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붕(大鵬)과 작은 새

[문문]

대붕(大鵬)과 작은 새

북해(北海) 끝 쪽에 곤이라고 하는 고기가 있는데, 그 크기는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곤이 화해서 붕(鵬)이라는 새가 된다는데, 그것의 등만도 몇 천 리에 이른다고 한다. 붕새가 힘껏 하늘로 날아오를 때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을 뒤덮고 있는 구름처럼 보였다.

이 새는 바닷물이 온통 뒤흔들리는 큰 바람이 일어날 때면 그 때를 틈타 남해(南海) 끝으로 옮겨진다. 남해란 대자연이 만들어 놓은 큰 못이다.

제해(齊諧)는 세상의 신기한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이야기 속에도

「대붕이 남해로 날아갈 때는, 날개로 바닷물을 치는 것만도 삼천 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허   공으로 날아오르는 것만도 구만 리, 이렇게 여섯 달 동안을 계속 난 다음에야 비로소 날개   를 쉰다.」

고 나와 있다.

아지랑이와, 티끌과 먼지와, 생물이 토해 내는 입김, 그런 것들로 가득차 있는 지상에서 바라보면, 허공은 그저 검푸르게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허공의 본래의 빛깔일 수 있을까? 아니면 끝도 없이 너무도 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일까? 저 높은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땅위의 모습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물 또한 수심(水深)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생기지 않는다. 한 잔 물을 방바닥의 우묵한 곳에 엎질렀을 때 먼지〔芥〕는 떠서 한조각 배가 될 수 있겠지만, 술잔을 놓게 되면 바닥에 닿고 만다.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바람도 강하게 일지 않으면 대붕의 큰 날개를 실을 만한 힘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붕이 하늘 구만 리로 올라가야만 이 바람은 그 밑에서 일게 되는 셈이다.

이리하여 비로소 대붕은 바람 등에 올라타 푸른 하늘을 업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남해를 향해 나는 것이다.

쓰르라미나 작은 비둘기는 대붕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비웃는다.

「우리들은 힘을 주어 훌쩍 날아, 느릅나무나 참빗살나무 가지를 향해 뛰어오르려 하지만,    때로는 거기조차 미치지 못하고 땅으로 뚝 떨어지고 만다. 저 녀석처럼 굳이 구만 리나 날   아올라가서 남쪽으로 가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는다.」

푸른 풀이 우거진 교외로 놀러 가는 사람은, 세 끼 먹을 도시락만 준비해 가지고 가면 돌아와서도 배고픈 일은 없게 된다. 그러나 백 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전날 밤부터 쌀을 찧어 양식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천 리의 먼길을 가려는 사람은 석 달 전부터 그 양식을 장만해 두어야만 한다. 그러고 보면 쓰르라미나 비둘기 같은 작은 것이 저 대붕의 마음을 알 리가 없다. 대체로 말해서 지혜가 작은 것은 지혜가 큰 것을 따르지 못하고 수명이 짧은 것은 수명이 긴 것에 미치지 못한다. 쉬운 예를 든다면,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고 마는 버섯은 한 달이 얼마나 긴지를 모르고, 여름에 생겨났다 가을에 죽고 마는 여름 매미는 일 년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를 모른다. 수명이 짧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楚)나라 남쪽에 있는 명령(冥靈)이란 나무는, 오백 년을 봄으로 삼고 오백 년을 가을로 삼으며, 상고(上古)의 대춘(大椿)이라는 나무의 경우는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고 있다. 오랜 수명을 누린 사람으로서는 팽조가 특히 유명한데, 사람들은 그 하찮은 팽조가 되고 싶어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가련한 이야긴가.

옛날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극(棘)이라는 어진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것이 있다.

먼 황야 북쪽에는 명해(冥海)라는 못이 있어 그 못에 고기가 살고 있는데 몸의 너비만도 수 천 리,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 고기 이름이 곤이다.

거기에는 또 새가 살고 있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붕새의 등은 태산(泰山)만큼이나 크고, 날개는 허공을 내리덮고 있는 구름과 같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구만 리, 구름을 꿰뚫고 푸른 하늘을 업은 채 남쪽을 향해 남해로 날아가려 한다. 그런데 메추라기는 그런 대붕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비웃는다.

「저 녀석은 대관절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우리는 아무리 날아 보아야 고작 네댓 길 높이   밖에 오르지 못하고, 다북쑥사이를 날아다닐 뿐이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저 녀석은 대관절 어디까지 날아가려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