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A Rose for Emily”에서 독자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화자가 전달해 주는 몇 가지 사건들과 주인공 Emily의 단편적인 모습들과 사람들의 간단한 반응뿐이다. 화자가 속해 있는 “우리(we)” William Faulkner,"A rose for Emily" in Modern Short Stories(이 재호 주석) (서울; 탐구당, 1985), p. 180. 이하 본문 인용은 쪽 수만 밝힘.
와 Emily는 -화자가 “우리”라는 복수를 쓰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서로 소외되어 있는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Emily는 남부의 귀족 Grierson가의 마지막 후손으로 “전통이며 의무이고 걱정거리”(a tradition, a duty, and a care, p175)의 존재로 마을 사람들에게 비추어지고 있다. Emily는 “위엄”(dignity, 182)있는 모습으로 항상 머리를 “높게”(high, 183)들고 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그녀 자신 스스로도 귀족 의식에 집착해 있고 마을 사람들과는 융화될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계급적인 차이와 더불어 마을 사람들과 융화될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Emily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시간 속에 스스로 갇혀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정지된 과거의 시간 속에 혹은 자신이 스스로 마련한 규정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다. Colonel Sartoris는 Emily의 아버지에게 세금을 면제해 준 일이 있다. 그러나 제도는 바뀌기 마련이고 “더 현대적인 생각은 가진 다음 세대”(the next generation, with its modern ideas, p. 173)들이 세금 고지서를 보내자 답장을 하지 않는다. 세금 영수증은 싸인이 없이 매번 돌아오고, 방문한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그녀가 죽을 때까지 세금을 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이 방문하자 “나는 제퍼슨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요”( I have no taxes in Jefferson, 177)라는 말을 4차례나 되풀이 한다. 그녀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사상과는 떨어진 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의 냄새는 “먼지와 사용치 않음과 닫혀있음”(dust and disuse, a close, p. 176)의 냄새이다. 그녀의 의식은 Colonel Sartoris가 살았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 당당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시체를 내주기를 거부하고 “슬퍼하는 기색도 없다”(with no trace of grief on her face, p. 180). 자신의 의식 속에 아버지는 살아있기 때문에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상한 냄새 때문에 판사 Stevens에게 간청을 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석회”(lime, p. 179)를 뿌리러 갔을 때도 Emily는 빛 뒤에서 “움직임 없이”(motionless, p. 179)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을 뿐이다. 또한 비소를 사러 갔을 때도 약국 주인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나는 비소를 원해요”(I want arsenic, p. 182)라는 말만을 하고 “꼿꼿한 깃발”(a strained flag, p.182)같은 자세를 취한다. 그녀는 스스로 세상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 작품에 유일하게 나와 있는 객관적인 시간은 1894년(p. 175)인데 왜 작가는 그것만을 밝혔을까? 1894년은 Satoris가 세금을 면제해준 해이고, Emily가 북부에서 온 일용직 노동자 Homer Barron을 만난 해이다. 마을 사람들은 귀족 Emily가 동성애자라는 평이 있고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Homer Barron을 만나는 것에 대해 “마을의 수치”(disgrace to the town, p. 183)라며 안타까워하고 그들의 행동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 때도 Emily는 개의치 않고 남자의 이니셜 H. B.가 새겨진 남자 화장품 세트를 산다.
그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앞 문이 닫혀져 있는 것을 본다.(p. 184). 다시 말하면 이 책에서 1894년이 암시하는 것은 그녀의 의식이 1894년도에-자신이 아직도 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정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에는 주로 이 해 주변에 일어난 사건들이 많이 기술되어 있고 마을 사람들도 그녀를 이 시간 이후에는 거의 보지 못한다. 그녀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녀의 머리카락의 색깔의 변화를 통해서이다.(turning gray-> grayer and grayer_>pepper and salt iron gray(p. 185))
그녀가 외부의 시간, 변화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산 것은 그녀가 “금속으로 된 번지표(the metal number, p.185)를 달기를 거부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한 편지통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세상의 대화와 단절하는 것이다.
Emily가 죽었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반쯤은 호기심으로 반쯤은 불쌍한 마음에서 그녀의 집에 가서 장례를 치루어 준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발견하는 것은 시체이다. 껴안는 자세로 있는 시체...(in the attitude of an embrace, p. 187). 게다가 그 옆에는“긴 흰머리 카락 한가닥”(a long strand of iron- gray hair, p. 188)이 있다. 다시 말하면 Emily는 죽기 전까지 그 시체 옆에 누워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녀가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샀던 “비소”(arsenic, p. 182), 마을 사람들이 자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던 그 비소는 Homer Barron을 독살한데 쓰이고 Barron을 그녀 옆에 둠으로써 스스로 시간을 정지시킨 것이다.
Cleanth Brooks는 Emily를 “공동체를 위한 희생양”(scapegoat for the community, Cleanth Brooks, "A Rose for Emily", in Modern Short Stories(이 재호 주석) (서울; 탐구당, 1985)
p.191)으로 보고 한 편으로는 “pride”(p, 193) 때문에 비극을 자처한 영웅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철저히 자신의 시간 속에 산 인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엄을 가지고 있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에밀리를 위해 한 송이 장미를”주고 싶게 하는 인물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사라진 전통에 대한 향수의 상징인 것이다. 새로움을 거부하는 그녀의 태도는 또한 Barron을 죽인 당위성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성격이나 자존심등으로 미루어 보아 자신의 사랑이 떠나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그녀의 패배, 정신적인 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Barron은 북부에서 건설 때문에 온 일용직 노동자로 그를 죽이는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질서를 거부하는 행동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남부의 귀족으로 북부의 일용직 노동자를 죽이는 것은 없어진 신분 제도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공업을 받아 들이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기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살인하게 된다.
Emily는 외부 세계와 시간으로부터 소외되고 단절되어 변화가 없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게(immobilized)" A. A. Mendilow, Time and the Novel(New York: Humanities Press, 1965), p.136
되고 외부의 시간은 흘러가지만 자신은 정지된 시간 속(과거)에 살고 있다. 그 결과 Emily의 돌보지 않은 집은 “꼴불견 중의 꼴불견”(an eyesore among eyesore, p. 174)의 모습이 되어있다.
변화하는 외부 세계에 적응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 속에 갇혀 사는 다시 말하면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 사회의 변화와 주관적인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Emily는 스스로 시간을 과거의 좋은 시절에 정지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시간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적응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남북 전쟁 등으로 남부의 귀족 의식이 많이 희석된 상태인 사회)에 적응하기 보다는 스스로 설정한 시간의 개념 속에 삶으로써 스스로 시간을 초월해서 살았던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변화 속에 스스로를 정지시키고 과거의 시간 속에 초월해서 산 것이 그녀를 살 수 있게 한 힘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