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사라지고, 뒤에 가입하신 분들은 자문애가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궁금도 할 것이고, 자문애의 발달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자문애 발족의 계기가 되었든, 대학원생들의 여름 서해안 답사부터 2차 답사까지의 과정을 적으면서 자문애의 발달 과정을 살펴 볼까 합니다.
I. 자문애가 생긴 토대
▶ 토대 I: 2003년 여름 답사
자문애의 발족은 내 개인적 바램이, 사회과 대학원 2002, 2003 학번생들과 의기 투합함으로서 시작되었다. 발족의 모태가 된 것은, 2003년 8월 19일부터 21일 사이, 2박 3일 일정으로 시작한 서해안 답사였다.
【I-1: 답사 일정】
1. 8월 19일
* 8시30분 학교에서 출발
1) 거창 휴게소(가조 분지)→ 지리산 휴게소 등에서 휴식 2) 순창 IC로 나와 다리 건너 있는 식당: 점심 3) 칠보면 시산리에 있는 섬진강 수력발전소(유역변경식 발전소) 견학
4) 호남평야→진봉면 망해사→계화도 간척지 갯벌 5) 부안에서 1박
2. 8월 20일
9:30분: 출발
1) 변산반도로 이동, 새만금 간척지→ 채석강→ 곰소 전갈 단지→곰소 염전→ 내소사
2) 인촌 김성수 고택→선운사 3) 고인돌 공원→전봉준 생가 4) 고창에서 2박
3. 8월 21일
1) 고창 읍성→소쇄원 2) 함양 상림→ 정여창 고택→대구
4. 참여자: 20명
【I-2: 1차 답사에 대한 반성】
이번 답사는 2001년 여름 답사보다 시간이 하루 연장되었다. 물론 코스도 몇 곳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2박3일임에도 시간이 부족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답사 시간의 효율적 측면에서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답사 코스의 조정이다. 답사는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다른 지역과 비교가 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답사 장소이다. 그러나 비교가 되지 않는 장소도 많다. 이런 장소는 빼는 것이 답사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을 듯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빼도 될 곳과 추가해야 할 곳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답사 코스에서 빼도 될 곳
1) 김성수 고택
(1) 김성수선생에 대한 인식이 아주 부족하다. 그래서 집에 대한 의미 부여가 잘 안된다.
(2) 집의 칸수가 많다는 것이 이외에는 건축적인 멋이나 가치가 적어보였다.
2) 채석강
주차비와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이다.
2. 답사 코스에 추가해야 할 곳
1) 담양 대나무 공원
3. 답사 코스 중 반드시 가야 할 곳
소쇄원, 상림, 망해사, 계화도 간척지, 고창 읍성, 고창 고인돌 공원, 섬진강 유역 변경식 발전소, 호남평야, 전봉준 생가와 그 옆에 조성중인 기념관: 전봉준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음
4. 가족들과 같이 답사할 경우 아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아이들이 갯벌에서 충분히 놀 수 있도록 시간 배려
2) 조석의 시간을 고려하여 간조 때에 맞추어 갯벌로 가야한다.
3) 답사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사진촬영과 자료들을 기록하고 수집해야 한다.
4) 호남평야 답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 김제 지역을 잘 선정하여야 한다.
5. 숙식
1) 고창의 경우 03년에 잠을 잔 호텔이 가장 적합하다.
2) 부안보다, 새만금을 지나 있는 모텔이 좋을 듯 하다.
3) 남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찾을 필요가 있다.
6. 기타
1) 이 지역 답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첫날 일정이 빡빡한 것이다. 그러나 첫날 답사 코스는 적절하다. 따라서 출발을 일찍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최소한 8시에는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시간 절약을 위해 첫날 점심은 김밥으로 간단히 식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 답사 시 답사 노트를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습성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3) 답사를 어떻게 한다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
4) 특정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는 그 지역의 전문가를 찾아가 설명을 듣도록 해야 한다.
