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거에서나 그렇지만 후보들이 갖는 견해나 사상의 차이는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제시하는 공약 리스트만 대조해서는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다. 대개 비슷하게들 맞추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다 차별성은 후보들이 대면적인 관계에서 약간의 감정을 섞어 넣은 토론을 할 때 잘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토론회 방식이 유용한 것이다. 비록 8일 부산 토론회가 그 같은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나마 복지에 관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정책적 지평을 가늠케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첫째, 대부분 후보들은 복지를 시혜나 자선과 적절히 분리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비록 복지가 결코 시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내세우는 공약들은 파편화된 시혜적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도 상당 수는 내가 알기로 정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나 일각에서 검토된 적이 있는 것이 많다. 기초연금제나 영유아에 관한 사회 보육의 공약 등에서 대부분 그렇다.
공약이 반드시 새것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지만, 통합적 목적에서 구성된 정책들을 쪼개어서 개별적인 시혜 정책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문제다. 토론회의 후보자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진화 후보가 이러한 자선적 패러다임의 문제를 지적했다.
둘째, 대부분의 후보들이 복지 확대의 공약을 내세우지만,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지에 대해서는 모호했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분배에 관한 정책이다. 분배를 위해서는 분배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가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국가가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곧 어떤 형태로든 국민(전체 국민이 아니면, 일부 국민이라도)의 부담 강화를 수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충당의 방안으로 이명박 후보는 '행정을 잘 알기 때문에 아껴서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고, 박근혜 후보는 '경제성장률이 현재보다 더 높아진다면 세원 확대가 이루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그 어느 것도 국민들의 부담을 추가하지 않고서도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나는 이러한 마술과 같은 사회 정책이 실현 가능하리라고는 꿈조차 못꾸어 보았다.
셋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복지 정책의 전달체계가 바뀌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사회복지 전달구조를 지역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분권화된 구조로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룡과 같이 커져가는 중앙 정부의 거대 조직화와 그로 인한 비효율화를 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나라당의 기본 노선이 '작은 정부'에 있다면, 복지적 의미에서 그것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와 지역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후보들은 강력한 중앙 정부가 있어야만 가능한 '해드리겠다' 식의 공약보다는, 지역이나 지방 정부가 '가능토록 하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조성 국가(enabling state)식 리더로서의 공약이 바람직할 것 같다.
사회복지연대공동대표 김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