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도 훌쩍 지나가고 어느듯 나무들이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가을, 거리의 단풍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주에서 제각각의 목표와 꿈을 안고 각지에서 모인 만여명의 달림이들과 함께 동아경주오 픈마라톤대회는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나에게 이번대회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풀코스대회인지라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무 척이나 기다리던 대회였다. 달림이로 입문한지 1년정도, 동마신청때 분위기에 휩쓸려 풀코스에 겁없이 도전 장을 던지게 됐다. 지난 여름부터 풀코스도전 15주 프로그램은 진행되었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나 였기에(80kg) 조깅 위주의 시간주 훈련만 했었다 LSD에도 여러번 참석은 하였으나 30km는 한번, 나머지는 거의 20~25Km 정도가 내 체력의 한계였었다. 이렇게 해서 과연 내가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대회가 다가오면서 서서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대회 2주전부터 25km로 정도를 달려도 체력이 조금 남음을 느끼며, 약간의 자심 감은 회복한다. 대회 1주전 일요일 마트에 갔다가 육류코너에서 호주산 쇠고기를 50% 할인하기 에 어떨결에 약간 사서 어쭙잖은 식이요법을 3일간 했다. (목표가 sub-3도 아니고, 완주가 목표인 내가 식이요법을 한다는게 좀 부끄럽 다...ㅎㅎㅎ) 대회전날 금정 체육공원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짧은 스퍼트 3회를 하고 몸에 쌓 인 피로도 풀겸 승산스포렉스에 갔다가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목욕전에 헬스장에서 벨트마사지를 하는데 트레이너가 달 리기에 관심을 보이기에 마라톤과 막달리자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사이에 마사지 하던 양쪽 무릎 윗부분 피부가 벗겨졌네... 참 곰도아니고 그걸 못 느꼈네... 사우나에서 물을 적시니 벗겨진 부위가 무척 따갑다. 아 이걸 어쩌나? 최상의 컨디션으로도 완주할까 걱정인데, 이런 상처까지... 10시에 누웠지만 잠이 쉽게 오지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1시경에 겨우 잠들었다.
드디어 대회당일, 금정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하여 동호회 천막에 짐을 풀 고 화장실을 갔다오니 벌써 7시20분이다. 상처난 부위는 밴드로 대충 붙였고, 과체중으로 인해 뛸때마다 약간씩 통증이 오 는 무릎이 걱정스러워 한번도 안하던 무릎 테이핑도 한다. 이것저것 준비하여 드디어 출발선상에 섰 다. 완주가 목표이지만 내심 sub-4를 노려본다. 4시간과 4시간30분 페메 중간쯤에서 동호회분들과 같이 스스히 출발했다. 서로 초반 오버페이스는 하지말자고 얘기 하면서 5분40~50초 페이스로 뛰었다. 나의 작전은 30km까지는 5분40초 페이스로 진행, 30Km 이후 힘이 남으면 4시간 페메를 끝까지 따라가 sub-4를 하는것이었다. 같이 뛰시던 분들이 다 흩어지고 5km정도에서는 혼자 뛰게된다. 5km 표지판이 없었는지 못보고 지나쳤다. 앞에 달리는 사람중에 나와 속도가 비슷한 사람을 있어 그 사람과 약간의 간격 을 두고 따라가다보니 10km 예상시간보다 3분정도 빨랐지만 아직 상태는 괜찮다. 1차 반환점을 전후로 스쳐지나가는 회원들과 서로 힘을 외치며 편안하게 달려 15km 통과 먼저 지나갔던 대학 후배를 다시 만나 같이 페이스맞춰 달렸다. 후배가 '형님 이런 페이스로 가면 동호회사람들이 다 놀라는거 아닙니꺼'라고 한 다. 그 말에 나도 내심 sub-4는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힘을 내어 본다. 25km 지점에서 파워겔을 장갑에서 꺼내 후배와 반씩 나누어 먹고 다시 힘을 내어 달려가는데 후배가 힘이 드는지 먼저가라고 한다. 예상시간보다 8분정도 빠른 속도인데 내 체력은 아직 여유가 있는 듯 하다. 뒷처지는 후배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또 혼자 달려간다. 2차반환점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sub-3 목표 회원들이 하나둘씩 지나간다. 다들 명예의 전당에 오르길 바라며 힘을 외쳐본다. 28km 지점 대회 처음 오르막이다. 어느새 뒤쳐졌던 회원 한분이 따라와서 힘을 실어 주신다. 구호를 외쳐가며 올라가니 그리 힘들지는 않다. 같이 달리던 회원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난 아직 속도를 올리기에 겁이나서 내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여 2차 반환점인 31km 지점을 통과 아직도 8분정도 빠 른 페이스다. 내리막에서 몸을 다시 추스리며 스쳐지나가는 회원들에게 큰소리로 화이팅을 외 쳐본다. 그렇게 궁금했던 35km 서서히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완주에 대한 자신감은 생 긴다. 9분정도 빠른 페이스, 음료를 한잔하고 목표를 재설정 해본다. 이왕 내친김에 40 분대 진입...ㅎㅎㅎ 피니쉬의 감격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어 달려간다. 38km 지점 드디어 올것이 왔다. 무릎과 다리가 내 맘 같지가 않다. 어느새 다리에 쥐가 나서 뒷쳐지던 뒤쳐졌던 회원 한분이 앞질러 가는데 아무리 따라 가려 해도 거리가 좁혀지지가 않는다. 이제 남은건 3,4km정도. 젖먹던 힘까지 내서 달리면 40분대 진입이 가능할 것 같 은데 속도는 점점 더 떨어진다... 40km 지점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42분이다. 40분대는 힘들다고 판단, 용쓰 지말고 그냥 다리가 가는데로 맡기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코너를 돌아 회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운동장으로 진입 피니쉬 포즈를 이리저리 잡으며 대망의 골인...3시간53분58초.. ㅠ_ㅠ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고 다리는 절뚝거리지만 첫풀 완주와 sub-4 달성은 감 격 그 자체였다. 내 자신이 너무 너무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마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첫댓글 종근이 아우 소리없이 섭4하셧구만..그래 그래 머스마는 승부사 기질이 이어야 되는것이여 멋쟁이로 보았는데 네가 사람은 잘보앗네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군이 섭4로 표기하니, 나는 sub-5인데 발음상 "섭파"로 읽어지니 어원변천되어 "섭하제"가 되니, 섭5한사람은 섭하네~ -발원처 : 웃자 고한소리-
동마클 선,후배님들께서 많은 힘 실어 주셔서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