【I-3: 서해안 답사 후기】
넉넉할 것이라 생각하고 짠 계획이었는데, 넉넉함을 너무 넉넉하게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2박 3일, 답사로는 짧지 않은 시간인데 많이 본 만큼 힘도 많이 들었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든 만큼 안내해 주었는지, 너무 힘들게 일정을 끌고 간 것은 아닌지, 여전히 정리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우리 나라 자연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인데, 산 구비를 돌아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배시시 웃고 있는 아이같이 자연이 천진한 곳도 있고, 비온 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 같이 고고함을 간직한 곳도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선조들의 지혜에 감복하는 곳도 있는 반면, 자연의 위대함보다 인간의 무모함이 더 커보이는 안타까운 곳도 있습니다. 이 모두가 의미있는 답사 지역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아쉬웠든 것은 아이들에게 갯벌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여유를 주지 못한 것입니다. 알면 길이 보인다니까, 나중에 가족과 함께 여유있는 시간을 다시 가지시기 바랍니다.
금요일에는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용계천 답사를 하였습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세월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답사 코스를 천천히 생각해 볼까 합니다. 우선 가까운 곳부터 찾아볼까 합니다. 숨겨진 아름다움 곳과 가보았지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였든 곳을 찾을 예정입니다. 하루 정도면 충분한 곳을 말입니다.
2003년 8월 24일
▶ 토대 II: 자문애 발족을 위한 제안의 글
서해안 답사를 마친 후, 그 동안 생각만 하였던 답사 모임을 구체화하기 위해, 2003년 2학기가 시작될 무렵 '자문애'라는 이름으로, 나의 생각을 가까운 2002, 2003학번 대학원생들에게 알렸다.
자연과 문화 사랑(自 ․ 文 ․ 愛)
갑자기 눈병이 나서 책을 읽기 힘들어, 평소 생각하였든 단상을 적어 봅니다. 내용은 단상이지만 의도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답사하면서, 그리고 교육대학교에 와서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만나면서, 사회과를 위해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올바른 답사의 안내입니다. 이를 위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답사 팀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차일 피일 미루면서 생각만 하다가, 지난 서해안 답사를 계기로, 뜻하지 않게 집에 있는 동안 답사팀의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자연과 문화 사랑, 『자문애(自文愛)』라고 말입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보다 나은 교사를 위해, 삶의 자양분을 위해, 우리와 세계의 문화와 자연의 이해를 위해, 그리고 다가 올 주 5일을 위해. 사실은 이 모두가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문애』는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인간이 자연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유사 이래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순응하기도 하고, 순응하면서 적응하였고, 개발하면서 적응하여 살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따라서 문화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인간이 만든 건물, 도로, 경지 등도 문화의 한 쪽이지요. 이 같은 문화의 모듬을 통칭 문화 경관이라 합니다. 따라서 문화 경관은 한 지역의 자연에 인간 활동이 더해져 나타나는 가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맥락으로 인해 문화 경관을 답사한다는 것은 문화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 속에 담재되어 있는 여러 맥락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맥락을 헤아린다는 것은, 맥락 속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삶의 양식(樣式)을 헤아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택(古宅)에서 볼 수 있는 안채와 사랑채는 남녀가 유별한 당 시대의 맥락입니다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남녀의 차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여 각자의 공간을 보장해 주었음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솟을 대문을 가마나 말을 타고 들어 올 정도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고, 대문 하나로도 당시대의 사회상과 신분상의 위계를 읽을 내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숲(예: 상림)을 통해, 소쇄원의 소박함 속에 담긴 자연과 한바탕 어우러질 줄 알았든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읽어내어야 합니다.
이 같은 답사를 하면서 “좋은” 사진을 찍고, 사진들에 설명을 친절하게 “잘” 붙이면, 그리고 이런 사진들이 “많이” 모이면, 한 권의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찍어 흠잡을 데 없는 예술 사진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사용할 자료를 선생님들 안목으로 찍은 사진, 그래서 예술적이기 보다는 교육적인 자료 말입니다.
『자문애』가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와 세계 각 나라의 문화와 자연 그 어울림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고, 그것을 또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훌쩍 떠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물론 그것을 위해 모임도 결성하면 좋고요.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단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만, 교육대학원 2002, 2003학번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얻어 지금처럼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조만간에 이 모임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모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논 할 기회가 왔으면 합니다.
