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총의 매력(?)은
화승(火繩)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길다란 노끈을 손목에 칭칭 동여감고,
끝부분에다 불을 붙여 용두(龍頭)에 끼우고는
발사명령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면 "털컥"하며 화약접시에 꽂혀
흑색화약 특유의 자욱한 연기를 마구 뿜어대며 "쿠앙!"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화승총.
그 멋스러움이야 말로... 어찌 글로 다 형언할까요.
무연화약을 탄피에다 감추고, 자동으로 "드르륵..." 발사하는
요즘의 M16이나 AK47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긋한 남자만이 꿈꾸는
최고수준의 빈티지(vintage)와 클래시컬(classical) 로망스가 아닐런지요. ^^
-----------------------------------------------------------
강화화승총 동호인회는
총기복원 후 '곧 닥칠' 실사격 테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화승제작에도 착수했습니다.
불심지 노끈 재료를 구입하기 전에
전세계의 화승총용 노끈종류를 꼼꼼히 문헌조사하고 인터넷 서치하여,
사전 자료조사에 만전을 기했음은 물론입니다.
조선시대는 물론 당시 일본과 중국 등 실전에서 사용한
화승을 주로 참고했는데, 16세기만 해도 면실(綿絲) 생산량이 충분치 않아 그런지
주로 나무줄기나 뿌리부분의 천연섬유나 마(麻)실을 꼬아
화승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나무를 실처럼 가늘게 쪼개고 그걸로
로프처럼 꼬아 만든 노끈이 일본에서는 '최고급 화승'으로
쓰였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습니다.
(그게 무슨 비밀이나 된다고, 일본의 유명 장인들은
제조방법을 지금도 '가문장손'에게만 전한다고 합니다)
동호인회가 실험 재료로 1차구입한 화승줄은
▲ 면사로프(직경 6mm) ▲ 황마(荒麻)로프(직경 6.5mm)
두 종류였습니다.
▲ 면사로프(직경 6mm)
▲ 황마로프(직경 6,5mm)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승줄 제작과정에는 '나름의 비법(秘法)'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걸 이리저리 조합해보면, 다음 몇가지 공통분모가 도출됐습니다.
▲ 일단 끓는 물에 폭 삶아서 노끈 속에 포함된 지방, 불순물 성분이 빠지게 한다.
▲ 삶아서 말린 노끈은 흑색화약 원료인 질산칼륨(KNO3)을 적당량 푼 물에 담궈
또 한번 팔팔 끓여서 그 성분이 노끈 속에 고루 녹아들게 한다. 일부 마니아는
덱스트린(dextrin; 湖精, 녹말보다 분자량이 적은 다당류)가루를 소량 첨가한다.
▲ 일본이나 조선은 노끈에다 '콩기름'을 묻혀 말려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 그렇게 해서, 노끈을 처리한 작업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왼쪽에서 첫번째; 면사로프를 삶아서 말린 것.
두번째; 삶아서 말린 로프를 질산칼륨 넣은 물에다 푹 삶아서 말린 것.
세번째; 두번째 로프를 콩기름(식용유)에 담궜다가 꾸등꾸등 할 때까지 한달간 말린 것.
네번째; 황마로프를 질산칼륨 넣은 물에 푹 삶아 말린 것.
다섯번째; 네번째 로프를 콩기름을 먹인 뒤 꾸등꾸등할 때까지 한달간 말린 것.
다음 단계는 직접 불을 붙여 실험하는 과정입니다.
조선의 기록에 의하면 "2m짜리 화승에 불을 붙이면 8시간동안 불심지가 유지된다"고
전하는데, 이는 일본이나 유럽 등지의 자료와도 대동소이했습니다.
- 불을 붙였다.
▲ 실험은 황마1종(질산칼륨 첨가해 삶은 것)과 면사로프 3종(삶기만 한것, 질산칼륨, 콩기름)등 모두 4가닥.
◎ 각각의 재료를 10cm 길이로 잘라 불 붙인 결과
1. 종류에 상관없이 4가지 화승 모두 10분에 약 12cm 타들어 갔다.
2. 문헌기록을 종합하면, 10분에 4.2센티정도 타 들어가야 정상수준인데,
기록에 비해 약 3배나 빨리 타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패다. 이런 기록이라면 '충분한' 실패라 할 수 있다.
◎ 상정가능한 실패원인
1. 재료를 잘못 선택했거나(로프굵기)
2. 혹은 중간처리 과정(삶거나 질산칼륨, 콩기름 첨가) 미숙
3. 그도저도 아니면, 문헌기록의 과장이 심했다 ^^
◎ 실험과정을 통해 느낀 점
1. 불꽃몽우리가 생각 외로 적고 부실하다는 느낌.
야외실전에서 사용할 경우 불심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음.
2. '콩기름' 먹여서 말리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
한달이나 말려서 꾸등꾸등 해졌음에도, 완전히 마르지않았고
불을 붙이자 불길이 확 일면서 타들어갔다.
- 면사, 황마노끈 2종류의 실험리포트. 끝
* 본문 및 사진의 내용은 강화화승총 동호인회의 소중한 지적재산입니다.
무단전재하거나 임의복사를 엄금합니다.
첫댓글 그방법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질산칼륨을 쉽게 구할 수 없는 민간인들은 소금물에 절여말리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정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흠... 그것도 일리가 있을 수 있겠네요. 소금은 화학성분으로 '염화칼슘'(NaCl)이니까, 그것이 지속적인 불꽃을 유지하는데 모종의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소중한 제안, 감사히 여기며 '소금물 화승'도 꼭 한번 실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ㅅ ㅅ
혹시 한가지 성분만이 아닌 여러 종류의 물질을 섞어서 사용하지는 않았을까요?
한가지 성분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