 절감하고 모아진 예산은 연구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작고 단순한 삶을 통한 예산 절감의 첫 실천으로서 총장 승용차를 학교 업무공용으로 사용하겠습니다. 공무가 있을 때는 누구나 손수 운전을 하며 사용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절제된 삶의 방식은 진리의 운동으로 그리고 생명, 평화의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정부의 대학구조 조정 정책에 의한 정원 감축과 등록금 수입 감소에 대비해 필요한 가용 재정이 최소 10억 원 정도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공회대학이 위기에서 벗어나 인문학의 전당으로서 그리고 민주, 시민 대학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2년 이내로 10억을 모금하겠습니다. 그리고 10억의 목표액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총장의 급여는 대학발전 기금으로 적립하겠습니다. 이렇게 세부적인 계획을 약속해야 사람들은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구체적으로 10억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검은 옷을 벗어버리고 백의종군 하여 승용차 대신 고무신을 신고 다닐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눈에 보이는 수치에 집착해서 푼돈을 아끼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는 않겠습니다.
사회적 모금의 확산(대안적,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학 이미지로)
1) 동문(사회교육과정, 노동대학, 신영복 교수의 더불어 숲 인문공부 포함)들을 중심으로 한 모금 1억,
2) 현대사 자료(민주화운동 자료) 박물관 등 본교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사업 개발, 모금 활성화로 2억,
3) 학교법인 성공회대학교 이사들과 함께 1억,
4) 대한성공회 신자들의 헌금의 잠재성을 일깨우고 동기부여 하여 2억
5) 성공회대학교 교직원, 교수, 학생, 졸업생을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참여하도록 동기부여를 하여 2억
6) 성공회대학교를 사랑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개미군단 모금 1억
7) 기타 기부금
저는 1999년 9월부터 인도 불가촉천민선교회를 만들어 일한지 17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가진 것은 없지만 에큐메니칼 차원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고, 자원을 서로 공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지금은 100개의 교회 50,000여명 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할 수 있는 사회선교의 의미와 동기부여를 통해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기숙학교, 고아원, 매 맞는 여성쉼터, 염소조합, 헌옷 나눔, 재봉교실, 신학교 등을 가지고 있는 오호그 교구로 성장하였으며 교회마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두가 동기부여를 통한 작은 교회들의 이웃 섬김의 결실이었습니다. 저의 경험과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여 성공회대학교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섯째, 개교 100년이 넘는 성공회대가 축적해 온 사회적 신뢰와 성공회대를 아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명품 대학으로서 난국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곱째, 다석 유영모는 하느님과 소통하는 자리를 시공간을 넘은 자리에서 마음이 뚫려 하느님과 하나 되는 자리를 ‘가온찍기’라고 하였습니다. 공간개념으로 말하면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점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지점, 그 면적도 없고 부피도 무게도 없는 그 점은 우리 모두 더불어 숲을 이룰 성공회대학교가 숨겨진 공간으로 순간이동 할 문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숲의 비원으로 들어가는 이번 통과제의가 제게 주어진 사제로서의 마지막 소임이며, 가슴 벅차오르는 진정한 제사이고 제 한 몸을 불사를 검박한 제단이라고 느껴집니다. 이제 저는 이 신비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인, 재단과 학교가 소통하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현장에 저는 디딤돌이 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일치와 협력을 위한 희생양으로 그리고 무경계에 있는 저를 밟고 넘나들기를 바랍니다. 이 일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당할 것을 겸허히 약속드립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30년의 신앙여정과 사목경험을 통해서 일반선교(대학로 교회, 춘천교회, 천호동교회, 묵방교회, 정읍교회, 대전주교좌교회, 수동교회), 기관사목(NCC 교육부장), 사회선교(정읍나눔의 집, 정읍자활센타 설립, 아이들 그룹홈 하늘이네,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한 위기여성센타 운영), 문화선교, 보세이 에큐메니칼 연구원,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교회협의회의 프로그램 참여, 영국유학 등등의 경험을 남은 사목 기간 동안 유감없이 발휘하고자 합니다. 특히 하느님의 허락과 성령의 도움으로 예수님의 섬김의 리더십과 동반자 선교(partnership in mission)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성공회대학교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도우심과 전신자, 성공회대학교의 학생 교직원, 학생, 교수, 그리고 성공회대학교를 사랑하는 시민사회의 많은 민주시민의 후원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다시 교육에 길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저와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성공회대학교를 새롭게 하였으면 합니다. “어게인 모닝캄, 어게인 옥스퍼드 무브먼트(Again Morning Calm, Again Oxford Movement)”의 더불어 숲 기도회원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오셔서 기도에 동참해 주십시오.
서울대성당 재단 벽에 아름답고 거룩한 모자이크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한 조각 다양한색깔이 더불어 하나가 되고 조화를 이루어 거룩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한 조각이라도 빠지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거룩함은 곧 깨지고 조화는 어그러집니다.
조화와 화합, 소통의 바탕 위에 대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저는 모든 역량과 경험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직적 권위에서 수평적 권위로, 명령과 시달에서 섬김과 보살핌으로, 앞에서 이끄는 지도자에서 더불어 함께 가는 길동무로, 말하는 사람에서 경청하는 사람으로서 더불어 숲 학교인 성공회대학교의 숨겨진 비밀의 공간으로 안내 하겠습니다.
작은 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숲을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