2003년 9월 2일
II. 자문애 발족
2002, 2003학번 대학원생들이 나의 제의에 동의하였다. 이로서 자문애라는 이름의 답사 모임이 결성되었다. 먼저 '자문애'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사회과 대학원 카페와 자문애 카페를 동시에 사용하였다. 아직까지 사회과대학원생 카페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또 대학원이나 자문애 카페를 이용하는 대학원생들, 모두가 2002, 2003학번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문애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답사>
▶ 1차 답사
【I-1: 1차 자문애 답사 일정 공고】
드디어 『자문애』 답사 일정을 확정하였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였습니다만, 모두가 만족할 날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남쪽에 단풍이 든다하네요. 그래서 11월 2일(일)로 정하였습니다.
초겨울로 들어가는 시기라 춥지는 않을지, 해가 짧아 어느 정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갈 길은 먼데 해는 지고”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만,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떠나 볼까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 구체적 일정 ---
1. 일시: 11월 2일(일) 9시까지 모임
2. 모임 장소: 우방 강촌 마을 상가와 110동 사이(옥외 주차장)
3. 답사 코스: 대구 출발(9시)→영천→옥산서원(11시)→양동마을(12시-14시) <점심은 도시락, 빵 등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이 어떨지?>
양동 마을(14시 출발)→영천 댐(15시 도착)→영천 댐 주변 문화 답사(17시 30분) 영천→대구(19시 도착)< 좋은 저녁 >
4. 차량: 서해안 답사처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5. 회비: 점심과 저녁 식사비, 그리고 약간의 간식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입장 료 내는 곳은 없습니다. 기름값은 각 차마다 알아서 해결하도록 합시다.
▶ 답사 코스를 영천 지역을 먼저 보고 양동 마을을 나중에 볼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날씨와 시간을 보고 가기 전에 결정할까 합니다.
▶ 혹, 답사와 관련하여 하실 이야기가 있으면 사회과교육대학원 카페 게시판에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 10월 2일
I-2: 1차 자문애 답사 일정 수정 공고】
I. 단풍 상식
첫 단풍: 산 전체 면적의 20% 가량이 물들었을 때.
절정기: 전체 면적의 80%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
단풍은 하루 40m 씩 하강한다고 합니다. 산행 중 단풍은 산 아래까지 물들었을 때보다 중턱 정도 내려왔을 때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아마 밑에 까지 내려가면 위쪽 단풍은 지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단풍 감상은 날짜도 중요하지만, 햇살의 각도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개 오전 햇살에 단풍이 가장 화려하다고 합니다.
II. 날짜 조정을 위해
신문을 보니, 팔공산 첫 단풍은 10월 20일이고, 절정기는 10월 29일 입니다. 전문가 추천에 의하면 단풍 구경은 첫 단풍에서 절정기 사이가 가장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답사 일정을 한 주일 당기면 어떨지 의견을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10월 26일(일)이 영천 댐과 주변 문화재 그리고 주변 단풍도 같이 볼 수 있는 적절한 날로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지한 11월 2일로 하고자 한다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일정을 조정하여도 무방하다면 한 주일을 당기겠습니다.
먼저 선생님들 의견을 묻고 괜찮다면 사회과대학원 카페에 올리겠습니다. 내일 중으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3년 10월 9일
【I-3: 1차 자문애 답사를 위한 부탁】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니, 답사 일인 26일(일요일)은 구름이 조금 있을 뿐 날씨는 화창할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은 예정대로 하겠습니다. 9시에 출발할 것이니, 출발지에 조금 일찍 도착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점심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김밥이나 빵 등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저희 동네 아파트로 들어오는 길목에 24시간 영업하는 김밥 전문집도 있고, 빵집도 아침 6시부터 하는 곳이 있습니다.
꼭 부탁드릴 것은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옷과 모자를 준비하시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 것에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가 답사 가는 양동 마을, 영천 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교과 내용에서 유사한 것이 있으시면 한번 보시고 나중에 수업에 이용할 것들을 미리 생각하시면 사진 촬영과 자료 수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사에 참여하실 분들은 이름과 답장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 10월 23일
【I-4: 자문애 1차 답사 후기】
어제(10.26) 답사 모두 수고하였습니다.
