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00일 간의 언어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라한 다양한 언어이야기를 펼칠 것이며, 이따금 샛길(역사이야기, 문학이야기)로 샐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숫자와 관련한 다양한 단어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숫자를 나타내는 단어는 언어권마다 다른데 그것들을 마구 뒤섞어 쓰다 보니 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 헷갈리지 말자는 뜻에서 정리해 둡니다. 참고로, 문체는 주로 해요체를 사용한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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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중에서도 1부터 12까지의 숫자에 얽힌 말들을 살펴보자고요. 왜 하필 12까지냐고 묻는 분이 있을 듯해서 미리 밝혀두자면, 12는 2와 3과 4와 6으로 나눌 수 있는 완전수이며, 보편성(generality, universality)의 수이기 때문이에요. 오죽했으면 바로 옆에 붙은 13을 불완전수의 대표로 여기며 싫어했을까요.
12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수로 유명하죠. 12진법의 수이면서 또한 역사가 선택된 수이기도 해요. 이스라엘의 열 두 부족을 결정한 야곱의 열 두 아들은 선민(the chosen people)의 상징이고, 예수는 열 두 명의 사도(the Twelve Apostles)를 선택했고, 제우스의 궁전에는 열 두 신(the Twelve Great Olympians)이 있었으며, 샤를마뉴 대제에게는 열 두 명의 중신이 있었고, 원탁의 기사도 열 두 명이었고, 성 프란체스코의 친구도 열 둘이었다고 하네요.
또 아주 옛날부터 열 둘은 시간적 사이클의 숫자였어요. 한 해의 열 두 달, 수대의 12궁, 낮과 밤의 열 두 시간 따위에 의해서 12라는 숫자는 시간의 완성을 상징하고 있는 거죠. 자, 이제 열 둘까지 세어볼까요.
먼저, 영어예요.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nine, ten, eleven, twelve.
한걸음 더 나가볼까요. 1부터 12까지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기원'의 접두사(prefix)들을 불러내보자고요.
mono-하나, di-둘, tri-셋, tetra-넷, penta-다섯, hexa-여섯, hepta-일곱, octa-여덟, ennea-아홉, deca-열, hendeca-열하나, dodeca-열둘.
소리내서 읽어볼까요! 모노, 디, 트리, 테트라, 펜타, 헥사, 헵타, 옥타, 엔네아, 데카, 헨데카, 도데카.
이번에는 '셋 이후의 접두사'에 -gon을 붙여서 읽어보자고요.
trigon(삼각형),
tetragon(사각형),
pentagon(오각형, Pentagon 미국방부),
hexagon(육각형, Hexagon은 고유명사 '프랑스'),
heptagon(칠각형),
octagon(팔각형),
enneagon(구각형),
decagon(십각형),
hendecagon(십일각형),
dodecagon(십이각형).
단, 이중 trigon은 잘 안 쓰는 대신 triangle(삼각형, 타악기)을 주로 쓰죠. 또한 구각형인 enneagon도 nonagon을 주로 쓰는 편이에요.
내친김에 mono(하나)의 반대말이 'poly(많다, 그리스어)'라는 것, mono와 같은 뜻을 가진 라틴어는 uni(하나)이며, 그리스어에서 온 poly(많다)와 같은 뜻을 가진 라틴어는 multi-라는 것도 알고 가자고요. 다 눈과 귀에 익숙한 말들이지요?
이번에는 '라틴어 기원'의 접두사들을 살펴보자고요. 시작부터 좀 집요하게 나가네요. 사실 이거 타이핑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영타가 워낙에 서투르거든요. 아무튼 라틴어 기원의 one에 대한 접두사는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앞서 언급했던 uni-가 정답이고요. 자, 그럼 12까지 가볼까요.
uni-하나, bi-둘, tri-셋, quadri-넷, quint-다섯, sext-여섯, sept-일곱, oct-여덟, nona-(novem-)아홉, decem-열, undec(a)-열하나, duodecim-열둘.
자, 이제는 위의 접두사에 기원을 둔 다양한 단어들을 알아볼 차례네요.
unicameral (국회) 단원제의
bicameral 양원제의
trinity 삼위일체
quadrilingual 네 나라의 말을 쓰는, 네 나라 말로 된
quintet 오중주, 오중창
sextet 육중주, 육중창
septet 칠중주, 칠중창 September 9월
octet 팔중주, 팔중창 October 10월
nonet 구중주, 구중창 November 11월
decemfoliate 잎이 열 개인 December 12월
undecagon 11각형
duodecimal 12진법의
어차피 오중주에서 구중주까지 나왔으니, 이쯤 음악가들의 목록을 완성해 볼까요.
solo 독주(독창)
duet 이중주(이중창, 듀엣)
trio 삼중주(트리오)
quartet 사중주
quintet 오중주
sextet 육중주
septet 칠중주
octet 팔중주
nonet 구중주
오늘은 여기까지고요. 앞으로 100일 동안 열심히 달려야지요ㅋ.
첫댓글 타이핑 하시는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일전에 '해요체'에 도전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작가님도 새로운 도전이시네요?
응원합니다. ^^
그러게요, 나름 도전인 거죠 ㅋ
첫째날 부터 클래스를 보여주시는 군요^^
ㅋ 왜 이러셔~~
매트릭스의 '트리니티'가 '삼위일체' 의 의미였군요.
그런 셈....
작가님의 자료집 한번 구경하고 싶어요. 설마 머리 속에.
여기저기 써두었고, 또 새로운 걸 계속 받아들이고~~
앞으로 많은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예, 훈 님의 훈훈한 역사 이야기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