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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하천 조성공사보다 버드나무를 심자 | |
집중호우로 창포꽃이 사라진 공촌천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보다 창포꽃 식재보다, 점.비점오염원 해결부터
지난 주 서울.경기.강원지역에 몰아친 집중호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물난리를 겪었다.
그 물난리 통에 우리 동네는 어떻게 별 탈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아볼 작정으로 집을 나섰다.
다른 곳보다 즐겨찾던 공촌천의 모습이 궁금했다.
자연형하천에 대한 작은 기대
지난 5월 말 공촌천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지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2급 지방하천 공촌천'이라는 간판 옆에 놓여진 흉물스런 유류탱크였다.
* 관련 글 : 공촌천에는 물고기가 없다. 창포꽃만 있다
▲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유류탱크
헌데 아직도 그자리를 떡하니 지키고 있다. 유류탱크를 공촌천을 관리 감독하는 인천 서구청에서 치울거란 순진한 생각을 한게 잘못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다.(직접 구청에 민원을 넣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5월 말 공촌천 기사(아래 편지 전문 참조)를 본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관계자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대 했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살아 숨쉬는 옛 공촌천의 모습을 되찾게 되리라는 작은 기대를 말이다.
하지만 7월부터 자연형하천 조성공사가 시작될 거라 했었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고, 물에 쓸려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공촌천 곳곳에 창포꽃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에, 적잖은 실망부터 하게 되었다.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라고 합니다. ○○○에서 하천살리기추진단으로 파견나와 근무하고 있습니다. 추진단은 민과 관이 협력으로 인천하천살리기를 추진코자 구성된 곳입니다.
공촌천관련해서 드릴 말씀은 공촌천은 설계를 끝내고 관련기관 협의등 여러 절차를 거쳐서 7월쯤 자연형하천 조성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천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안내판은 청정지역선포식을 통해 지금은 아니지만 향후 공촌천을 청정하천으로 가꾸고 지켜내겠다는 서구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나타낸것입니다.
그리고 노랑꽃창포는 서구에 있는 한 단체에서 심었습니다. 창포를 식재하기전 공촌천 상류는 주민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로 오염이 심했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랑꽃창포를 심은 분들이 비오면 모종이 떠내려갈까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사람들을 막기위해 또 꽃이 필때면 외지인들이 꺽어가는것을 막기위해 새벽 순번을 서시면서 감시활동을 한덕에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찾게되었구요 서구에서 공촌천살리기운동이 시작되게 된 시발점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외래종임에도 불구하고 노랑꽃창포는 공촌천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무를 맡은 저나 밖에서 보시는 분들이나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기사를 꼭 봐야될 행정이나 공사감독을 맡을 종합건설본부나 하천을 설계하시는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하천을 오염시키시는 분들이 보고 반성을 하고 실수를 두번다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하천옆에서 정말로 묵묵히 땀흘리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한테 누가 될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앞으로도 인천하천에 대해 관심많이 가져주시고 따끔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블로그는 제가 자료검색을 하다 가끔 들러서 잘보고 오곤 했습니다. 사진에 대해서 모르는 제가봐도 참좋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죄송합니다 장황하게 말씀을 드려서 가끔 블로그에 들려서 안부인사 드려도 되겠지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2006. 6. 2 ○○○드립니다.
>>위 편지를 받고, 하천살리기추진단 관계자께서 몇가지 부분들을 정리해 메일로 전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선 공촌천 상류지역의 오염이 주민들에 의해서라기 보다, 외지인들과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동네 사람들은 생각없이 쓰레기를 그렇게 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당시 지하수를 먹었기 때문이다.
공촌천 상류의 오염은 마을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식수공급을 위협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단순히 버려진 생활쓰레기들 만으로 주민들에 의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옛 공촌천은 지금보다 다양한 식생과 생물들이 존재했었고, 말 그래도 자연형 하천이었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물길을 가두는 하천 직강화 공사와 주변의 개발(도로, 빌라, 아파트 주택지 개발 등)로 인해 이후 공촌천은 심각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특히 상류에 군부대와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공촌천은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외래종인 노랑 창포꽃을 심어 하천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도,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를 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선 상류지역의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물길이 흘러가는 것을 가로막는 하천 바닥과 비탈면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하는데 우선해야 한다.
이제 창포꽃보다 원래 공촌천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버드나무를 심는게 낳지 않을까?'