날씨가 무척 걱정되었는데 따뜻하였고, 아이들이 잘 따라올까 걱정하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왔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점심으로 김밥을 먹으니 오랜만에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어서 또한 좋았습니다. 더더욱 점심을 먹고 쉰 곳이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대'이니, 어제 답사에서는 덤으로 마음까지 씻은 듯 하였습니다. 그래서 답사 내용은 차치하드라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어제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옥산서원 앞에 놓여있든 나무다리가 오늘까지 생각됩니다. 학교로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다리는 여기와 저기를 나누는 경계선이 아닐까? 세상의 이치를 생각하는 여기와 속세인 저기를 나누는 경계말입니다. 이 나무다리를 건너오기 전 저기에서 묻은 속세의 때를 벗어버리고,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를 속세의 때가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처럼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 같기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경건한 마음을 늘 조심하면서 여기로 들어오라는 뜻같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어째든 '이'와 '기'를 논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철저히 반성하고, 치열하게 살다간 선조들의 삶의 자세와 삶의 도리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답사에서 많은 것을 보지만, 정말 핵심적인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담재된 정신입니다. 그리고 답사자로서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을 느끼는 것입니다. 답사에서 얻을 것이 바로 이것이라 봅니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현상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과 현상들간의 관계를 구성하고, 그 관계를 해석하는 능력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답사를 하다보면 나중에 남는 것은 결국 정신에 대한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행함은 어렵더라도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앎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답사를 무사히 마쳤고, 모두가 즐거워 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자문애’ 답사를 시작하였다는 마음에서 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전에 느끼지 못하였든 나무다리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만들어 준 답사이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10월 27일
【I-5: 1차 자문애 답사 과정에 대한 반성】
1차 답사에서 가장 아쉬웠든 것은 독락당을 올바르게 보지 못한 것이다. 독락당을 보았을 때, 회재 선생과 옥산서원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옥산서원을 찾는데 신경을 쓰는 바람에 이 중요함을 놓치고 말았다.
어떤 현상 간에는 반드시 맥락적인 관련성이 있다.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두었든 시간적 계획이 중요함을 놓치게 만들었다. 형식이 실제를 능가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 같은 우를 범한 것 자체가 부족함이다.
또한 대구에서 안강으로 간다는 목적 하 계획을 세우다보니, 그 사이에 놓인 지리적 위치가 답사 순서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번 답사가 회재 선생을 중심으로 한 답사라면, 양동마을을 보고, 회재 선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 다음 독락당, 그리고 마지막으로 옥산서원을 잡는 것이 답사 목적에 가장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음은, 지리적 위치에 너무 매몰된 단순함의 소치였다.
한편, 시간 관계상의 문제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천댐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였다. 영천댐은 금호강, 그리고 대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호강은 대구의 젖줄이다. 그래서 대구는 금호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천댐은 금호강의 생명선이다. 이 같은 중요한 관계를 시간적 한계로 인해 제대로 이야기 못한 것이 아쉬웠다. 환경과 생태 문제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고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은 시간적 제약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영천에는 여러 문화적 경관과 금호강이라는 자연적 경관이 있고, 양동 역시 많은 자연적 ․ 문화적 경관이 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이 두 지역을 답사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무리라는 의미는 두 지역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하루의 시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다음 번 답사에는 양동과 영천을 나누어 답사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철저히 계획한 만큼 핵심적인 것을 충분히 보고 정확히 이해한다.
