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이라면 폐경기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를 관심을 갖고 읽었을 것이다. 겁나는 얘기다.
하지만 호르몬 요법 사용자 중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그 병으로 사망하진 않는다는 또 다른 연구 결과도 들었을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이런 뉴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폐경기의 대표적인 증세인 안면홍조(전신열감)의 고통이 심할 때 안심하고 호르몬 요법을 써도 된다는 뜻일까?
사실 두 연구 중 어느 쪽도, 아니 어떤 단일 연구도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해답을 주진 못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들 연구의 요지를 보면 왜 그렇게 많은 환자가 혼란스러워하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둘 대목은 어떤 과학적 연구라도 100% 정확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과학적 발견은 늘 재고와 수정의 여지가 있다.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연구라도 일부 의문점에만 해답을 줄 뿐 새로운 의문점들을 낳게 마련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설계되고 시행된 연구일지라도 환자나 사용자 개개인이 안고 있는 위험 부담까지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환자와 의사가 판단할 문제다. 일례로 호르몬 요법에 관한 결정은 최근의 언론 보도가 아니라 사용자 개인의 필요(일상적인 활동이 곤란할 만큼 안면홍조가 심한 경우 등)와 의료기록을 기준으로 내려져야 한다. 사용자 자신이나 가까운 여자 친척이 유방암을 앓은 병력이 있다면 호르몬 요법 실시에 따른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호르몬 요법은 또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을 키우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병이 있는 여성들이 이 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많은 미국 여성이 주류 의학계에 낭패감을 갖는지 이해할 만하다. 호르몬 요법은 여러 해 동안 여성의 심장병 예방을 위해 처방됐다.
하지만 2002년 미 국립보건원(NIH)은 호르몬 요법에 관한 대규모 연구인 여성건강 이니셔티브(WHI)를 갑작스레 중단했다. 연구원들이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의 투여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유방암의 위험을 키운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 후 많은 과학자가 WHI의 자료를 인용해 호르몬 요법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다.
이 주제에 관한 기사가 언론에 빈번히 등장하는 이유다. 의학 연구는 속도가 느리고 매우 복잡하다. 20년 전만 해도 그 혼란스러운 과정의 대부분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두 연구와 같은 연구들에 관한 토론은 주로 과학 심포지엄이나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등 과학자들 사이에서 읽히는 출판물을 통해 이뤄졌다.
이런 회의에 참석하거나 출판물을 읽는 독자들은(느리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과학 연구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최신 연구에 관한 소식이나 보고서를 1차적으로 접하는 주체가 일반인이 아니라 의사들이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새로운 연구에 관한 소식을 환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여과기 역할을 했고, 환자들은 의사의 충고를 의문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TV와 출판물, 인터넷을 통한 의학 홍보의 홍수가 주된 원인이다. 이런 홍보로 건강과 의학 정보에 관한 수요가 치솟았다. 요즘 의학과 언론은 공생 관계다. 과거에 기자들은 의학 기사를 다룰 때 많은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도를 미뤘다.
하지만 요즘은 새로운 연구(이미 알려진 사실 이외에 더 밝혀낸 게 별로 없는 경우까지)가 나올 때마다 획기적인 연구라도 되는 듯 과장해서 선전된다. 그런 뉴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 국립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예방과 인구과학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로어 소장은 “과학은 건전한 의심을 바탕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