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되면 하릴없이 컴과 씨름하는 이들이여! 일어나라, 우리가 너희를 바로 세워줄지니. 너른 바다, 화창한 들판에 나가 마음껏 욕정을 불사르라! 씨드와 우쓰가 소개하는 ‘생유 베리 감사’한 주말 즐기기. 초상권은 따지지 않으니 마음껏 퍼가도록 하라!
에디터 안재형 / 포토그래퍼 이창재
씨드 항상 무엇엔가 중독된 듯한 눈빛으로 인터넷 서핑에 몰두하던 그는, 아르키메데스마냥 유레카를 외치며 홀연히 데이트 코스 개척에 서서히 중독 되고 있는 인물이다. “직접 경험한 것만 공개한다”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쓰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마음으로 따라나선 한량.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자”고 주장하는 한없이 선량한(?) 인물이다.
나 씨드, 여러분에게 한 마디 한다. 주말을 제대로 즐긴다는 건 피곤에 찌든 나를 위한 최소한의 사치다. 게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 믿고 있는 애인이 있다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까지 배려한 박애의 실천이다. 하여 곁에 없으면 허전한 우쓰와 함께 여러분을 젖과 꿀이 흐르는(아힝~) 땅으로 인도하나니 마음껏 읽어 제끼고 그녀에게 이렇게 얘기하라. “오늘은 이 오빠가 하자는 대로 해보자꾸나. 네 엔도르핀을 꼭지 돌게 해줄 테니~.”
나 우쓰는 조금 고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내 머리도 못 깎는데 뉘기 머리를 깎는단 말인가’란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 잘되는 꼴도 봐주며 살아가려 한다. 그러니 우리가 밟고 지나온 바로 그 자리에서 “추르릅~ 쪽! 호이짜!”를 반복하더라도 너그러이 구경만 하겠다.
그리하여 선정한 첫 번째 낭만의 장소는 충청남도 아산이다. 이곳에는 이름난 온천 단지가 3개나 있다.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히던 온양온천과 유황 온천인 도고온천, 온천 레저 시설 ‘스파비스’를 품은 아산온천 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차로 약 10여 분쯤 이동하면 시원스레 펼쳐진 삽교호 풍경에 막힌 속이 뻥 뚫린다. 삽교천 방조제의 끝자락에 위치한 ‘삽교호국민관광지’에는 갖가지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한바탕 질펀하다. 커다란 가위로 장단을 맞추는 엿장수부터 대형 횟집들의 요란한 호객 행위까지, 살아있다는 확실한 생동감으로 언제나 들썩이는 곳이다.
아산 스파비스와 삽교호국민관광지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한 테마파크 ‘피나클랜드’는 2006년 7월 개원한 이후, 아이들의 소꿉놀이 터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자리했다. 2만 여 평의 산책 코스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친밀도가 상승하는, 러브인터체인지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어느 곳부터 가야 산책도 하고 뜨신 물에 몸도 풀고 얼큰한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을까? 우리가 직접 꼭두새벽부터 금자 씨마냥 친절(?)하게 하나하나 밟아봤다. 우선 떠나기 전 1시간여 동안 인터넷 서핑을 한 후, 시간별로 들러야 할 곳의 순서를 정했다. 따라만 오면 시간도 절약되고 장소에 따라 최상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걸. 따라오기 싫다면, 내비게이션이나 맹신하시던지.
10:00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자, 여행의 시작이다. 우선 ‘피나클랜드’로 방향을 잡았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빠져나와 평택, 둔포를 지나 아산만방조제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 아산 방향으로 1km쯤 가면 ‘피나클랜드’ 정문이 나올 예정. 고속도로 요금은 3천3백원(소·중형)이다.
■ 요건 몰랐지? 애인과 여행을 떠날 땐 배 속이 여유로워야 한다. 왜냐고? 오랜 시간 차 안에 있다보면 조그만 일에도 민감해진다. 정체 구간에 들어서면 왜 이리 차가 많으냐고, 오늘은 날씨마저 흐리다고, 세차 좀 하라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지 모른다. 허나 배 속이 여유롭다면 단잠에 빠진 애인의 얼굴을,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그윽한 시선을, 과자 하나라도 입에 넣어주는 센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12:40
내륙에 위치한 외도(外島)의 아름다움, 피나클랜드
정확히 1시간 4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최정상의 땅’이란 뜻의 피나클랜드 입구에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300m 가량 펼쳐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 주차를 하고 나니 처음 눈에 띄는 하얀 건물이 멋스럽다. 곡선으로 이어진 2층 규모의 레스토랑이다.
