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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초들의 향기마을 ◈ 원문보기 글쓴이: 민초
된장과 젓갈 담그며 전원생활 즐기기
“먹거리만큼은 정직하게 만들어야죠” |
시골생활의 재미 중 하나가 된장 담그기입니다. 바로 아래에 작고 하얀 집이 한채 있습니다. 양지바른 마당에서 누릇누릇 된장이 익어가는 곳. 물이 맑고 볕이 좋아 장 담그기에 제격이라는 이곳 신림리에서 이원백, 정영애씨는 전원생활을 하며 된장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아직 전원생활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무렵, 남들 다 좋다는 서울을 뒤로 하고 경남 남해로 내려갔을 때 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두고 수상하다고 했습니다. 남해 바닷가에 터를 잡았더니 접선을 하려는 줄 알고 간첩으로 신고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인정도 많이 받았던 건축사입니다. 십여년 전 호텔 공사를 발주받아 남해에 내려오게 되었는데, 공사 도중 회사가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사람들과 부대끼는 도시생활에 지치고, 몸이 좋지 않아 휴식이 필요했던 이원백씨는 그 길로 아예 그곳에 눌러앉게 되었고, 꽃꽂이 강사였던 부인 정영애씨와 두 아이들도 함께 내려왔습니다. 실패도 여러번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제가 어머니 회장을 계속했어요. 그러니까 좀 나아지더군요.” 서울에 집을 따로 얻어서 생활하다보니 가족과 떨어져지낼 때가 많았고, 오가는 시간도 힘들었습니다. 하우스가 바람에 날라가버리는 등 초토화되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농장을 접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원도로 올라 오게 되었습니다. 올라가 추억합니다. 솜씨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된장 하나만 갖고도 밥이 절로 넘어가고요. 며느리가 다 썩힌 된장도 할머니가 조물조물 만지면 금새 맛있어질 정도였다니까요. 그 할머니께 된장 만드는 방법 좀 가르쳐달라고 해서 몇가지 요령을 배웠더니 잘 되더라구요.”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다보니 한말 하던 게 두말이 되고, 한가마니 하던 게 두가마니가 되어 점점 양이 늘어났습니다. IMF가 터진 후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꽃꽂이 강의가 타격을 받았고, 소득사업으로 된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맛있는 된장을 만들려면 우선 환경이 깨끗하고, 물이 좋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짜지 않게 담그기 위해서는 날씨가 선선한 게 좋습니다. 그 후 식품에 상표를 붙여서 인터넷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 식품허가를 받았습니다. 일정한 제조시설을 갖추고, 설치에 5천만원 정도가 드는 오수합병정화조를 설치해야 하고, 보건소에서 위생검사와 종사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또 지하수를 쓰다보니 1년에 한번 48가지 검사에 합격을 해야만 합니다. 콩은 국립농산물 검사소에서 확인된 국산콩만을 이용합니다. 수건은 언제나 삶아서 사용하는 등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씁니다. 된장을 엮는 짚 역시 오리농법으로 키우는 무공해 볏짚을 이용 합니다. 골라서 담글 정도로 정성을 들입니다. 장난을 너무 많이 치잖아요. 경제범들은 큰일 난 듯 다루면서, 식품위생범들은 벌금 좀 물면 나오지 않나요? 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건강인데 말입니다.” 받는다고 말합니다. 작은 양이라도 깨끗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면 다소 비싸더라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제맛이 나지 않아 실패를 했습니다. 대량으로 하다보니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작년에 만든 된장은 판매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판매장에서 납품 의뢰가 오곤 하지만, 맛이 좋지 않아 판매를 못한다고 거절을 합니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기준에 차지 않는 된장을 판매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고집입니다. 병에 담긴 모습을 보면 휘발유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투명하고 맑은 것이 일반 멸치젓갈과는 다릅니다. 이원백씨가 3년 동안 연구한 끝에 개발한 정제법으로 거른 젓갈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번 되풀이해 거른 것인데, 이렇게 하면 가라앉는 게 없이 깨끗하고 비린내가 제거되어 깔끔한 맛이 납니다. 콩간장 대신 쓸 수 있는 양념으로 만듭니다. 옛날 시골 할머니들이 멸장이라고 하여, 사투리로 멜장이라고들 부른 것입니다. 정영애씨는 이 멜장에 정제를 해 깔끔하게 만든 것을 ‘맛장’이라고 특별히 이름붙였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나 국을 만들 때, 나물을 무칠 때 사용하면 아주 맛이 좋습니다. 그 때가 1년 중에 제일 맛있고 값도 비쌉니다. 정영애씨는 젓갈 담글 멸치를 사기 위해 남해 미주항에 내려가 여관방을 잡아가며 경매를 합니다. 젓갈의 맛은 멸치의 신선도가 좌우하기 때문에 어부가 바로 그물을 털어 잡아온 멸치만을 사옵니다. 매끈하고 깨끗한 멸치로 만들면 맛이 덜하다고 합니다. 그물에 걸려 터지고 뭉개진 멸치들은 쌉쌀한 것들이 빠져나와 오히려 더 맛있습니다. 이원백, 정영애씨만의 상품이라 기대가 높습니다. 소일거리로 천연비누와 염색도 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살며 끊임없이 일을 찾아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 부부의 건강한 삶은 부럽고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