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철폐. 만델라 추대 "민주화 역사" 음베키 前대통령측 새로운 세력 결집 주마 現총재와 내년 대선서 대결할 듯.
온갖 핍박에 꿋꿋이 맞서며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 분리정책)폐지를 주도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부의 적이 사라진 지금 ANC를 무너뜨린 것은 내부의 알력이다. 지난달 사임한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의 ANC 내 지지세력은 "금년 10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ANC에서 탈당, 새로운 세력을 결집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음베키의 측근인 모시우아 레코타 전국방장관은 "우리는 오늘 이혼 서류를 쓰려고한다"며 "현ANC지도부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고 민주주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을 만들어 낸 ANC의 정신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코타는 새로운 정당을 결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방향에 따르자면 그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탈당하는 계기가 된 인물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제이콥 주마 ANC의 총재다. 주마와 음베키는 만델라의 퇴임이후 끊임없이 경쟁해 왔다. 엘리트 출신 음베키는 상대적으로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반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 주마는 실업률이 23%에 달하는 현실을 주목하며 빈곤해결을 앞세우는 등 두사람은 대립을 계속해 왔다. 음베키는 2005년 부통령이던 주마를 해임하는 등 견재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총재선거에서 주마에게 패배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이후 주마측으로부터 사임압력을 받아온 음베키는 결국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레코타의 선언에 주마는 "ANC는 레코타 측과 만나 의견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개진 할것"이라면서도 "당의 방침을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이혼을 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치분석가인 헤니 벤 루렌은 '레코타가 새로운 세력을 이끌 방법이 있는지, 얼마나 그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며 "ANC를 대신 할 대안이 있는지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9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ANC의 역사는 남아공 민주주의의 역사에 다름아니다. 오랜 투쟁 끝에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고 만델라를 대통령으로 만든 ANC는 내부단결과 기율을 자랑거리로 삼아왔다.하지만 최근 부패와 권력 남용 등 끊임없는 스켄들로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1999년 만델라 퇴임 후 본격화된 음베키와 주마의 권력투쟁으로 정치적 영향력마저 쇠퇴하고 있다. 자연히 ANC를 향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주교는 " 현재의 ANC는 만델라 시절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만델라 시절 부통령을 지낸 F W 데 클라르크트도 " 최근 벌어진 분열상은 ANC를 모욕하고 있다고"밝혔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내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이후 자라난 새로운 세대가 참여하는 첫 선거"라며 "ANC의 분열은 권력을 잡으려면 과거의 영광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신호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10월 10일자에서 박지희 기자. |