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시대신문
70대 만화가 기업가 변신…‘만화신문’ 창간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코돌이 박사’ 그린 만화가 최홍재(71) 어르신
[313호] 2012년 03월 30일 (금) 안종호 기자 joy@nnnews.co.kr
‘코돌이 박사’를 탄생시킨 한국만화 역사의 산증인이자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원로 만화가가 인터넷 ‘만화신문’ 창업자로 변신해 화제다.
소년 한국일보에 만화 ‘코돌이 박사’를 19년 간 연재했던 인기 만화가 최홍재(70) 어르신은 지난해 11월 10일 국내 최초로 ‘만화신문’을 창간했다. 그는 1960~70년대 사랑받던 추억의 만화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그 캐릭터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기 위해 지식기반 1인 창조기업을 세운 것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여러 일간신문에 발표한 시사만화와 소년한국일보에 장기간 연재했던 코돌이박사 학습만화의 원고들을 그냥 묵히고 싶지 않았다”며 “평생 모아둔 만화 자료와 연륜을 토대로 스마트 시대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사만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만화신문은 해학과 풍자, 스토리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기면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붓과 펜으로 그린 순수하고 정감 가는 캐릭터들이 현대인들의 메마른 정서를 어루만져 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터넷에 만화로 읽는 뉴스 ‘만화신문’(www.news cartoon.kr)과 어린이 과학학습만화 ‘코돌이박사’ 등 2개의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만화신문’은 본인이 임원으로 있는 한국원로만화가협회원 2명이 함께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만화로 그려 기사화해 제공한다. 시사, 경제, 문화, 건강 등 분야도 다채롭다. 한편 ‘코돌이박사’는 19년 동안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된 손만화를 비롯해 만화위인전, 만화 전래동화 등의 소장 작품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학습만화 사이트다.
일흔 한 살의 아날로그 시대 만화가가 디지털 만화신문을 창간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내 여건이 여의치 않아 자비를 들여 일본유학까지 다녀왔다. 아날로그 만화를 디지털 매체와 접목시키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상업적 미술, 디자인 학문)도 공부했다. 이젠 포토샵이나 드림위버, 나무 등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 만화신문 사이트도 본인이 직접 디자인해 완성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창업에 필요한 투자금 마련이 가장 문제였다. 다행히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의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 구축, 작가 원고료, 사무실 임대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만화원고를 디지털화 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는 직접 투자자 및 광고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앞으로의 기대감과 설렘이 더욱 컸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걸 맘껏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웃음). 펜을 든 순간만큼은 나이도 상황도 여건도 모두 잊을 수 있다. 내겐 잉크와 펜이 가장 큰 보약이다”
한 사람의 열정이 탄생시킨 만화신문. 사이트 곳곳에는 ‘도전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것을 열어가자’는 최대표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그의 손에는 늘 아이패드가 들려 있다. 캐릭터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그의 순수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만화신문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만화’로 시작해 ‘만화’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로만화가협회 임원(감사)으로서 다양한 만화산업 및 행사에 참여하고, 인터넷 만화동영상 제작 및 에니메이션 창작 등의 기술지원은 물론 만화 전시회 기획, 자문의 역할도 맡고 있다. 또한 (사)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지방자치신문에 정책만화를 게재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100년의 한국만화 역사 속 최대 부흥기는 1960~70년대다. 고바우, 고인돌, 로봇찌빠, 꺼벙이 등 이름만 들어도 향수를 자아내는 캐릭터들이 모두 이 때 탄생됐다. 만화신문과 코돌이박사를 통해 우리나라 만화산업이 IT기술과 결합돼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선 만화신문의 인지도를 높여 세대가 공감하는 미디어 매체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만화신문과 코돌이박사 컨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변환해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지역신문 및 관공소와 연계한 캐릭터 홍보 전략도 구상 중이다. 이와 함께 코돌이 박사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번역해 언어학습 컨텐츠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저 만화가 좋아서 매일 꿈을 꾼다”고 말하는 최홍재 대표. 스마트 시대를 향한 일흔 한 살 원로 만화가의 도전이 그 어떤 만화스토리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