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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올레>첫 걸음 첫 걷기여행은 삼송역~ 서삼릉(종마장) ~ 수역이길 ~원당 배다리 박물관까지를 걸었다. |
ⓒ 이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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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올레!"
한 동안 TV 광고에서 보고 듣게 되는 모 통신업체의 우스꽝스럽게 들려오는 무슨 감탄사 같은 소리를 들으며 저게 무슨 말이지? 하고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영어 '헬로우(hello)'를 거꾸로 한 말이자 스페인어에서 감탄사로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요즘 아이들이나 어른들 중에서도 "올레! 올레!" 소리를 따라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제주올레>를 개척하고 계신 아름다운 걷기여행의 전도사 서명숙 님의 올레 이야기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올레'라는 말의 의미와 어원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 알려지고 커지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올레'라는 말의 뜻을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랬습니다. 제주도 사투리로서 '좋은 길, 작은 길'의 뜻이자 '골목, 골목길'의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것보다 더 확장되어 돌과 바람이 많은 제주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정서가 결합하여 토속적이면서도 향토적인 향기를 품은 의미로 쓰여 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 큰 길에서 집에까지 이르는 돌(현무암)로 쌓은 골목'을 의미하는 말인 것이지요. 게다가 그 '올레'라는 말이 가진 의미에는 둘레 길을 걷는다는 성찰과 명상의 도보여행의 의미마저 담겨져 시대적 경향이 반영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것은 매우 의미 있고, 바람직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자 여행의 참 의미, 순 맛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올레'라는 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성찰적 걷기여행,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귀한 순례여행쯤으로 점차 자리매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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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밀짚모자 지난 10월 14일 오마이뉴스 특강에서 정말 반갑고 기쁘게 뵈었다. |
ⓒ 이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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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가운 일이 생겼습니다. 마침 제가 사는 고양시에도 그 뜻에 동의하고, 시민들과의 느슨하고 친근한 포괄적 연대와 나눔을 목표로 <고양올레>를 개척하며 첫 걸음을 걷기 시작한 모임이나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지난 9월 하순부터 준비모임을 시작한 <고양올레>몇몇 회원들과 고양시의 한 구간을 정해 걷는 첫 걸음(걷기여행)이 있어 토요일(10/17)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 분들과 함께 걷기여행을 동행하며 우리 고양시에 산재한 문화유산, 보존 가치가 높은 생태적 환경, 시민들과의 나눔과 연대를 위한 아름다운 소통의 길과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여 당일 걷기여행을 통해 회원들과 소박하게 나누었던 생각나눔의 이야기와 귀한 느낌을 짧은 글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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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숲길 걷기 삼송동에서 서삼릉 농협대 방면으로 향하는 호젓한 숲길을 걷는 모습 |
ⓒ 이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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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올레> 첫 걷기여행의 느낌에 대한 짧은 글
어제(10/16) 저녁 세찬 비가 내리며 돌풍이 불었습니다.
밤 새 은근히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걷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침이 오자 창밖에 맑은 햇빛이 보였습니다.
아무렴, 그럼 그렇지....
좋은 길, 작은 길을 걷는 첫날인데...
하늘도 땅도 도와주리라 믿었습니다.
오로지 희망과 긍정을 근거로 한 비과학적 믿음을 가졌던 셈입니다.
약속된 시간에 사람들과 만나 삼송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머금어 질척거리는 삼송택지지구의 길 아닌 진흙 길을 걸었습니다.
아이들처럼 모험적으로 걸었습니다.
발이 빠지고, 미끄러져 넘어질 듯 뒤뚱거리면서도 시시때때 깔깔 웃으며 걸었습니다.
숲속에 작은 길을 찾아 들었고, 호젓한 농가의 메밀밭 길도 지나쳤습니다.
지금은 물이 마른 사연이 있을 법한 작은 샘도 보았습니다.
하우스 안에 자라고 있는 파릇한 상추와 배추도 구경했고, 돌풍에 부러져 꺾인 나뭇가지와
길바닥을 평면조형으로 알록달록 수놓은 나뭇잎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모양입니다.
그저 별 것 없이 걸으며 생각하고, 얘기할 뿐인데 길은 우리에게 마냥 충만함을 느끼게
하니 말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조차도 어느새 친근하게 만들어 버리는 걷기여행의 매력은 미묘합니다.
길을 걸으며 쏘이고 마시는 싱그런 바람과 상쾌한 공기는 공짜였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길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앞을 향해 걸어가라 너그러이 놓여 있을 뿐...
포풀러 가로수 길을 걸었고, 왕릉의 능역에 들러 역사를 살폈으며, 종마장 흙길을 즈려 밟고 내려와 고구마밭 농로를 가로지르는 오붓한 길을 걸었습니다. 나를 밟고 걸어가라며 우리에게 기꺼이 몸을 내어준 흙, 길, 땅, 생명의 대지를 누렸습니다.
목적지에 들러 수고한 두 다리를 쉬게하며 들이킨 생막걸리 한 모금은 카타르시스였습니다.서로의 대견한 수고에 대한 격려와 감사, 함께 걸어갈 날들에 대한 토론과 다짐, 조화로운 동행을 위한 소박한 약속을 나누며 아름다운 음주를 했습니다.
고양올레 첫 걸음을 뗀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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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올레>길에서 마주친 마을버스 정류장 걷기여행 중 서삼릉 입구 삼거리에서 마주친 마을버스 정류장의 초가을 정취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
ⓒ 이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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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올레> 첫 걸음 서삼릉의 능역에 들러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을 잠시 살피고 더듬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 |
ⓒ 이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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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올레의 화두와 정체성
그 밖에 고양올레 첫 걷기여행을 마치며 회원들과 쉼터에 앉아 고양올레의 화두와 정체성에 대해 생각나눔, 정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공유된 고양올레의 화두는 역사, 문화, 생태와 환경, 소통과 나눔, 성찰과 명상, 치유로 정돈되었습니다. 더불어 고양올레의 정체성은 이렇게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고양올레>가 지향하는 정체성 |
- 지역 시민들과의 소통과 나눔, 평화로운 어울림과 연대를 지향하는 모임
- 비정부(NGO)기구, 비정치적(NPO)기구로 정파적 당파적 이해와 요구를 배제하는 열린 모임
- 성찰과 명상, 치유를 위한 걷기모임
- 자연과 사람의 서로살림과 생명평화를 귀하게 여기는 모임
-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과 생태를 배우고 보존하기 위한 모임 |
<고양올레>는 "더불어 느끼고, 어울리며, 나누는 평화로운 걷기여행"에 동행할 친애하는 고양시민을 늘 기꺼이 반갑게 초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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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 다리 품을 팔아 공짜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아름다운 오솔길을 걸으며 주변 경치도 살펴보고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