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白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2013년 겨울부터 2014년 봄까지 여자프로농구와 여자프로배구 전 경기를 지켜본 뒤로, 오랜만에 저도 돌아왔습니다.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울 여자프로배/농구를 즐겁게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2016-17 V-리그 개막경기가 있었습니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對 IBK 기업은행의 경기. 의외의 결과로 끝난 이 경기를 리뷰해봅니다.
지난 정규시즌 1위팀 IBK 기업은행은 올해도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습니다.
국가대표 박정아-김희진 라인에 새로 가세한 외국인 선수 리쉘까지 전체적으로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반면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도로공사는 '새 시즌 새 감독'에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변수까지 발생해 우려가
컸습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선수 케네디 브라이언은 지난 10일에서야 팀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종 경기결과는 세트스코어 3대0. 도로공사의 완승!
예상밖의 결과로 시즌 시작부터 재미와 흥미도를 높인 오늘 경기에 대해 간단하게 코멘트 해봅니다.
우선 오늘 경기 도로공사의 수비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리베로 임명옥 선수의 리시브야 원래 좋다쳐도, 문정원(右, 리시브 11개, 성공률 61%)과 전새얀(左, 14개, 43%) 선수까지 힘을 보태면서 세터 이효희 선수가 신이 났습니다.
이효희 세터는 지난 브라질올림픽 때만 해도 불안한 리시브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힘겹게 토스를 올려야했지만, 오늘은 동료들의 정확한 리시브에 제자리에 서서 자유롭게 토스를 공급했습니다.
또한 한 경기에서 이렇게나 많이 정대영 선수 이름이 불렸던 적이 있나 싶네요.
정대영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터지는 외발 이동공격이 백발백중하며 오늘경기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16점) 했습니다.
지난 이적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배유나 선수(前 GS칼텍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15득점에 고비 때마다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입니다.
반면 새 외국인선수 케네디 브라이언(Kennedy Bryan, 사진)에 대한 평가는 보류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지난 10일에서야 팀에 합류하게된 케네디 선수였기에 기존 선수단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이효희 세터도 이 점을 고려한 듯 보였습니다. 이 낯선 용병선수보다는 기존 국내선수들을 활용하는 공격에 중점을 뒀고, 정대영-배두나-문정원(10점)-전새얀(9점) 골고루 득점이 이뤄졌습니다.
그래도 지난 트라이아웃에서 최종 24인에도 들지 못했던,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중 가장 작은 키(185cm)의 케네디 선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공격성공률(37%)은 아쉬움이 남지만 블로킹을 3개나 잡아내고, 경기 막판 3세트에는 연이어 공격을 성공시키며 14득점했습니다.
한 경기 30점씩 퍼붓는 힘과 폭발력은 어렵겠지만, 시즌이 진행될 수록 동료들과 호흡이 맞아가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버지니아공대 졸업으로 나이도 어리고(96년생) 미모도 뛰어나다는 평으로, 올시즌 끝날 때까지 도로공사와 함께했으면 좋겠네요.
여튼 올시즌 도로공사 최종성적이 무척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론 하준임 선수(現 대구시청) 팬으로, 고예림, 곽유화(은퇴) 등 얼짱 선수들도 많아 대표적인 인기구단이죠. 오늘 경기를 통해서 지난 2014년 여름 FA 대어 이효희-정대영 선수를 영입했을 때만큼이나 뜨거운 기대를 받는 시즌 출발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노장 이효희(80년생), 정대영(81) 선수에 케네디(96)- 전새얀(96)- 하혜진(96)- 문정원(92) 선수가 뒷받침되고, 배유나(89) 선수가 중간에서 고리역할을 잘해준다면 봄배구를 넘어서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첫 승 축하합니다.
반면 IBK 기업은행은 아쉬운 출발입니다.
범실도 적었고 수비도 큰 문제 없었으나, 분위기 싸움에서 졌다고 봅니다. 도로공사가 훨씬 더 끈끈한 수비로 IBK의 공격에 버텼고, 분위기를 탈 수있는 서브득점도 6대2로 밀렸습니다. 매진에 가까웠던 김천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한몫 했습니다.
김희진 선수(10득점)와 박정아 선수(15득점)가 분투했지만 흥이 나지 않았고, 외국인선수 리쉘(16득점)의 공격은 힘은 넘쳤으나 그만큼 투박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승 멤버들의 저력을 믿으며 다음 경기를 기약합니다.
어쨌든 시즌 첫 경기부터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인 한국도로공사 對 IBK 기업은행의 일전이었습니다.
내일 KGC 인삼공사 對 흥국생명의 경기(16시, KBSN 중계방송)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