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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THE BLUE(청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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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스크랩 꽃섬: 절망과 희망 사이에 아픔으로 피어 있을 그곳
MAX황보 추천 0 조회 12 11.09.20 16:3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이건 비밀인데요, 꽃섬에 가면요, 모든 슬픔과 불행을 다 잊을 수 있대요."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매춘을 하다가 복상사로 상대 노인이 죽는 바람에 남편에게 그 사실이 발각되어 쫓겨난 옥남(서주희).

혀암으로 노래를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뮤지컬 가수 유진(임유진).

화장실에서 아이를 유산하고 버린 혜나(김혜나).

 

이 세 여자는 눈이 수북이 쌓인 산골짜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옥남의 제안으로 세 여자는 남해에서 배를 타고 두세 시간 들어가면 있다는 꽃섬으로 향한다.

세상에서의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는 그곳으로......

 

 

 

 "뭐 인생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가끔씩 예정되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재밌잖아요?"

 

영화는 로드무비 형식을 띠고 있으며, 감독 개인의 작가주의적 경향이 짙다.

예술성 높은 영화가 보통 그렇듯이 대중성과 오락성에서는 공감대의 형성이 어려울지 모르지만, 책을 한 권 읽어나가는 듯한

그 뿌듯함을 안겨주는 영화는 그래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작가주의 영화의 불친절함이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그다지 혼란스럽지는 않다.

생각보다 침착한 호흡이었고, 충분히 생각이 닿을만한 거리를 유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로드무비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화법이며, 인생을 여행으로 표현해내는 방식이다.

각자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로 향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는지 혹은 잃는지 또는 버리는지를......

거기가 끝인지, 다시 돌아오는지, 아니면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또 향하는지를 보게 된다.

 

꽃섬.

그곳에서 열여섯 살 혜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

유진은 더 이상 고통과 괴로움에 속박당하지 않고 죽음 같은 사라짐, 혹은 사라짐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옥남은 두 영혼을 위로했고 결국 구해냈으며 자기 자신의 삶에도 희망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여성성 자체이며, 모성 자체인 옥남의 캐릭터는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 동력이다.

 

 

 

 "난 믿어요. 죽기 전에 한번 확인은 해봐야죠, 안 그래요?"

 

영화 중간에 삽입된 이야기에는 옥남의 남편 역으로 잠깐 등장했던 손병호가 다시 등장한다.

지방의 술집을 돌며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일원으로 나오는데, 같은 밴드 멤버를 사랑하는 게이로 나온다.

그의 사랑 이야기가 잠시 긴 장면으로 나오는데 전혀 웃기지 않고 슬프기까지 했다.

매우 뻔하고 유치한 그런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희망 자체가 깊은 상처를 다시금 헤집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단하고 절망 가득한 삶 속에서도 희미하나마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희망조차 버린다면 삶은 그야말로 폭설로 뒤덮인 깊은 산자락을 알몸으로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은 손에 담는 것이 아니라 두 다리로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닐까?

 

 

 

Flower Island

감독: 송일곤

 

* 라흐마니노프(Rachmaninov)의 피아노곡이 슬프게 흐르는 동안 영화는 그 슬픔이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이지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은 워낙 유명해서 간혹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2번 'Adagio Sostenuto'를 노영심이 편곡했고 극 중의 유진이 직접 부른다.)

눈물이 슬픔의 분비물만이 아니듯이, 고통이 절망의 표상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 나지막이 자꾸 읊조리게 된다.

"죽기 전에 한번 확인은 해봐야죠, 안 그래요? 안 그래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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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9.20 16:48

    첫댓글 감동과 충격과 반성이 시작되는 영화^^ 송일곤 감독의 첫 장편이죠...서주희란 배우를 처음 알게되기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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