10월 28일
▶ 2차 답사
【II-1: 2차 자문애 답사 일정 공고】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자문애)의 2차 답사 일정을 확정하였습니다. 여러 선생님들 의견을 토대로 12월 7일(첫 주 일요일)을 답사 날로 정하였습니다. 아무래도 12월 하순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는 답사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2차 답사는 안동 지역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맞으면서 보는 병산서원보다, 강과 산 그리고 꽃이 어우러지는 4월 혹은 5월의 병산서원이 훨씬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그 전에 한 곳을 더 갈 예정입니다. 현재로는 성주 지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차 답사는 대구 인근인 현풍 일대의 자연과 문화를 답사하고자 합니다. 대구 인근이라 12월 초라도 가볍게 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구체적 일정 ---
1. 일시: 12월 7일(일) 9시까지 모임(혹, 날씨 관계로 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2. 모임 장소: 대구교대 부설초등학교 정문 앞
3. 답사 장소와 코스
1) 답사 장소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 인흥서원, 사문진 나루터, 금호강 습지, 도동 서원
2) 답사 코스
남평 문씨 본리 세거지, 인흥서원(9시 30분-11시 30분)→사문진 나루터, 금호강 습지(12시-14시)→ 도동 서원(14시30분-16시 30분)
* 돌아 올 때의 교통 혼잡을 고려하여 역순으로 답사할 수도 있습니다.
4. 답사의 내용
1) 남평 문씨 본리 세거지: 가옥의 특성(건축학적 ․ 문화지리적 특성)
2) 인흥서원, 도동 서원: 서원 답사의 의미와 주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인물, 건물)
3) 사문진 나루터: 낙동강 수운의 발달과 쇠퇴. 대구와의 관계
4) 금호강 습지: 습지의 환경적 의미. 생태의 교육적 의미
5. 차량: 지난번과 동일
6. 식사
점심: 날씨 관계로 식당에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바깥에서 먹기는 무리라 여겨집니다.(날씨가 따뜻하다면 지난번처럼 할까 합니다. 김밥에다 컵라면이 첨가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사실 답사가면 점심은 거의 라면입니다. 답사 도중 야외에서 해 먹습니다. 좀 풍족할 때는 라면에다 만두를 넣어서 먹고요.)
저녁: 대곡지구에서 맛있는 식사.
7. 회비
점심 식사로 인해 지난번 보다 약간 상향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답사 날짜는 일기 예보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혹, 답사와 관련하여 하실 이야기가 있으면 게시판에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 11월 3일
III. 자문애만의 카페로 독립
처음에는 대학원과 자문애가 하나의 카페를 동시에 사용하였다. 대학원과 자문애의 구성 인원이 2002, 2003학번으로서 서로 중복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문애의 시작이라 사회과 대학원생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생각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 더붓살이로 시작한 대학원과 자문애 카페는, 자문애 일차 답사 후인 2003년 11월 14일, 사회과 대학원과 자문애로 각기 독립적인 카페로 분리하였다. 모임의 성격이 다르고, 그로 인한 인적 구성도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대학원이라는 공적 모임과 자문애라는 또 다른 공적 모임의 성격이 시간이 갈 수록 달라질 것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자문애만의 독립된 카페를 만들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자문애의 활동 방향과 목적을 구체화 한 것이었다.
자문애가 하고자 하는 일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자문애'가 하고자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자문애'는 거창한 교육적 구호를 외치는 것도, 그렇다고 화려한 외적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튼튼한 발을 무기로 발품을 팔면서 우리들의 자연과 우리 선조들의 삶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 속에서 '자문애'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1) 자연과 문화를 음미하고 즐기며, 2)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시, 공간적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3) 아름다운 자연과 단아한 선조들의 삶을 통해 눈과 귀와 마음을 깨끗이 하고자 합니다. 4) 일상을 떠난 답사, 그 자유로움을 즐기면서, 5) 탐구하는 즐거움과 앎의 즐거움 만끽하고자 합니다. 6) 이것들이 하나 하나 모아, 사회과 교사로서 지적 충만감과 지적 희열감을 즐기고자 합니다. 7) 그래서 아이들 앞에 서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교사, 아이들에게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자 합니다. 8) 그리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발품을 우리 나라에만 팔지않고 외국으로도 나가 팔고자 합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껴 그것을 학생들에게 주기 위해서 입니다.
11월 14일
II-3: 2차 답사를 위한 제언】
답사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기보다는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좀 더 의미있는 답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답사 지역과 관련된 생각거리 몇가지를 던져 보겠습니다. 한번 쯤 생각해 보시거나, 답사 가시어 나름대로 보는 관점을 잡아보시기 바랍니다. 숙제는 아닙니다.
