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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쓸 메모리(Muscle Memory) 1
글쓴이 : 홍현웅 |
머쓸 메모리 (Muscle Memory)
팔 관절(엘보) 부근 보이지 않던 근육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팔뚝을 비춰 보았는데 엘보와 팔뚝 사이 뼈만 앙상하게 만져지던 곳에 주먹을 꽉 쥐자 근육이 꿈틀 거렸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탁구 덕분이다. 근육질의 몸매를 좋아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아령을 든다든지 역기를 드는 위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나는 운동을 해도 근육이 실감나게 보이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찾은 탁구장이었다. 86년 아시안게임에서 탁구가 우승을 했을 무렵부터 즐겼던 운동은 대학 졸업 때 까지 줄곳 이어졌다. 그러던 탁구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부터 뚝 끊겼었다. 작년(2008) 회사 퇴직 후 목적지를 두지 않고 그냥 버스에 올라 창밖 세상을 물그러미 바라보던 그 때 탁구장이 눈에 띠었다. 별 생각 없이 탁구장 문을 열었고, 그냥 탁구 칠 수 있냐고 주인장에게 물었다. 혼자 그것도 운동하는 복장이 아닌 상태인 나를 확인 한 주인장은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저기 아주머니하고 함 쳐봐요. 밤 8시는 넘어야 남자 회원들이 오니까 어쩔 수 없네요." "네. 고맙습니다."
나와 함께 탁구를 친 아주머니는 나이가 꽤 들어 보였다. 환갑은 족히 넘어보였다. 파머를 할 때마다 염색을 했을 법한 머릿결과 약간은 주름진 피부 그리고 조금 꾸부정한 자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젊은 남정네와 탁구를 처음 쳐보는 듯 했다.
"저. 탁구 못쳐요. 좀 기다리면 잘치는 남자들 오니까 그 때 쳐요." 그 시간 탁구장에는 그 아주머니와 나 단 둘뿐이었다. 주인장은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괜찮아요. 아줌마. 저도 잘 못쳐요. 탁구 쳐본지 벌써 10년은 됐는걸요."
그러면서 탁구공이 라켓을 떠나기 시작했다. 똑딱거리며 치기 시작한 탁구. 한 20분쯤 하면 상대가 오겠지 하며 연신 아주머니 공을 받아줬다. 처음 치시는 것 같지는 않지만 운동을 시작한 나이가 워낙 오래된지라 마음처럼 공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지지 않는 분이었다.
"잘 치시는데요. 스윙도 좋으세요. 탁구공 안 떨어뜨리고 열 번 정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치는거 이거 아무나 잘 못하잖아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주머니는 굿 었던 얼굴표정이 활짝 피었다. "에이. 놀리지 마세요." "아니예요. 공을 띠우지 않고 앞으로 보내는데 어떤 사람은 몇 년 걸리기도 해요. 탁구 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제 6개월 됐어요. 병원에서 꾸준히 운동하래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6개월 되셨는데 이정도 치시면 금방 느시겠어요."
역시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열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남자회원들이 오고도 한참을 아주머니와 탁구를 즐겼다.
그날 난 탁구장 회원이 되었다. 10년 만에 다시 잡은 펜홀더. 학창시절 사용하던 라켓은 10년의 세월과 함께 어디로 자취를 감췄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만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10년은 내 몸에 고스란히 살로 쌓였다. 62kg이던 몸무게는 78kg을 향하고 있었다. 잘록했던 허리는 허리띠를 바꿔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1인치만 더는다면 모든 옷을 바꿔야 하는 궁지에 몰리기 직전이었으니 어쩌면 이런 상황은 세상이 내게 준 선물이다.
그러나 마음은 김택수인데 몸은 조형기였다.
이곳에 있는 동영상과 여러 고수님들의 탁구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참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란 생각에 난 언제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부러워했습니다. ㅎㅎ 정말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곁들이고 싶습니다. |
첫댓글 머슬(쓸) 메모리라는 글은 조아 핑퐁에 기고한 20대 청년이 쓴 글입니다. 2008년 말에 탁구 입문해서 2009년 중반까지 겪었던 일들을 잼나고 사실적 내용을 근거로 쓴 글입니다. 저 혼자 읽기가 좀 아까워 함 올려보았습니다. 우리 횟님들 중 초보자님들이 읽으면 잼나할 것 같아서리 ㅎㅎㅎ 다른 글도 다 와 닿는 글이지만 저는 특히 10장의 '지지않는 게임, 이기는 게임'편을 의미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