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의 빛과 어두움
목포청호중학교 교감 박인숙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2010년에 교과부로부터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이것은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교과부가 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기초학력부진학생이 20% 이상이 되는 학교에 붙혀준 이름이다.
학력향상중점학교로 지정받은 학교의 지역사회 상황은 비슷하다. 내가 근무하는 이 학교만 하더라도 신도심 건설이후에 날로 퇴락해가고 공동화해가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런 지역에 위치한 다른 학교도 예외 없이 '학습부진아 학교' 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우리 지역 이외에도 전라남도의 중소도시인 순천, 여수, 광양 등의 원도심(구도심)지역에 소재한 학교는 거의 다 우리학교와 같은 '학력향상 중점학교' 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빈곤과 결손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많은 지역의 학교는 학습부진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와 정비례하였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오지 않는다 ' 는 것을 명확하게 증명해 주고 있는 현실이었다.
대부분 학교의 관리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이런 이름이 붙혀질 때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수치스럽고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하였다. 아마 이 학교에 부임한지 3-4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실시된 평가의 결과라 그런 불명예에 대하여 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했거니와 또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연구하고 있는 학습부진학생 지원방안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어 오히려 의욕이 솟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학교는 2010년 3월부터 학교 특색교육을 ‘학습동아리 <자람반> 운영을 통한 기초.기본학력신장’ 으로 정하고 1,2학년은 학급내의 학습부진학생과 과목별 성적우수학생을 모듬으로 소집단을 만들어서 모듬별 또래 협력학습을 시도하였다. 과목별 우수학생이 도우미가 되어 학습부진을 보이는 또래 친구들을 도와서 서로 Win-Win 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진단을 위한 각종검사를 실시하고, 자신의 학습성격유형과 진로탐색, 학습기술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하고 성취동기를 높이기 위하여 진로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도록 노력하였다.
이러저러한 노력이 성과를 나타낸 것인지 2010년 평가에서 우리학교는 부진율 12%로 무사히 학습부진아 학교라는 오명을 씻게 되었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서로 격려하고 치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뒤에 알고 보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교중에서 부진율 3% 대까지 낮춘 학교도 있고 기초학력미달학생 제로화를 달성 시킨 학교도 있었다. 놀랍고 부럽기도 했다. 소인수 학교에서는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우리학교와 처지가 같은 도시의 중.대규모의 학교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었고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항간에 들려오는 소문들은 참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그런 비교육적인 상황들이 있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No Child Left Behind!', '한명의 학생도 낙오자가 없는 학교' 참 좋은 구호들이다.
그리고 교사라면 당연히 이것은 최소한의 사명으로 느끼고 있기도 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아이들을 학습으로 유도하는데 가정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학업성취도평가가 가져다 주는 영향이 꼭 긍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게 한다.
아이들을 학습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배움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러면 교사는 학생을 공감하고 조력하는 코칭을 해야 하며, '학생을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평가를 준비하고 있는 양태를 보면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걱정된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과거와 달리 성적이 높은 학교에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진한 학교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것은 진일보한 일이며 이 평가의 밝은 측면일 것이다.
그런데 부진아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학교를 열등학교, 열등 관리자, 열등교사로 취급한다는 것은 출발점을 검토하지 않고, 지역사회환경을 외면하는 태도이며 여전히 결과주의, 성과주의적인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올해는 학교별 성적을 공개까지 한다니 학교현장은 더욱 더 비교육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관리자들의 성급함과 재촉도 강화될 것이 우려된다.
학업성취도평가 때문에 일어날 파행적 교육활동은 분명 이 평가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것을 밝음, 긍정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다 함께 궁리해 보고 싶은 과제이다.
전남교육소식 22호 독자투고란에 실린 글입니다.(2011. 7)
첫댓글 사실 저도 궁금해요... 하나의 학교가 어떤 물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학교를 일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공급되어야 할 물질적 정신적 지원은 어느 수준 까지 이어야 할까요?
내 글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과 영감이 떠 올랐나봐. 좀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궁리하게 되고. 이렇게 매사에 궁리하고 실천하는 마음의 평화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기뼈. 근데 내가 그대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다시 한번 정확하게 질문해 줄래?
아~ 제가 질문한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나 보네요... 예를 들면, 학생들을 대할 때 각 개인마다 안고있는 문제의 내용이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처치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처럼, 학교마다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원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청에서는 그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교에 똑같은 결과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교육에 대한 좁은 소견을 가지고 생각해 본 거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사실, 저도 전임학교가 학력향상중점학교 지정되어, 관련업무 담당자로서 일을 하였지요.
전문계고등학교 역시 저학력학교의 딱지를 벗기 어렵습니다.
입학성적이 내신성적 80%이상의 아이들이고 보니 뭐 태생적으로 저학력학교라고 봐야지요.
이 아이들 역시 가정사정부터가 어려워요. 빈곤, 결손가정, 조손가정 등등
일시적인 프로그램 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데, 저학력의 원인이 가정사정이라면, 빈곤, 결손가정 등
근본적인 처방은 빈곤의 해결이 아닐까 싶어요.
이 글을 읽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생각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에 안도감을 느끼고 기쁩니다^^ 교육은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데 있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멋진 생각으로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셔서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실 수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고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더불어 돕고 함께 성장하는 것임을 알리고 싶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