■ 요건 몰랐지? 메타세콰이어 나무는 1940년대만 해도 멸종됐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중국 변방의 마도계라는 곳에서 이름 모를 큰 나무가 발견되었는데 화석으로만 남아있던 나무라는 사실이 밝혀져 메타세콰이어란 이름이 붙여졌다. 메타는 ‘앞’, 세콰이어는 전설적인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전남 담양에서 순천으로 가는 24번 국도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유명하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공휴일 오전 10시~오후 10시/일반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오후 5시 이후 입장료 50%할인/041-534-2580
12:50
금강산도 식후경
레스토랑 앞 연못에는 바람개비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스스무 신구의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곡선미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은 재미 건축가 손학식 씨의 작품이다.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의 조리장이 차려내는 갈비탕(8천원), 돌솥비빔밥(8천원), 수제돈가스(8천원), 돼지바비큐 숯불구이(1만5천원, 오후 5시 이후) 등이 주 메뉴. 바람이 시원한 테라스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함께 하는 점심식사. 저녁에는 간단한 와인(마주앙 화이트G 5천원, 레드G 7천원)과 생맥주(2천5백원)도 곁들일 수 있다.
■ 요건 몰랐지? 레스토랑 테라스는 평일 저녁 시간이 더 오붓하다. 왜냐고? 은은한 조명이 연못을 때리면 형형색색의 비단잉어가 유영한다. 여기에 와인 한잔 곁들이면 저절로 키스를 부르는… 크으~.
14:00
여유로운 맘으로 시작하는 산책, 그리고~
산책은 2천 평의 잔디밭에서 시작된다. 겨울에는 무료 눈썰매장이 된다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다. 한쪽에는 산양 10여 마리가 풀을 뜯고 있고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20여 개의 테마로 조성된 각각의 산책길은 저마다 형형색색의 꽃을 자랑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데이트하기 좋은 길이 어디에요?”라고 물으면 “바로 요기”라고 뜰 것 같다. 특히 S자로 길이 이어진 수국길은 산책의 백미. 길을 오르다 잠시 애인과 포옹하기 그지없이 좋은 길이다. 이런 정보 아무 데서나 알려주지 않는다. 수국길 끝에는 피나클랜드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은색 바람개비가 바람을 맞고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앞을 바라보면 삽교호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5:00
정상에 펼쳐진 진경산수(眞景山水), 그리고~
느린 걸음으로 완만한 경사의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등줄기에 살짝 땀이 흐른다. 애인을 위해 양산 혹은 햇빛가리개를 준비하라. 센스남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다. 정상에 오르면 우뚝 솟은 바위산에서 시원한 폭포수가 흐른다. 정원 옆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너른 평야와 아산방조제, 서해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여기서 키스의 기술을 발휘하자. 말보다 눈으로 속삭여라. 아마 1분은 족히 걸릴걸?
■ 요건 몰랐지? 정상에도 간이 매점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인스턴트커피 한잔이 무려 1천원이다. 산책 전 음료수를 미리 준비해 가격에 대한 짜증을 피하자.
15:30
시원한 온천수로 땀을 씻어내고~ 아산 스파비스
피나클랜드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아산온천 쪽으로 10분쯤 이동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레저 시설 아산 스파비스가 눈에 들어온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 식혀야지. 남탕과 여탕이 분리됐을 거라 생각했다면 너무 올드하고 고지식한 마인드다. 수영복을 착용하고 바데풀, 실외온천장, 실내수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수영복을 대여해 주기도 하지만 꼭 준비해 가자. 수영모는 대여가 불가능하니 함께 준비하자. 애인 수영복이 비키니밖에 없다고? 대환영이다. 다들 그렇거든.
■ 요건 몰랐지? 스파비스 내에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봐야 입장 불가다. 대신 시설 내에 스낵 바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 사물함 키를 이용해 계산하고 나갈 때 정산하면 된다.
대인 1만7천6백원, 소인 1만1천2백원/대욕장(사우나) 오전 7시~오후 9시, 바데풀·실외온천풀 오전 8시~오후 8시, 야외수영장 오전 9시~오후 7시/041-539-2080~1
19:00
조개구이 한점에 싹트는 사랑~ 삽교호국민관광지
스파비스에서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나면 저녁 시간이다. 도로표지판을 따라 삽교호 쪽으로 차를 돌리자. 약 15분 거리에 삽교천 방조제가 눈에 들어온다. 방조제 도로에 들어서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갈매기를 발견할 수 있다. 차창을 열고 새우깡이라도 들고 있으면 언제 날아왔는지 모르게 채갈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한번 해보시지. 방조제 끝자락에 위치한 삽교호국민관광지는 해산물의 천국이다. 관광지 안쪽에 주차하는 비용은 시간에 관계없이 1천원. 회센터보다 현대식 수산물시장의 가격이 싸다. 대하는 kg당 2만원, 광어·놀래미·농어는 3만원이다. 1층에서 회를 뜬 후 3층으로 올라가면 인당 1천원에 기본 찬이 나온다. 매운탕은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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