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봄햇살 아랜 며느리 내놓고 가을햇살 아랜 딸 내놓는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와 딸을 빗대서 봄햇살이 가을햇살보다 더 따갑고 피부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재미있게 풍자한 말이다. 사실 과학적으로도 봄철이 되면 일조량이 많아지고 자외선 지수도 높다는 게 증명되었다.
여성들은 봄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기 시작하면 양산이나 모자를 쓰고 다닌다. 자극이 강한 햇빛을 차단해서 기미나 주름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기미는 여성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로, 멜라토닌이라는 갈색의 색소 세포가 피부에 지나치게 많이 생겨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미를 단순히 피부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미를 없애기 위해 피부박피술이나 레이저박피술을 이용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선 기미를 피부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몸 안의 내부 장기에 어떠한 병적인 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표시라고 본다. 그 때문에 피부과적인 치료로 기미를 없앴다고 해도 내부 장기의 이상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면 다시 기미가 낀다고 생각한다.
기미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선 얼굴의 어느 부위에 기미가 많이 끼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기미의 부위에 따라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관골(광대뼈) 부위의 기미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또는 유산 후에 많이 생긴다. 흔히들 기미를 ‘임신 마스크’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은 자궁의 기능이 좋지 않거나, 자궁 속에 나쁜 물질이 쌓여 있기 때문에 기미가 끼는 것이다. 자궁에 혹이 생겼거나 자궁암으로 인해 자궁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도 관골 주위에 기미가 끼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에게 있어 자궁은 건강 상태를 결정지을 만큼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다. 피를 만들어내고 저장하는 일종의 탱크 같은 장부로, 한의학에선 자궁을 가리켜 ‘음혈지부(陰血之部)’라고 한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 자궁을 제거하고 나면 혈액 부족으로 인한 ‘혈허(血虛)’현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자궁은 열이 위로 뜨지 못하게 붙잡아 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궁이 없으면 열이 자꾸 위로 뜨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기 쉽고, 열이 훅 났다 식는 한열 증상이 찾아온다. 기미가 끼는 것도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몸 안의 기와 혈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자궁의 이상뿐만 아니라 위장장애와 비만에 의해서도 관골 주변에 기미가 낀다. 소화작용이 원활치 않아서 기미가 끼는 경우엔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헛배가 부르면서 얼굴이 누렇게 뜬다. 위장장애나 비만의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잘못된 식습관에 있다. 아침을 거르고 저녁을 많이 먹지 않는지, 식후에 곧바로 드러눕지 않는지, 인스턴트 식품을 남용하지 않는지, 술을 지나치게 먹지 않는지 등을 체크해서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식습관을 바로 잡으면 기미도 없어지고 몸매를 날씬하게 가꿀 수도 있을 것이다.
관골 외에 얼굴 전체적으로 기미가 끼었다면 뿌리에 이상이 있다는 표시이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대체로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신경이 무척 예민한 것을 보게 된다. 얼굴형이 넓적하면서 안으로 꺼진 듯 들어간 사람은 비위 기능이 약한 체질이므로 평소 소화 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한다. 그래야 기미 없는 깨끗한 피부를 간직할 수 있다.
신경과민으로 기미가 낄 때는 만성 피로, 잦은 소변, 생리불순, 무력감,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동반된다. 주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얼굴형이 네모나고 각지게 생긴 여성이나 코에 살이 없고 오똑한 여성들은 신경성으로 인해 기미가 끼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의 경우엔 성생활이 순조롭지 못해 기미가 낀다고 할 수 있다. 기미뿐만 아니라 만성 감기나 피로감, 두통, 요통 등으로 고생하고 땀이 줄줄 흐르면서 하혈할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을 홀로병이라 하기도 하는데 생리 때가 되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는 억음지황환이나 시호억간탕, 시물탕 등을 체질에 맞게 가미해서 투여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자궁에 혹이 생기거나 자궁근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눈밑과 주위에 시커멓게 기미가 끼는 것은 ‘담음’의 형상으로, 비장에서 진액을 온몸으로 퍼뜨리는 기능이 원활치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멀미를 하듯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우면서 뱃속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나기도 한다. 배꼽과 명치 중간쯤을 손으로 눌러보면 압통이 느껴질 때도 있다. 담음증은 생선회나 육회 등 날것과 찬것을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주로 생기므로 음식 조절이 가장 중요하니 날것이나 찬것, 생것은 피하는 게 좋다.
이와 달리 얼굴의 양쪽 뺨에 기미가 주로 끼는 것은 바람과 온도 습도 같은 외부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굴의 측면은 밭으로 치면 둔덕에 해당한다. 둔덕이 약하면 씨앗을 뿌려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듯이 사람도 환경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병이 드는 것이다. 양 뺨에 기미가 끼는 사람은 어깨와 팔에서도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미가 콧등 부위에 생겼다면 위장장애로 고생하고 있지 않은지, 아니면 허로증으로 몸이 많이 허약해 졌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연령에 따라 그 원인이 각각 다른데, 20대와 30대 연령층은 위장장애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은 허로증으로 인해 기미가 낀다. 허로증이란 낡고 오래된 기계일수록 자꾸 삐걱거리고 고장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몸이 약해지면서 콧등 부위에 기미가 끼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너무 많이 하거나 과도한 성생활로 기력이 쇠약해지면서 허로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미가 심하다면 당연히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그다지 심하지 않다면 우리 주변에서 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우선 달걀과 술로 약을 만들어 피부에 바르는 방법이 있다. 달걀 3개를 꺼내 흰자만 분리해서 따로 그릇에 담은 후, 술을 적당량 붓고 뚜껑을 잘 막아서 4~7일 동안 그대로 둔다. 그런 뒤 하루에 여러 번씩 기미가 난 부위에 발라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면서 거뭇거뭇하게 끼어 있던 기미가 점차 조금씩 없어진다. 달걀은 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으로, 특히 달걀 흰자에는 피부에 쌓인 과잉 피지를 제거하는 효과가 들어 있어서 피부를 매끔하고 탄력있게 가꾸어 준다.
기미를 비롯해 주근깨와 여드름을 예방하는 데 좋은 식품으로는 율무차를 들 수 있다. 율무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철분, 비타민 B1 등이 현미보다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 율무에 함유된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질이 좋고 인체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또한 율무는 피로를 회복시키는 데도 효능이 있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졌을 때 율무차를 마시면 도움이 많이 된다. 다만 율무는 임신 중에는 피하도록 하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볶아서 이용해야 한다.
첫댓글 좋은글 퍼감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좀 퍼갈께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