▲ 공촌천은 바닥부터 물길이 닿는 곳 어디든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뒤덮고 있다
▲ 하천바닥도 평평한 돌들로 깔려 있다
▲ 물가 비탈면은 어김없이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 물가를 따라 비탈면에는 콘크리트가 발라져 있다. 이것 만드려고 국민의 세금을 얼마나 들였는지 모르지만, 다시 이를 걷어내는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정말 할말이 없어진다. 처음부터 그냥 놔두었으면 될 것을 말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사라진 창포꽃, 버드나무는 그대로
지난 5월말 공촌천을 찾았을 때, 노란 창포꽃이 만발했었다. 쭉쭉 뻗은 창포가 공촌천에 가득했었다.
헌데 오늘 공촌천에 가보니 창포꽃은 온데간데 없다. 거센 물살에 힘없이 창포는 흙속에 묻혀버렸다.
▲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자갈이 창포가 있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 입간판에 나붙은 '창포꽃'은 잘 보이지 않는다
▲ 물속에 지렁이가 죽어있다
▲ 거센 물살을 맞은 듯, 창포가 쓰러져 있다
▲ 창포 뿌리가 힘겹게 보인다
▲ 창포가 있던 곳은 자갈만 무성하다
▲ 멀리 버드나무 군락이 보인다
▲ 창포는 쓰러져도 버드나무는 든든하게 버티고 서있다
▲ 그 많던 창포는 어디에?
▲ 물살에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가 창포와 뒤엉켜 있다
▲ 지난 6월 창포가요제라는 것을 했었나 보다. 참여단체 면면을 보면 관변냄새가 물씬 풍긴다. 빠지지 않는 해병전우회도 참여단체에 들어가 있다
▲ 버드나무 밑둥에 물살에 떠내려온 잡동사니들이 걸려 있다
▲ 지난 집중호우로 인해 물웅덩이가 새로이 만들어 졌다. 웅덩이 안에는 찢어진 폐타이어가 보인다
▲ 빳빳하게 서있는 창포가 보이지 않는다
공촌천이 아닌 '냇갈'로 되돌리자
이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 결국 공촌천을 살리고자 한 사람들은 노랑 창포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이런저런 것은 고민하지 않은 채 전시성 행사들만 해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공촌천의 내력이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매년 외래종 창포를 식재한다 해도 여름철 큰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다 쓸려나가게 될 것이 뻔함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싶다.
이제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심었을 법한 창포를 계속 심어대는 그만하고, 대신에 버드나무를 심는게 어떨까 한다.
아니 심지 않아도 된다.
지금 자리잡고 있는 버드나무가 그대로 자랄 수 있게 뽑아내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공촌천에 다시 새가 날라들고 수많은 물고기가 되찾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건설회사에 맡겨지는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는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자연을 만들어낸다. 사람이 간섭하고 관리하고 조정한다 해도 자연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은 옆에서 파괴와 개발, 오염만 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자연은 큰 혜택과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평생 누리게 해줄 것이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러면 공촌천은 본래의 공촌천, 아니 정겨운 옛 냇갈로 되돌아올 것이다.
>>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나니, 오후의 뙤약볕을 피해 아침에 들깨밭 김을 매고 점심드시러 오신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하신다.
"냇갈 그거 시(인천시)에서 가져갔다 하더라. 냇갈이 머 2급이라나? 물이 깨끗하다고 좋다고 시에서 관리한데나 머나..."
그래서 민관 파트너쉽을 내세운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에서 내게 연락을 취해온 거였나 보다.
▲ 비가 그쳤지만, 아직도 물살이 거세게 내려온다
▲ 시원하게 물줄기가 내려온다
▲ 창포씨가 여물어 가고 있다
▲ 농부가 고구마 밭의 김을 메고 있다
▲ 공촌천 곳곳에 넓직한 돌들이 깔려 있다
▲ 물살에 떠내려온 쓰레기와 창고가 뒤엉켜 있다
▲ 어른과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 발가벗은 남자아이도 보인다
▲ 잡힌 놈들 중에 개붕어가 몇마리 있긴 하지만, 그 많던 미꾸리는 찾아 보기 힘들다
▲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통 물고기 잡이에 빠져 있다
▲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 얼마있지 않으면 개구리가 될 것이다
▲ 가족이 함께 나와 물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 중류쪽에 줄지어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