1. 도동 서원에 갔을 때 나는 무엇을 주로 볼 것인가?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의미를 찾아 볼 것인가? 앞서 보았든 옥산서원과는 어떤 관점에서 비교해 볼 것인가?
2. 사문진, 나루 진(津)이 있는 것을 보아 나루터였든 것 같다. 지금은 없어진 나루터가 옛날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대구 주변에는 어디 어디에 나루터가 있었을까? 나루터를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해석할 수 있을까?
3. 반상이 엄연한 당시에 양반들은 주거지로 어떤 곳을 선호했을까? 남평 문씨들은 왜 이 곳에 주거지를 정했을까?
11월29일
【II-4: 2차 답사를 위한 안내】
걱정스럽게도, 답사 날 기온이 급격이 떨어진다 합니다. 금요일 비올 확률이 높다고 하니, 더욱 추워질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늘 겨울에만 답사를 다녀 추위를 잘 타지 않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어떨지 그것이 걱정스럽습니다. 또 추우면 답사 안내도 마음껏 못할 것 같고요.
오랫동안 기다린 답사인데 이것 저것 걱정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어째든 아주 따뜻한 옷을 입고 오시기 바랍니다. 물론 추위에 대비할 다른 것들도 준비하시면 좋고요. 아이들이 있을 때는 추위에 대한 예방을 더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원래 계획은 지난번 처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할려고 했는데, 날씨가 추워서 식당에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회비가 오를 것 같습니다.
답사 코스는 올 때를 생각하여 도동서원에서 부터 대구쪽으로 올라오면서 볼까 합니다. 따라서 도동서원-사문진-인흥서원, 남평 문씨 세거지 순으로 볼 까 합니다.
일요일 아침 9시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정문에서 만납시다. 혹 답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안내 사항이 있으면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12월 3일
【II-5: 2차 답사에 대한 반성】
답사시, 특히 겨울에 답사할 시 날씨는 답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변수이다. 개인 답사의 경우, 날씨가 극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가는 답사에서 날씨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답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날씨였다. 물론 답사 계획이 한달 전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날씨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러나 적어도 1주일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날씨를 고려하여 답사를 강행할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1주일 전에는 해야 한다.
이 같은 의미에서 보면, 날씨를 고려한 답사 강행과 연기에 대한 결정이 내 안에서 분명치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문제였다. 왜냐하면 답사를 안내하고 결정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뚜렷한 확신과 이로 인한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날씨 문제로 인해 답사 지역에서 충분한 설명도, 탐구적 질문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곳에서, 그 곳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만큼 시간적 여유도 가지지 못했다. 시간에 쫓기기 보다는 추위에 쫓겼다고 할 수 있다. 날씨의 중요성을 한번 더 인식한 답사였다.
한편, 이번 답사 역시 시간이 부족하였다. 지난번 양동 답사 때도 이 문제를 느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시간적 아쉬움이 남았다. 도동서원, 사문진, 남평문씨 세거지,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시간적으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하루로는 벅찬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깊은 토론이나 개별적 탐구와 음미의 시간도 부족하였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 곳에 있는 문화와 자연을 볼 것인지, 아니면 주제별로 한 곳을 집중적으로 볼 것인지 여전히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답사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예비조사의 중요성이었다. 특히 사문진에서 그것을 많이 느꼈다. 만약 예비조사를 통해 설명할 곳을 찾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뻔 하였다. 추운 날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왜 왔지?' 라는 생각이 드는 답사지가 될 뻔 했다. 만약 그랬다면 답사 안내자로서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답사 전에 이 곳을 충분히 예비조사를 하였기에, 춥지 않는 곳에서 사문진의 역사지리적 의미를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 중요함은 언제나 알지만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예비조사이다. 다시 한번 예비조사의 중요함을 깨우친 답사였다. 전반적으로 1차 보다 의미로웠던 답사였던 것 같다.
2003년 12월 27일
.
첫댓글 계획과 실행, 반성, 그에 토대한 다음 계획의 과정에 익숙치 않은 저에게 교수님과의 답사는 반성적 삶의 자세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